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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 중공업 → 전자·반도체 → IT·바이오 → (?)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한경DB
1995년(이후 각 연도 5월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의 총가치를 의미하는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한국전력이었다. 이어 삼성전자, 포항종합제철(현재 포스코), 대우중공업,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LG전자, 현대자동차, 유공(SK이노베이션), 신한은행, 조흥은행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이 전체 상장기업 시총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우위였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대우중공업은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쪼개져 다른 기업에 넘어갔고 조흥은행도 신한은행에 인수합병돼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1995년 시총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2020년에도 10위권에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뿐이다. 2005년에는 LG필립스LCD(LG디스플레이), 국민은행, KT, 에쓰오일 등이 10위권에 새로 이름을 올렸고 2015년에는 SK하이닉스, 삼성SDS, 제일모직, 아모레퍼시픽, 삼성생명, 현대모비스 등이 시총 상위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바람을 타고 LG필립스LCD, KT, 삼성SDS 등이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으로 올라섰고 K뷰티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도 10위권에 든 것이다.

2020년 현재 시총 10위권 내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현대자동차, 카카오, LG생활건강 등이다.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헬스·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정보기술(IT) 플랫폼(네이버 카카오), 배터리(LG화학 삼성SDI) 등이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 산업인 셈이다. IT가 토대인 게임산업도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기업 또한 흥망성쇠의 길을 걷는다. 상위권 기업의 잦은 교체는 이런 진리를 입증한다. 시대의 트렌드를 읽고 지속적인 혁신과 기술 개발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기업은 흥하고, 시대에 뒤지고 낡은 기술에 안주하는 기업은 쇠한다. 가전업체에서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제품군을 꾸준히 넓힌 삼성전자와 수소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미래형 모빌리티 등으로 혁신을 거듭하는 현대자동차가 오랜 세월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그 바탕에 변화와 혁신이 자리한다.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은 무엇이고 어떻게 흥망성쇠를 거듭하는지 4, 5면에서 알아보자.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