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으로 쓰는 한자어를 버려야 우리말다움이 살아난다.
'실시(實施)'도 그중 하나다. 대개 '~하다'라고 하면 되는데
습관적으로 '~을 실시하다'라고 쓴다.
'실시(實施)'도 그중 하나다. 대개 '~하다'라고 하면 되는데
습관적으로 '~을 실시하다'라고 쓴다.

‘심화/실시/진행하다’ 등 어색한 표현 많아
글쓰기에 왕도는 따로 없다. ‘간결하게, 일상적 언어로 쉽게 쓰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예문에서는 무거운 한자어를 가져다 썼다. 말할 때는 그리 하지 않는데 글로 쓸 때면 무의식적으로 나온다.
우선 ‘심화하다(되다)’부터 보자.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가 심화된 탓이다.” “××의 ‘갑질’이 점점 심화되는 추세다.” 우리말답게 쓸 때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진다. 요령은 어울리는 본래 서술어를 찾아 쓰는 것이다. ‘심화’는 ‘정도가 깊어짐’이다. 그러니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것이다. 의존도 역시 ‘심화된’ 것이라기보다 ‘높아진(또는 커진)’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바꿔 ‘스마트폰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식으로 쓰면 글의 리듬이 살아나 더 좋다. 갑질도 ‘심화된다’고 하면 어색하고 ‘심해진다’(정도가 지나치다는 뜻)라고 하면 그만이다.
‘진행하다’는 좀 특이한 단어다. “캠페인(이벤트 또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식으로 외래어와 어울려 많이 쓰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를 들어보자. “××은행은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 회사는 2년 전부터 CNC(컴퓨터 수치제어)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벤트는 ‘행사’이므로 ‘열다/치르다/벌이다/마련하다’ 등의 서술어와 어울린다. 문맥에 따라 적절한 말을 골라 쓰면 된다. ‘프로그램을 마련한다(운영한다/개설한다)’ ‘캠페인을 벌인다(펼친다)’ 등 쓸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말이 많다. 의미가 분명해지고 말맛도 살아난다.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다’도 생뚱맞은 표현이다. 곧바로 ‘기술을 개발해 왔다’라고 해야 할 곳이다. 이 문구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습관적으로 ‘명사+을 진행하다’ 꼴로 쓴다는 점이다. 대부분 ‘진행’을 빼고 ‘명사+하다’ 동사로 바꿔 쓸 수 있다. 가령 ‘협상을 진행하다/공사를 진행하다/수술을 진행하다’라고 하지 말고, ‘협상하다/공사하다/수술하다’로 쓰면 충분하다.
고유어 찾아 쓰면 자연스럽고 말맛도 살아
상투적으로 쓰는 한자어를 버려야 우리말다움이 살아난다. ‘실시(實施)’도 그중 하나다. 대개 ‘~하다’라고 하면 되는데 습관적으로 ‘~을 실시하다’라고 쓴다. ‘작전을 실시했다’라기보다 ‘작전을 짜다/세우다/펼치다/벌이다’ 따위로 쓰는 게 자연스럽다. ‘투표를 실시하다’는 ‘투표하다’로 쓰면 그만이다. ‘실시’를 넣지 않고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캠페인을 실시했다’는 어색하고 ‘캠페인을 벌였다’가 제격이다. ‘시험’은 ‘치르다’와 잘 어울린다. ‘졸업 시험을 실시했다’라고 하지 말고 ‘치렀다’라고 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