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탐욕과 광풍의 역사’ 투기
도박은 존재하지 않는 위험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면
위험부담 최소화하려는
투자와 투기는 '사촌 사이'
밭떼기 하는 중간상인 이득
불로소득이라고 보기엔 무리
'탐욕'이 가격안정 역할도 수행
“무엇이 투자인가, 무엇이 투기인가, 무엇이 도박인가”라고 누가 물으면 우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이고, 나쁜 사람들이 하면 도박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글쎄요. 묻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면 “지금 나를 놀리냐”는 핀잔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도박은 존재하지 않는 위험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면
위험부담 최소화하려는
투자와 투기는 '사촌 사이'
밭떼기 하는 중간상인 이득
불로소득이라고 보기엔 무리
'탐욕'이 가격안정 역할도 수행
핀잔을 덜어줄 뚜렷한 구분 방법이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것에 대한 학문적 정의는 없으니까요. 이 책 저 책, 이런 강의, 저런 강의를 뒤져봐도 어떤 것이 투자이고, 어떤 것이 투기인지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투자, 투기, 도박 중 도박은 비교적 쉽게 정의할 수 있을 듯합니다. 도박은 존재하지 않는 위험을 인위적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도박장에 들어가야만 생기는 위험이죠. 이에 반해 투자와 투기는 일상의 경제 활동에 기본적으로 내재돼 있는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식입니다. 둘은 사촌 사이인 듯합니다. 내재된 위험과 불확실성을 잘 예측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겁니다.
투자와 투기를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요? 교과서적 관점으로 보면, 투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위험을 피하거나 분산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대상물에서 나오는 배당, 이자, 임대료 같은 수익이 안정적일 때] 투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부동산을 사서 임대 사업을 하는 것은 투자일까요? 1가구 2주택을 사회악으로 보는 요즘 같은 세태라면 부동산 매입을 투자라고 부르기 어려울 겁니다. 만일 부동산 가격이 수년 전처럼 떨어지기만 했을 때 부동산을 사서 임대 사업을 했다면 어떨까요? 지금처럼 투기라고 하지 않고 바보짓이라고 했을 겁니다. 주식을 사는 것은 투자일까요? 주식 매입은 그 돈이 기업의 자금으로 쓰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봐 줍니다. 그러나 주식 시세가 좋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빚을 내고, 집을 담보로 해서 주식에 ‘몰빵’하는 행위는 투자인가요?
이 대목에서 투기를 비교해 봅시다. 투기는 투자와 달리 [단기간에] [고수익을 좇기] 때문에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요즘 같은 주식 매입이 투자가 아니라 투기일 수 있습니다. 대상물의 가격 상승, 즉 [시세 차익을 주로 기대하는] 자금 투입이 투기라면 말이죠. 비트코인 열풍, 주식시장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 매입 대열에 뛰어들기)과 빚투(한몫을 잡기 위해 빚을 내서 투자)는 투기로 분류되어야 할 겁니다.
교과서적 구분이 모호해집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죠. 돈이 많은 어떤 사람이 내년에 배춧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해서 강원도 배추밭을 통째로 계약했습니다. 농부는 밭 전체 물량을 5억원에 팔라는 이 부자와 계약을 했습니다. 농부는 마음 편하게(미래 위험 부담이 사라짐) 배추를 키울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내년에 배춧값이 두 배로 뛸지, 반값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두 배로 가격이 뛸 때 이 부자를 투기자(착취자)라고 부르고, 반값으로 떨어지면 나 몰라라 합니다. 투기자는 나쁜 방식으로 늘 돈을 벌기만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죠.
그러나 경제에선 어느 쪽의 평가를 받든, 이 부자는 투기와 투자 역할을 모두 했습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예방하기도 하죠. 두 배로 값이 뛰는 것이 세 배, 네 배 뛰거나 아예 없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요? 또 부자가 이익을 봤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경쟁자(중국 공급자)들이 비축 물량을 빠른 속도로 풀게 만들기도 하죠. 반면 가격이 너무 낮다면 이 부자는 비록 손해를 보겠지만 출하량을 조절해서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할 겁니다.
투자자든 투기자든 나쁜 방식으로 돈을 번다면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예를 들어 신도시 개발 계획 정보를 업무상 알게 된 사람이 해당 지역의 땅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그로 인해 땅값이 올라갔다면 이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높아진 땅값을 보상하기 위해 세금이 더 쓰였기 때문입니다.
투자냐, 투기냐를 가르는 또 하나의 관점은 불로소득 여부입니다. 우리는 투자를 불로소득이라고 하지 않지만 투기를 불로소득이라고 부르려 합니다. 불로소득은 자신의 노동에 의하지 않거나, 경제적 기여 없이 시장 조건이 우연히 변해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봅니다. 앞의 예처럼 배추를 산 사람은 불로소득자인가요? 농부만 불로소득자가 아닌가요? 이들은 그저 나름대로 분업했을 뿐이죠. 회사를 만든 자본가는 근로자들에게 임금소득을 지불하고 남을 경우에만 자본소득을 얻습니다. 남지 않으면 손해를 보죠. 자본가의 소득은 불로소득인가요? 살다 보면 운이 좋아서 큰 소득을 얻기도 하죠.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칼로 두부를 자르듯 하기 어렵습니다. “모호하다”가 정답인지 모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투기, 투자를 구분하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정의를 찾아보고 비교해보자.
②투기자의 역할과 투자자의 역할이 얼마나 동일하고 다른지를 알아보자.
③부동산과 주식에 돈을 투입하는 행위가 어떤 조건에 따라 투자와 투기로 나뉘는지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