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기'의 요체는 여기에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명사 풀어 쓰기'의
요령은 동사·형용사를 써서 서술성을 살린다는 것이다. 이는 또 어려운
자어를 배제하고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풀어 씀으로써 이뤄진다.
요령은 동사·형용사를 써서 서술성을 살린다는 것이다. 이는 또 어려운
자어를 배제하고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풀어 씀으로써 이뤄진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명사 나열해 쓰면 글이 딱딱해져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AA.25901522.1.jpg)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그만큼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아무개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은 그런 점에서 얼마나 적절했을까? ‘어휘 선택’과 ‘문장 구성’의 관점에서 보면 피해야 할 어휘 조합이다. 사전 정보 없이 표현만 놓고 볼 때 이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점에서다.
우선 ‘모해(謀害)’부터 막힌다. ‘꾀할 모, 해할 해’ 자다. 그나마 한자를 알면 ‘꾀를 써서 남을 해침’이란 뜻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한자 의식이 흐려진 요즘 한글로 쓴 ‘모해’를 알아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법령 용어 순화작업을 해오고 있는 법제처는 2014년 《알기 쉬운 법령 정비기준》을 펴낼 때 ‘모해’를 ‘해침’으로 바꿔 쓰도록 권했다. ‘위증’은 ‘거짓 증언’이라고 하면 쉽다. ‘모해위증’은 결국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증언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아무개 거짓증언 (의혹) 사건’이라고 했으면 좀 더 알아보기 쉬웠을 것이다. 어려운 한자어 줄이고 말하듯이 풀어 써야하지만 이 표현은 많은 내용을 생략하고 있어 여전히 온전한 전달문이라고 할 수 없다. 구성 측면에서 치명적인 결함은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건의 핵심어는 ‘아무개’와 ‘거짓증언’인데, ‘아무개’는 거짓증언의 주체가 아니다. ‘거짓증언 (의혹)’의 주체는 검찰이다.
전체를 길게 풀면, ‘아무개의 뇌물수수 사건에서 증인으로 나선 이들이 위증을 했고, 검찰이 이들에게 그 위증을 하도록 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이렇게 여러 내용을 담은 문장을 몇 개 명사로 나열한 게 ‘아무개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이다.
글쓰기에서 명사 나열의 효용은 압축성과 간결미에 있다. 대신에 서술성은 떨어진다. 어떤 현상에 대한 명사화 과정은 곧 추상화·개념화를 뜻하는 것과 같다. 추상화는 세부적인 사항을 제거하는 효과를 갖는다. 그래서 어떤 사건의 내용이 추상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곧 그 말이 나타내는 ‘실체(reality)’와의 관계가 덜 ‘직접적’인 것이 된다는 뜻이다. 구조언어학자와 기호학자들이 텍스트 분석에서 명사 남용에 주목한 까닭은 그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