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존 로의 무모한 시도로 '서방회사' 망하자…국민들 지폐와 주식에 강한 거부감 갖게 돼
자신의 투자수익률을 확인하기 위해 백작과 공작, 백작 부인, 자작 부인 등이 매일 존 로의 집 앞에 줄을 섰다. 로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몰리면서 희망자의 10분의 1도 로를 보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30분만 기다려도 난리가 났을 고관대작들이 로와 잠시 환담을 나누기 위해 6시간씩 기다리는 것도 낯선 상황은 아니었다. 로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이 술 한 모금이나 유리구슬 세 개를 받고 금덩어리를 통째로 내주는 팸플릿 광고로 사람들을 유인했는데, 실상 프랑스 파리의 투자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보다 더 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었던 셈이다.서방회사는 오늘날 루이지애나 등 미국 8개 주에 해당하는 지역의 상업권과 채광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지역 토지는 당시 프랑스 내 토지처럼 부가가치가 크지 않았다. 말라리아가 기승하는 늪지대였던 탓에 초기 식민지 개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고, 기대했던 엄청난 규모의 광맥도 발견되지 않았다. 식민지 소유권은 주식을 매입한 사람들에게 약속한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만큼의 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했다.존 로는 화폐의 본질이 금이나 은이 아니라 공공의 신뢰라고 믿었고, 프랑스 절대왕정이 그 같은 절대적 신뢰를 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서방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했고, 존 로와 왕실은행은 화폐 발행을 통해 서방회사 주가를 유지하려 했지만 결국 무너졌다. 1720년 10월 1만8000리브르에 달했던 주가는 순식간에 40리브르 수준까지 떨어졌다. 1720년 프랑스 국민에겐 엄청난 투자 손실을, 정부에는 막대한 부채를 남긴 채 은행과 회사 모두 문을 닫았다.존 로는 베네치아로 도망가 극도의 가난 속에서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볼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영국 '남해회사' 투기열풍에 거품법 제정…주식회사 제도 100년 이상 인정하지 않아
17세기 후반 스페인과의 전쟁 등으로 국채가 급속히 늘면서 영국 정부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1711년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를 설립했다. 회사가 국채를 매입하도록 하고, 정부가 남아메리카 지역의 무역독점권을 회사에 부여한 것이다. 1720년 영국은 투기 광풍에 휩싸였고 남해회사 주가는 10배 이상 올랐다. 남해회사 뒤를 이어 수많은 주식회사가 난립하는 등 투기 열풍이 전국에 확산됐다.위험을 인식한 영국 정부는 1720년 ‘거품법(Bubble Act)’을 제정해 민간회사가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는 것을 금지했다. 거품법은 투기를 선동한 자의 재산을 몰수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때 의회의 허가를 받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미 거품이 가득 낀 남해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수많은 투자자가 파산했고 영국의 주식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남해회사 파산을 계기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졌다.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경계심도 커졌다.결국 영국 경제는 이후 100년 이상 주식회사를 현실적 제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남해회사 파산 충격으로 영국 경제의 성장과 산업혁명은 적어도 거품법이 폐지되는 1825년까지는 주식회사라는 근대적 기업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진행돼야 했다. 이에 대해 론도 캐머런 교수는 일시적 장애물에 불과했다고 보지만 영국의 역사학자 존 카스웰은 거품법이 영국에서 상업혁명의 출현을 40~50년가량 지체시켰다고까지 평가하기도 한다.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름만 ‘남해 버블’이 아니라 ‘미시시피 버블’로 달랐을 뿐이다.네덜란드 암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선물거래 등 법·제도까지 만들게 한 튤립 투자…계속 오를 것이란 믿음이 사라지자 공황에 빠져
당나라에서 모란꽃에 대한 투기 광풍이 불었는데 17세기 네덜란드의 모습은 당나라의 재판이었다. 16세기 중반 유럽에 들어온 튤립은 1634년 네덜란드에서 ‘튤립 광풍(tulipomania)’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반까지 확산된다. 부자는 물론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까지 튤립 거래에 뛰어들었고, 사람들이 튤립에 열광할수록 튤립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635년에는 튤립구근 40뿌리에 10만플로린이 투자됐다. 튤립이 너무 고가다 보니 미세한 무게 단위인 ‘그레인(0.064799g)’보다도 작은 ‘페리트’ 단위로 팔렸다. “완벽한 구근은 세상에 두 개만 존재”튤립이 귀한 존재가 되면서 사람들은 튤립을 ‘장군’ ‘제독’ ‘총독’ 등으로 불렀다. 알렉산더 대왕이나 스키피오 같은 역사상 위인의 이름이 붙기도 했고, ‘장군 중의 장군’ ‘제독 중의 제독’이라는 이름도 등장했다.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매케이에 따르면 17세기 튤립 광풍 기간에 ‘리프켄 제독’이라고 이름 붙은 400페리트짜리 튤립은 4400플로린 가치를 평가받았다. ‘반 데르 에이크 제독’ 튤립은 446페리트에 1260플로린으로 가격이 매겨졌다. ‘총독’으로 불린 튤립은 400페리트짜리가 3000플로린이었다. 가장 비싼 튤립은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라는 것으로 200페리트짜리가 5000플로린에 달했다. 이 종자는 상태가 좋지 않은 것조차도 보통 2000플로린은 갔고, ‘완벽한’ 구근은 암스테르담과 할렘에 1개씩 단 두 개만 존재한다고 발표됐다. 할렘에 있는 완벽한 구근을 얻기 위해 12에이커 건축물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제안까지 나왔다. 암스테르
-
커버스토리
투자·투기·도박·불로소득·정상소득…어떻게 구분하죠
“무엇이 투자인가, 무엇이 투기인가, 무엇이 도박인가”라고 누가 물으면 우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이고, 나쁜 사람들이 하면 도박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글쎄요. 묻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면 “지금 나를 놀리냐”는 핀잔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핀잔을 덜어줄 뚜렷한 구분 방법이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것에 대한 학문적 정의는 없으니까요. 이 책 저 책, 이런 강의, 저런 강의를 뒤져봐도 어떤 것이 투자이고, 어떤 것이 투기인지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투자, 투기, 도박 중 도박은 비교적 쉽게 정의할 수 있을 듯합니다. 도박은 존재하지 않는 위험을 인위적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도박장에 들어가야만 생기는 위험이죠. 이에 반해 투자와 투기는 일상의 경제 활동에 기본적으로 내재돼 있는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식입니다. 둘은 사촌 사이인 듯합니다. 내재된 위험과 불확실성을 잘 예측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겁니다.투자와 투기를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요? 교과서적 관점으로 보면, 투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위험을 피하거나 분산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대상물에서 나오는 배당, 이자, 임대료 같은 수익이 안정적일 때] 투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부동산을 사서 임대 사업을 하는 것은 투자일까요? 1가구 2주택을 사회악으로 보는 요즘 같은 세태라면 부동산 매입을 투자라고 부르기 어려울 겁니다. 만일 부동산 가격이 수년 전처럼 떨어지기만 했을 때 부동산을 사서
-
커버스토리
끊이지 않는 투기…탐욕과 광풍의 역사
커버스토리독자 여러분! 지금 인터넷 뉴스 검색창에 광풍, 투기, 과열을 쳐보세요. 세 가지 뉴스가 뜰 겁니다. 비트코인, 부동산, 주식~. 뉴스를 자세히 읽어보면, 비트코인에는 광풍, 부동산에는 투기, 주식에는 과열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검색창을 통해서 본 세상은 온통 ‘광·투·과’에 물든 듯합니다. 부모님들은 부동산에, 형 누나 삼촌은 비트코인과 주식에 꽂혀서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광풍, 투기, 과열 현상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를 불확실하고 불안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불안과 불확실은 탐욕 심리를 부채질합니다. 우리나라에만 ‘광·투·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가 더 그렇습니다.사람들은 비트코인으로 한몫을 잡으려 합니다.2009년 비트당 0.000994달러였던 비트코인에 돈이 몰리면서 가격이 6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700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탐욕의 광기’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유난히 더 높다고 하니 웬일인지요? 부동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습니다. 3억원 하던 변두리집이 두세 배 상승했고, 10억원 하던 서울시내 집이 20억원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투기라고 야단이고 정부가 때려잡겠다고 또 난리입니다. 주식시장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을 내서 투자)’로 달아올랐습니다.광풍, 투기, 과열, 탐욕의 역사는 인류 역사상 자주 나타났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 광풍’ ‘튤립 탐욕’은 유명합니다. 금융투기의 역사를 가르칠
-
커버스토리
튤립·미시시피 투기·코인 광풍…반복되는 투기의 역사
증권 분석의 창시자로 알려진 미국 경제학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사면 ‘투자’이고 가치와 가격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같다고 보는 것은 ‘투기’”라고 말했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죠.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탐욕과 집단 착각에 빠져 너도나도 달려들 때 투기가 발생하고, 한참 부풀어오른 버블(거품)이 순식간에 꺼지면서 많은 피해자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되풀이되는 투기의 역사서구 근대 경제사에서 튤립 마니아, 미시시피 계획, 남해(South Sea)주식회사 사건은 3대 투기 사건으로 불립니다. 역사상 최초의 투기 대상은 튤립 구근이었습니다. 1630년대 국제무역으로 황금기를 구가하던 네덜란드에선 튤립으로 정원을 가꾸며 부와 교양을 과시하는 풍조가 생겼고 희귀종 튤립은 투자의 대상이 되면서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라는 줄무늬 튤립은 알뿌리 하나가 황소 46마리 가격, 현재로 따지면 5만달러 정도였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빚을 내서 튤립 투자에 나섰지만 어느 순간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가격이 95% 정도 폭락했다고 합니다.1720년 프랑스에선 미시시피 사건이 터졌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 사업가 존 로는 미국 미시시피강 유역의 프랑스 식민지를 운영하는 회사를 인수한 뒤 엄청난 수익을 낼 것이라고 선전하며 자기 은행인 방크 로얄르(Banque Royale)에서 찍은 지폐로 주식 살 돈을 대출해주는 등 투자를 부추겼습니다. 회사 주가는 주당 500리브르에서 1만5000리브르까지 30배나 뛰었지만 기업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며 다시 500리브르까지 폭락했습니다. 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