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白眼視(백안시)
▶ 한자풀이
白: 흰 백
眼: 눈 안
視: 볼 시

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본다는 뜻으로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눈빛을 이름-<진서(晉書)>


완적(阮籍)은 삼국시대 위나라 출신 사상가이자 문학가로 성격이 호탕하고 무엇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다. 술을 마시고 시를 읊었던 현사(賢士)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으로, 관료 생활을 했지만 권력과의 밀착을 경계했고 은자(隱者)의 삶을 추구했다.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혜희란 자가 조문을 갔다. 한데 완적이 반기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흰자위를 보이며 무시(白眼視)’했다. 혜희는 자신을 멸시하는 완적에게 언짢았지만 영정 앞이라 절만 하고 돌아갔다. 혜희가 동생인 혜강에게 완적이 무례하고 오만하다며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 혜강이 말했다. “완적이 원래 그렇습니다. 공명(功名)이나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런 사람이다 싶으면 그는 흰자위로 홀대합니다.”

그후 혜강이 술 한 동이와 거문고를 들고 완적의 집에 조문하러 갔다. 완적은 아주 다정한 기색, 푸른 눈(靑眼)으로 그를 맞았다. 역시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었던 혜강은 따뜻하게 환대하였지만 혜희는 세속의 예교에 얽매인 사람이라고 여겨 홀대하였던 것이었다. <진서(晉書)> ‘완적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백안시(白眼視)는 어떤 행동이나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미워하는 눈초리를 이른다. 백안(白眼)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청안(靑眼)은 좋은 마음으로 기쁘게 바라본다는 뜻이다.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석가모니는 “가진 게 없어 베풀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제자에게 ‘아무리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無財七施)’가 있다며 첫째로 화안시(和顔施)를 꼽았다. 얼굴에 화색을 띠고 환한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덕이 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따뜻한 말로 베푸는 언사시(言辭施), 진심된 마음으로 대하는 심시(心施),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안시(眼施), 몸소 몸으로 베푸는 신시(身施), 남에게 좋은 자리를 내어주는 상좌시(上座施), 상대 마음을 헤아리는 찰시(察施)다. 그리보면 눈빛과 얼굴빛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