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52) '아무도 원치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미세플라스틱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서 발견한 미세플라스틱.  출처 journals.openedition.org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서 발견한 미세플라스틱. 출처 journals.openedition.org
미세플라스틱은 해양뿐만 아니라 토양, 대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은 아직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보다는 미세플라스틱과 환경의 상호작용, 생체 내 분포, 거동, 모니터링 등 미세플라스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꾸준히 모아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명확히 알아야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미세플라스틱을 낳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폐기와 재활용 등의 제도적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올바른 사용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기존 석유화학 기반의 플라스틱을 대신할 수 있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등 대체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개발도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플라스틱 가득한 세상플라스틱(plastic)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먼저 석유를 분별 증류하여 얻은 나프타로부터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ethylene), 프로필렌(propylene), 부타디엔(butadiene)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이 기초유분을 중합과정(polymerization)을 거쳐 폴리에틸렌(PE·polyethylene), 폴리프로필렌(PP·polypropylene) 등 고분자 형태로 만들고 이것을 펠릿이라 부른다. 다시 펠릿을 사출, 성형이라는 과정을 통해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하여 만든 결과물이 플라스틱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칫솔, 비누곽, 일회용 컵, 그리고 비닐봉투를 비롯해 TV 리모컨과 휴대폰과 같은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형태와 모양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플라스틱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스틱의 어원이 ‘생각한 대로 만들다’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인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 플라스틱은 생활의 편리함을 넘어 필수요소가 되기도 한다. 최근 늘어나는 배달음식을 담은 일회용 용기, 그리고 개인방역을 위해 매일 사용하는 마스크의 원료(폴리프로필렌 미세섬유)가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우리가 입는 많은 옷이 폴리에스테르라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지고 자동차 타이어에 쓰이는 합성고무, 건축과 건설에 들어가는 내외장재 등 우리 생활에서 플라스틱이 없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플라스틱은 현대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다. 플라스틱으로부터 나온 미세플라스틱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매년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하여 연간 수억t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약 9%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사용 후 태우거나(소각, 12%) 폐기물을 땅에 묻는다고 한다(투기 또는 매립, 79%). 버려진 플라스틱의 일부는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자외선, 마찰 등과 같은 물리적인 힘에 의해 잘게 쪼개지고 이런 조각들이 토양과 하천을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류를 따라 모여 플라스틱 섬을 이루기도 한다. 크기가 5㎜ 이하로 작은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미세플라스틱은 제조 과정에 따라 치약이나 세안제에 넣기 위해 처음부터 작게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을 1차 미세플라스틱, 용기와 같은 큰 플라스틱이 쪼개져서 작아진 플라스틱을 2차 미세플라스틱이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바다거북, 물고기, 물고기를 먹고 사는 새 등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교란하고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어 플라스틱 폐기물과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플라스틱 폐기물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해양에서 주로 이루어져왔다. 투기 또는 매립된 플라스틱 폐기물이 하천과 강을 따라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해양에 이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밀도가 낮고 가볍기 때문에 대기를 통해 쉽게 이동이 가능하며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북극이나 에베레스트산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바로 그 예다. 농작물 재배에도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비닐하우스다. 우리가 계절에 상관없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플라스틱을 사용한 농업기술 혁명에 의한 것이다. 용도를 다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그대로 환경에 유입되고 잘게 부수어져 토양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식물과 토양생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과 생물미세플라스틱이 동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교적 크기가 큰 플라스틱 조각들은 동물에게 물리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제주 앞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 등 6마리를 부검해 보니 몸속에서 비닐을 포함해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바닷속 비닐은 거북의 주 먹이인 해초, 해파리와 비슷하여 먹이로 착각해 먹을 수 있는데, 이런 플라스틱은 분해 또는 소화가 되지 않고 장에 머무르기 때문에 영양 부족을 유발하고 심하면 굶어죽게 된다.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은 물리적인 영향보다는 화학적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내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거나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게 크기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몸 안에 얼마나 있는지,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된 화학물질이 얼마나 용출되는지, 다른 화학물질들이 플라스틱 표면에 얼마나 붙는지 등 미세플라스틱의 환경 내에서의 거동과 생체 모니터링 등 다양한 정보와 결과가 모여야 제대로 된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 √ 기억해주세요
정진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진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이라 부른다. 해양뿐만 아니라 토양, 대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 플라스틱 조각들이 생태계 먹이사슬을 교란하고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사람 체내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거나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낳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폐기와 재활용 등 제도적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올바른 사용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