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슈퍼 예산’의 경제학
예산은 국민들의 돈을 쓰는 것
본질적으로 '대리인의 문제' 발생
정책방향은 이익집단에 포획
인기영합으로 흘러가기 쉬워
케인즈와 세이의 대립처럼
예산 편성 효과는 논란 계속
예산은 국민들의 돈을 쓰는 것
본질적으로 '대리인의 문제' 발생
정책방향은 이익집단에 포획
인기영합으로 흘러가기 쉬워
케인즈와 세이의 대립처럼
예산 편성 효과는 논란 계속

정부는 돈을 많이 써야 할 이유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버릇이 있다. 정부는 집권한 정치인들이 구성한다. 이들은 인기와 선거 에 민감하다. 선거에 입김이 센 이익단체와 특정 계층, 특정 지역, 특정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려 한다. 선거 때 큰 도움이 된다. 일반 국민은 생업에 종사하느라 이익단체만큼 입김을 행사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가 이익집단에 ‘포획(이론)’되는 것이다. 지역구 사업 챙기는 의원들국회의원 역시 각자의 지역구 사업에 예산이 배정되도록 끼리끼리 돕는다. 우리 지역에 1000억원, 당신 지역에 1000억원.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정당들도 짬짜미로 도우면서 예산을 나눈다. 이것을 정치학 용어로 ‘로그 롤링’이라고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통나무를 굴리기 위해 서로 발을 맞춰 굴린다는 의미다.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다.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복지예산을 마구 늘린다. 공짜쿠폰, 공짜돈도 마구 뿌린다. 내 돈이 아니며, 내 임기 내에 갚아야 할 돈도 아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 이후 한번도 예산이 줄어든 적이 없다. 1963년 770억원에 불과했던 예산이 726배나 늘어 내년 예산은 558조원이 됐다.
정부도 경제 주체이기 때문에 돈을 안 쓸 수는 없다. 문제는 ‘균형재정’에 얼마나 근접하느냐다. 균형재정이란 번 만큼 쓰는 것을 말한다. 가계나 기업은 가능한 한 빚을 지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버는 것(세금)보다 더 쓰려(빚+화폐발행) 한다. 나랏빚이 매년 늘어나 810조원에 이른 이유다. 공무원들도 자기이익 위해 일한다정부 예산이 늘어날수록 국가부채도 증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산이 늘어나는 이유를 ‘공공선택론’으로 설명하는 경제학자도 있다.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이라는 학자는 ‘공무원들도 공익보다 자기이익에 따라 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각 정부 부처들이 돈을 많이 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때문에 사업계획과 예산액을 늘린다는 것이다. 공무원 수가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기만 하는 이유를 ‘공공선택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는 케인스(Keynes)냐, 세이(Jean-Baptiste Say)냐에 따라 정부 예산을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케인스는 정부의 돈쓰기를 매우 중시한다. 경기가 나쁠 때 정부가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재정을 투입하면 ‘유효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케인스 반대자들은 “재정투입으로 경제가 나아진다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돈을 투입해서 경제가 나아진다면, 지구상에 가난한 나라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세이는 경제를 살리려면 생산 즉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은 A재화를 생산하면 A재화의 수요가 저절로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A재화가 생산되면 B, C, D재화의 생산이 늘어나 경제가 살아난다는 의미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다.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① 3대 경제주체인 정부, 가계, 기업의 특성을 공부해보자
② 정부가 돈을 쓰면, 민간이 쓸 때보다 왜 효율성, 경제성이 떨어질까?
③ 로그롤링과 포획이론, 주인-대리인 문제를 더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