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을 내놓고 관련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세종에 있는 정부 부처 소관 10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비롯해 국회사무처와 국회 내 예산정책처 및 입법조사처 일부도 이전 대상에 담았다. 세종을 사실상 행정 수도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국회가 떠난 서울은 글로벌 경제금융 수도로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전국 균형발전책으로 성장 권역을 나눈 이른바 ‘3+2+3 메가시티’안도 제안했다.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국회 이전에 대해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2021년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졸속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 중심으로 비대해진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혁신도시 건설을 통한 인위적 공기업 지방이전 등으로도 지방 살리기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나온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급등한 수도권의 집값 잡기 차원이라는 폄하도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 문제 등으로 여야 간에 첨예하게 대립한 과정에서의 ‘국면 돌파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국회 이전은 ‘반쪽짜리’라는 세종시의 행정도시 기능을 제대로 키울 ‘묘수 정책’일까, 국민의 편가르기나 부추길 선거용 ‘꼼수 공약’일까.
[찬성] 정부부처 많이 있는 곳으로 국회가 옮겨 가야 균형발전도 가능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낸 공약으로, 당내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에서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이 기구 이름에 일단 취지가 그대로 들어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헌법재판소에 의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위헌 결정이 나면서 세종시는 모호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많은 정부 부처가 가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세종시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세종시 공무원들은 서울로 올 일이 많다. 장관과 차관 등을 비롯해 간부일수록 서울에서 지내는 때가 더 많다. 이런 비효율이 빚어지는 원인 가운데 큰 요인이 국회다. 국회가 서울에 있고, 국회의원들이 부르다 보니 세종 공무원들이 서울을 방문하게 되고 서울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2016~2018년 세종에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이 세종시 밖으로 출장한 게 86만9255회, 출장비는 917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른 비효율이 연간 최소 2조원에서 최대 4조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옮긴 지 오래되지 않은 정부 부처들을 서울로 다시 옮길 수도 없는 만큼 국회가 가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국회법만 바꾸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일단 세종에 소관 부처가 있는 상임위원회부터 옮기고 단계적으로 다른 상임위와 국회 내 다른 기관을 차례대로 옮기면 된다.
국회의 완전 이전은 국민 여론 수렴을 하면서 점차 논의하면 된다. 청와대도 함께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여론 조사 결과 등을 보면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게 사실이어서 여당은 국회 이전에 힘을 모으는 상황이다. 국회 세종시 이전을 계기로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및 지방균형 발전에 속도도 낼 수 있다. 권역별 메가시티 개발을 통한 광역개발 전략이 그것이다. [반대] 16년전에 이미 위헌결정난 사안…국민공감 부족한 '선거용 꼼수 공약'앞서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적 있다. 국회 이전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이 나왔다. 그런데도 국민적 동의도 없이, 야당의 반대 와중에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무엇보다 국회 이전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은연중 선거 전략으로 쓰겠다는 게 큰 문제다. 여권의 지지율 하락을 덮고, 국회에서의 과도한 여야 대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갑자기 던진 ‘꼼수 제안’인 것이다. 더구나 1년 반 정도 남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여러 차례의 중요한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전에도 세종시 문제는 언제나 ‘충청권 유권자’들의 큰 관심사였던 사실에서 이번에도 표잡기 차원의 공약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 이전은 이미 결론이 난 행정수도 이전과 사실상 같은 의미를 지니는 만큼 국가발전을 위한 백년대계 차원에서 검토되고 논의돼 결정할 사안이다.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 법리에 따라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결정(2004년)을 내린 게 불과 16년 전인데 이 판정을 무력화하자는 의도다. 경제성 환경성 사회성 등에서 ‘부적격’으로 판정 나고, 정부 차원에서 폐기한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꺼내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통합은커녕 ‘국민 편가르기’에 악용될 공산이 크다.
국민적 공감대 속에 국회를 이전하더라도 억지로 만든 세종시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행정 낭비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이라도 해보고, 무엇이 비효율 체제로 만든 요인이었는지 반성부터 있어야 한다. 철저한 계산을 토대로 일부 상임위를 제한적으로 옮기는 시범 운영 같은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정부 부처도 그렇듯이, 국회는 한번 옮기면 문제점이 드러나도 다시 서울로 이전하는 게 쉽지도 않다. √ 생각하기 - 국민통합에 도움 될지 고민해야…서두르지 않는 게 중요 민주당의 국회 이전 추진 발표로 세종시 부동산은 요동을 쳤다. 가뜩이나 저금리에 풀린 돈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등 자산시장에 거품을 만든다는 우려가 있던 터에 세종시에 ‘호재’가 생긴 셈이다. 아파트 가격 급등 등 세종시 부동산시장 불안은 사실 부차적 문제다.
민주 국가에서 최고 대의기구인 국회의 이전 논의라는 게 중요하다. 행정 중심의 도시완성이든 국회 이전이든 나라의 장기발전, 흥망까지 좌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국가적 대사업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행정의 효율성을 봐야 하지만, 경제성만으로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 국민통합의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당위론에서 본다면 정부나 거대 여당은 야당을 비롯해 비판·반대 그룹의 목소리도 진지하게 들을 필요가 있다. ‘선거용’ ‘정략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일일수록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닌 것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