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50)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
겨울철 바람에 따라 '삼한사미'가 생겨나죠
겨울철 바람에 따라 '삼한사미'가 생겨나죠
언제부터인가 겨울철에 '삼한사온'이라는 표현보다 '삼한사미'라는 표현이 언론에 자주 언급된다. 대부분 알고 있듯이 삼한사미는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한반도의 전통적 겨울 날씨인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유래한 것으로 따뜻할 '온(溫)'자 대신 미세먼지의 '미(微)'를 넣은 것이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최근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을 비유하는 신조어다. 실제로 추운 3일간은 북쪽의 추운 지역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공기가 깨끗하고 온화한 4일간은 북서/서쪽 지역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이는 같은 계절에 유사한 양의 대기오염 물질이 오염원에서 배출된다고 하더라고 미세먼지 농도는 바람(풍향과 풍속)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람은 왜 부는 것일까?그렇다면 바람은 왜 부는 것일까? 여러분은 뜨거운 여름 햇살에 도로나 땅 위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추운 겨울 실내 한가운데 놓인 난로 위에서도 아지랑이와 비슷하게 아른거리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는 난로 위에서 데워진 공기가 위로 이동하는 것으로, 이런 현상을 통해 열은 실내 전체에 전달된다. 이 공기의 흐름은 공간적인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이를 지구에 비유한다면, 적도지방은 뜨겁게 데워지는 난로에 해당하고 극지방은 난로로부터 멀리 떨어진 추운 공간에 해당할 것이다. 이처럼 공기는 열에너지를 이동시켜주는 대류 운동을 하며, 대류 운동 결과 나타나는 공기의 이동을 바람이라고 한다. 이런 대류 운동으로 대기순환이 이뤄지며,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과잉된 공간에서 부족한 공간으로 재분배해 전체 에너지의 공간적인 균형을 이룬다.

대기순환은 다양한 규모에서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데, 가장 큰 규모로 보면 세 개의 연직 순환(극, 페렐, 해들리 순환)과 세 개의 수평적인 순환(항상풍: 극동풍, 편서풍, 무역풍)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북반구의 중위도 지역에 위치하며, 상공에서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 1973년부터 2000년까지 우리나라의 계절별 최다 풍향 자료를 보면 봄은 서풍계열, 여름에는 남풍계열, 가을에는 북풍계열, 겨울에는 북서풍계열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표에서 부는 바람은 편서풍의 영향도 받지만 그 외에 계절적 요인, 기압 배치, 지형(해륙풍, 산곡풍 등) 등 복합적인 영향을 더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바람과 미세먼지 농도 변화바람은 미세먼지 농도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깨끗한 공기가 오염된 공기를 밀어내 대기오염 물질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오염된 공기가 상대적으로 깨끗한 공기를 밀어내 대기오염 물질 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바람이 불어오는 곳(풍상, upwind)에 굴뚝이 있다면, 그 바람 아래 있는 곳(풍하, downwind)은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굴뚝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때,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풍향)뿐만 아니라 바람의 속도(풍속)도 매우 중요한데, 이는 일정 공간에 대해 바람이 머무르는 시간(체류시간)은 풍속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풍속은 바람이 일정 시간 이동하는 거리(m/s)로 나타내는데, 아무리 오염된 공기가 불어오더라도 풍속이 매우 강하다면, 머무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일정 공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심각한 대기오염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삼한사온과 미세먼지 현상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특징적인 기후 현상인 ‘삼한사온’은 겨울철 한파를 몰아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 확장과 약화 주기에 의해 나타난다. 이는 기압 배치와 이에 따른 풍향 및 풍속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파가 이어지는 기간에는 대체로 북극지방과 같이 북쪽의 청정한 바람이 한반도로 유입돼 기온은 매우 낮고 풍속은 높게 유지된다. 이후 세력이 약화하는 시기에는 이동성 고기압 등 다른 기상 요인에 의해 상대적으로 오염된 지역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 이때 풍속 또한 상대적으로 낮아져 오염된 공기의 유입 효과뿐만 아니라 이들이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로 인해 대기가 정체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일정 공간에서 자체적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 또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 때문에 3~4일간 고농도의 미세먼지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삼한사미의 대표적인 예로 2020년 2월 하루 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와 기온 변화를 살펴보면 한파의 영향으로 영하의 추운 기간에는 PM2.5 농도가 좋음~보통 수준(35/㎥ 이하)을 유지하지만, 북서 혹은 서쪽 계열 바람의 영향을 받는 영상의 기온일 때는 나쁨 수준(35~70/㎥)의 PM2.5 농도를 보인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농도최근 중국에서는 기후변화에 의한 겨울철 계절풍의 약화로 베이징의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 분야 유명 저널인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대기순환 약화를 가져오고 지역적으로 계절풍을 약화시켜 대기가 정체되는 현상이 잦아지게 한다. 대기정체 증가는 곧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빈도 증가라는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우리의 일상에 여러 가지 직·간접적인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서로 복합적으로 연계된 지구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시각으로 기후변화 및 대기오염 문제에 접근해야 하며, 기후변화 물질을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을 함께 줄이기 위해 그 배출원인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절약을 몸소 실천해야 한다. √ 기억해주세요
김경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경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삼한사온’은 겨울철 한파를 몰아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 확장과 약화 주기에 의해 나타난다. 한파가 이어지는 기간에는 북쪽의 청정한 바람이 한반도로 유입돼 기온은 매우 낮고 풍속은 높게 유지된다. 이후 고기압 세력이 약화하는 시기에는 이동성 고기압 등 다른 기상 요인에 의해 상대적으로 오염된 지역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 이때 풍속 또한 상대적으로 낮아져 오염된 공기의 유입 효과뿐만 아니라 이들이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