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서 관형어 남발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아니라'와 '아닌'의 관계는
그런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부사어를 써야 할 곳에 습관적으로 관형어를 붙이는
것이다. 그런 사례는 너무나 많아 모국어 화자들이 더 이상 어색하게 여기지 않을 정도다.
2018년 11월 나온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저출산 극복이 사회적 현안이 된 지 오래된 터라 신문들은 그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다. 수많은 관련 기사 가운데 <국민의 절반 이상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이란 제목이 눈에 띄었다. 혹시 이런 문장을 보면서 아무 이상을 느끼지 않는 이가 있을까? ‘필수 아닌 선택’은 무슨 뜻일까? 이게 어색하게 보였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라’를 써야 할 데에 ‘아닌’ 남발‘무엇(이) 아니라 무엇’ 또는 ‘무엇(이) 아니고 무엇’이라고 쓰던 말이었다. 이 표현이 요즘은 ‘무엇 아닌 무엇’으로 쓰인다. 이른바 우리말에서 진행되고 있는, 부사어의 관형어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어법의 변화로 봐야 할까, 아니면 단순히 잘못된 글쓰기 습관 탓으로 돌려야 할까.그런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부사어를 써야 할 곳에 습관적으로 관형어를 붙이는
것이다. 그런 사례는 너무나 많아 모국어 화자들이 더 이상 어색하게 여기지 않을 정도다.
글쓰기에서 관형어 남발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아니라’와 ‘아닌’의 관계는 그런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부사어를 써야 할 곳에 습관적으로 관형어를 붙이는 것이다. 그런 사례는 너무나 많아 모국어 화자들이 더 이상 어색하게 여기지 않을 정도다. 예를 들어보자. “전북 익산시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유턴 기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국내가 아닌 해외’가 됐을까? 이런 표현은 정통 어법에 익숙한 사람에겐 낯설다. ‘해외’를 강조하려다 보니 ‘국내가 아닌’을 수식어로 덧붙였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국내가 아닌 해외’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적어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라고 써야 한다. 그게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문법’이다. 더 좋은 방법은 삭제하는 것이다. 이 대목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곧바로 “전북 익산시는 해외에서~”라고 하면 간결하면서도 충분하다.
부사어의 관형어화 현상은 진작부터 있어 왔다. 가령 ‘10년 만에 우승을 넘보다’인데 이를 ‘10년 만의 우승을 넘보다’ 식으로 쓴다. 부사어 ‘~에’로 쓸 것을 관형어로 바꿔 ‘~의’로 처리하는 것이다. 관형격 조사 ‘-의’ 남용에 해당한다. 관형어 남용이 우리말 서술어 망가뜨려관형어 남용은 우리말 서술어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하기 때문이다’로 쓰던 말을 ‘~하는 때문이다’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인과관계 구문의 대표적 용법인 ‘때문이다’는 앞에 명사형 어미 ‘-기’를 취하는 게 전통적인 어법이다. 하지만 요즘은 관형어미 ‘-은/는, -던’ 따위를 많이 쓰기도 한다. 이들이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기’를 쓸 때보다 자연스러움에서 떨어진다. 가령 “워낙 동작이 빨랐던 때문에~” 같은 표현은 ‘~빨랐기 때문에’가 더 친숙한 표현이다.
그런 사례는 많다.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문장의 서술부 ‘~다는 이유에서다’ 역시 좋은 표현이 아니다. 어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상투적으로 많이 쓰이고 군더더기라 글을 늘어지게 한다는 점에서다. ‘-에서’가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어미’이기 때문에 여기에 굳이 ‘이유’를 붙일 필요가 없다. 곧바로 ‘~없어서다’(또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게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같은 OO당 의원들은 ‘좌절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문장의 오류는 복합적이다. ‘입장’ ‘표명’이라는 무거운 한자어를 쓴 것도 그렇고, 이를 관형격 조사 ‘-는’으로 연결한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제일 쉽게, 말하듯이 쓰자면 서술부를 “~고 속내를 털어놨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쓰면 될 말을 이상하게 비틀어 쓴다. 우리 문장을 훼손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