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墨翟之守(묵적지수)
▶ 한자풀이
墨 : 먹 묵
翟 : 꿩 적
之 : 갈 지
守 : 지킬 수


자신의 주의·주장·소신 등을
융통성 없이 고집함을 비유 - <묵자>


묵자(墨子)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 사람이다. 그는 생명이 있는 것을 두루 사랑하고 검소질박함을 숭상하는 묵가(墨家)의 시조다. 묵적(墨翟)은 묵자의 본이름이다.

초나라가 성벽을 타넘을 수 있는 특수 사다리(운제계)를 개발하고 송나라를 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묵자가 급히 초나라로 갔다. 묵자는 먼저 초나라 실력자인 공수반을 만나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북쪽에 사는 어떤 자가 이 사람을 매우 모욕했습니다. 저는 힘이 없으니 상공께서 저를 대신해 그를 죽여주시지요.” 공수반은 불쾌한 듯 답했다. “나는 의(義)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오. 남의 사사로운 원한에 개입해 살인할 사람으로 보지 마시오.” 이때다 싶어 묵자가 대꾸했다. “상공께서는 그토록 의를 중히 여기시면서 어찌하여 구름에 닿을 만큼 높은 사다리까지 만들어 아무 죄 없는 송나라 백성들을 죽이려 하시는지요?”

대답이 궁해진 공수반은 묵자가 왕을 알현하도록 주선하고 한 발짝 물러났다. 묵자는 초왕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전하의 나라는 사방 5000리나 되고 송나라는 겨우 500리에 불과한데, 이처럼 명백한 우열에도 초나라가 송나라를 침공하는 것은 도적의 심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명이 궁색해진 왕이 우물쭈물했다. “과인은 공수반이 운제계를 개발해 실험해 볼까 했을 뿐이오.” “외람된 말이오나, 그 운제계가 실은 별로 쓸모 없는 물건인 줄 압니다.” 그 말에 발끈한 공수반이 왕 앞에서 모의전을 벌여 그 결과를 가지고 전쟁 여부를 가름하자고 했다. 그 결과 묵적은 아홉 번을 겨뤄 아홉 번을 다 이겼고, 왕은 즉시 송나라 침공 계획을 포기했다. 《묵자》에 나오는 얘기다.

작가/시인
작가/시인
여기서 유래한 묵적지수(墨翟之守)는 ‘묵적의 지킴’이란 의미로 견고한 수비를 뜻하지만, 융통성 없이 자기의 주장이나 소신 등을 굽히지 않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묵수(墨守)로도 줄여 쓴다. 융통성 없이 약속이나 믿음을 고집하는 미생지신(尾生之信)과도 뜻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