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지어 다니다' 할 때도 심리적으로 '떼지어'로 붙여 쓰고 싶지만
'떼짓다'란 말은 사전에 없다. '떼 지어 다니다'이다.
'마무리 짓다, 일단락 짓다, 이름 짓다'도 다 띄어 써야 한다.
‘먼저 인사하는 공항 가족, 미소 짖는 고객.’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잘못 쓴 글자를 찾아냈다면 그 사람은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 해도 될 것이다. 오래전 김포공항 청사 내 안내 전광판에 흐르던 문구다. 당시 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개가 짖는다’와 ‘미소 짓는다’의 차이도 모르느냐”며 우리말 오용 실태를 질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떼짓다'란 말은 사전에 없다. '떼 지어 다니다'이다.
'마무리 짓다, 일단락 짓다, 이름 짓다'도 다 띄어 써야 한다.
합성어 여부에 따라 띄어쓰기 달라져
‘미소 짓다’는 자칫 표기를 틀리기도 하지만 띄어쓰기는 더 까다롭다. ‘짓다’는 누구나 알다시피 동사다. 보조용언이나 접사로서의 기능은 없다. 이 말이 명사와 어울려 여러 합성어를 낳았다. ‘죄짓다, 한숨짓다, 짝짓다, 농사짓다, 눈물짓다’ 등이 그 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짓다’와 결합한 동사가 20개도 넘게 나온다. 그런데 ‘짓다’와 어울리는 수많은 말 가운데 어디까지가 합성어인지 알 도리가 없다. 대개는 사전에 올랐으니 합성어인 줄 아는 식이다. 가령 ‘한숨짓다’와 비슷한 계열인 ‘미소짓다’는 사전에 없다. 그러니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규정에 따라 ‘미소 짓다’로 해야 한다.
‘떼지어 다니다’ 할 때도 심리적으로 ‘떼지어’로 붙여 쓰고 싶지만 ‘떼짓다’란 말은 사전에 없다. ‘떼 지어 다니다’이다. ‘마무리 짓다, 일단락 짓다, 이름 짓다’도 다 띄어 써야 한다. 그런 말이 사전 올림말에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단어를 일일이 외워 써야 한다면 이는 너무도 비효율적인 일이다. 범용성 있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짓다’에 접사 기능을 부여할 수만 있다면 명사와 어울려 동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숨짓다’와 ‘미소짓다’를 하나의 계열로 잡을 수 있다. ‘마무리 짓다’도 띄어 쓸지, 붙여 쓸지를 고민하게 하지 말고 ‘마무리짓다’로 붙여 쓰게 하면 깔끔해진다. ‘마무리짓고, 마무리지어, 마무리지을뿐더러…’ 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어 지다’ ‘-어 하다’ 꼴은 언제나 붙여 써
사전에 모든 합성어를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대표적 단어를 올리고 나머지는 거기에 준해서 쓰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유권해석 방식은 보조용언의 띄어쓰기에서 이미 제시돼 있다. ‘도와 드리다’는 붙여야 할까, 띄어야 할까? 한글맞춤법 제47항에 따라 ‘도와 드리다’가 원칙, ‘도와드리다’가 허용 표기다. 국립국어원 <한글맞춤법 해설>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사전에 ‘도와주다’가 올라 있으므로 ‘도와드리다’도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도와드린다’는 항상 붙여 쓰면 된다.” 이런 방식을 좀 더 확대하면 다른 띄어쓰기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다 보면 ‘먹었음직하다’ ‘사실임직하다’ 등의 ‘직하다’를 띄어 쓸지 붙여 쓸지를 고민하는 경우도 잦다. ‘직하다’도 보조용언이다. 이 말은 본용언이 언제나 명사형을 취한다는 게 특이점이다. 이 역시 ‘사실임 직하다’가 원칙, ‘사실임직하다’가 허용되는 표기다. 그중 ‘믿음직하다/먹음직하다’란 말은 아예 단어가 된 말이라 늘 붙여 쓴다. 결국 ‘직하다’가 붙는 말은 죄다 붙여 쓴다고 알아두는 게 편하다.
보조용언 가운데 ‘-아/어 지다’ ‘-아/어 하다’ 꼴은 언제나 앞말에 붙여 쓴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품사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하나의 단어로 취급한다. 가령 ‘이루다(타동사)→이루어지다(자동사)’ ‘씩씩하다(형용사)→씩씩해지다(동사)’ ‘급급하다(형용사)→급급해하다(동사)’처럼 변한다. 이를 자칫 ‘이루어 지다’ ‘씩씩해 지다’ ‘급급해 하다’ 식으로 띄어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