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법에 '-요'로 쓰는 종결어미는 없고, 오로지 '-오'뿐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네가 이 일을 했느냐?"라는 질문에
"아니요, 제가 안 했어요"처럼 '예'에 대응하는 말일 때는 '아니요'를 쓴다.
전 세계 76개국 213개소 세종학당의 학습자들이 574돌 한글날을 기념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글 단어를 선보이고 있다.
전 세계 76개국 213개소 세종학당의 학습자들이 574돌 한글날을 기념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글 단어를 선보이고 있다.
몇 해 전 이른바 ‘다나까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대화에서 말의 끄트머리를 ‘-다’나 ‘-까’로만 맺는다고 해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 ‘그렇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같은 게 대표적인 다나까체다. 주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언어 예절로 알려졌지만, 일상에서도 자주 쓰는 경어법 중 하나다. 우리 문법에서는 ‘하십시오체(體)’ 또는 줄여서 ‘합쇼체’라고도 한다. ‘-요’는 문장 종결 어미로 쓸 수 없어합쇼체는 종결 어미로 ‘-습니다/ㅂ니다’(평서형), ‘-습니까/ㅂ니까’(의문형) ‘-십시오’(명령형) 등이 많이 쓰인다. 이 가운데 ‘-십시오’는 자칫 ‘-십시요’로 잘못 적기 십상이니 주의해야 한다. 가령 “말씀해 주십시요”, “도와주십시요” 라고 하는 식이다.

‘-십시오’는 상대를 가장 높여 말하는, 정중한 명령이나 권유를 나타내는 말이다. 신문 등 인쇄매체의 인터뷰 글에서 질문할 때 자주 쓴다. 이를 ‘-십시요’로 잘못 쓰는 까닭은 매우 정중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형태가 ‘-오’로 끝나기 때문인 듯하다. 마치 하오체(體)의 ‘-오’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해요체’의 ‘-요’를 붙이고 싶어진다. 또 한 가지는 ‘-십시오’가 명령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정중해도 명령형이라 말하는 이나 듣는 이가 불편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십시오’는 종종 해요체인 ‘-시지요’나 ‘-세요’로 대체되곤 한다.

‘-시지요’는 권유형이라 덜 부담스럽다. 실제로 일상 대화에서는 “~해 주시지요” 식으로 해요체를 많이 쓴다. ‘-세요’도 마찬가지다. ‘-십시오’는 격식체이고 ‘-세요(셔요)’는 비격식체, 즉 일상에서 흔히 쓰는 구어체다. ‘-시지요/-세요’ 같은 해요체는 상대를 보통으로 높이는, 합쇼체보다는 낮은 단계의 존대법이다. 따라서 듣는 이에게 존대의 뜻을 담았지만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나 사람에게는 잘 쓰지 않는다. Yes/No에 해당하는 말은 ‘예/아니요’로‘~해 주십시요’가 틀린 까닭은 ‘-요’를 종결어미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주(동사 어간)+십시오(종결 어미)’로 구성된 말이다. 그러면 해요체의 ‘-세요’는 어떻게 이뤄진 말일까? ‘-세요’는 ‘-시어요’의 준말이다. ‘시’는 선어말어미로 문장의 주체를 높일 때 쓰는, 즉 주체존대법에서 나타나는 표지이다. ‘어’는 해체(반말체)에 쓰이는 종결어미다. “철수야, 어서 밥 먹어”처럼 상대방을 높이지 않고 말할 때 쓴다. 상대경어법 중 해요체와 함께 일상에서 가장 널리 쓰인다. 그래서 ‘-시어’ 자체로 문장이 끝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은 ‘-요’는 존칭 보조사다. 보조사는 체언이나 부사, 어미 등에 자유롭게 붙는다. 앞에 온 반말체 ‘어’와 결합해 해요체 어미 ‘-어요’를 만든다.

‘아니오/아니요’도 경어법과 관련해 자주 틀리는 말 중 하나다. ‘아니오’와 ‘아니요’는 쓰임새가 다른 각각의 말이다. 가령 “다음 물음에 ‘예/아니요’로 대답하시오”라고 할 때는 ‘아니요’다. 즉 ‘예/네’에 상대되는 말로 쓰인다. ‘아니요’ 자체가 감탄사로 사전에 올라 있다. 이에 비해 ‘아니오’는 “이것은 책이 아니오”와 같이 서술어로만 쓸 수 있다. 이때는 기본형 ‘아니다’의 어간 ‘아니-’에 하오체 종결어미 ‘-오’가 결합해 문장 서술어로 기능을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정리하면, 우리 어법에 ‘-요’로 쓰는 종결어미는 없고, 오로지 ‘-오’뿐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네가 이 일을 했느냐?”라는 질문에 “아니요, 제가 안 했어요”처럼 ‘예’에 대응하는 말일 때는 ‘아니요’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