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생활 속으로 들어온 4차 산업 기술혁명

공학·인문 융합지식 필요하고 기계와 공존방식 고민해야

석학 3인 스트롱코리아 포럼 강연
지난달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에선 국내외 석학들이 ‘과학기술이 일상을 바꾼다’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결정체인 로봇 관련 기술과 산업의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제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데니스 홍 UCLA 교수
데니스 홍 UCLA 교수
데니스 홍 미국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삶의 질을 높이는 로봇기술’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미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인 ‘찰리’를 만든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다. 현지에선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를 낸 과학자’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으로 불리고 있다.

홍 교수는 개발 정보를 공개한 오픈소스 휴머노이드 ‘다윈’, 방사능 유출 등 사고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토르’ 등을 소개했다. 해군 함정의 좁은 공간에서 구조 및 화재 진압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사파이어’도 공개했다. 홍 교수가 강조한 건 ‘고정관념을 버려라’였다.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로봇을 만들었다는 그는 “로봇이 사람처럼 생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니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 교수가 언론에 처음 공개했던 로봇 ‘알프레드2’는 4족(때론 2족) 보행 로봇이다. 인공근육 ‘베어(BEAR)’를 장착해 여러 형태로 걷고 1m 이상 뛰어오른다. 인간처럼 두 다리로만 뛰는 방식으로 생각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 홍 교수는 “학생들에게 로봇을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또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시도해보라고 하고, 마음껏 고장도 내보라고 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

박형주 아주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한국을 대표하는 수학자인 박형주 아주대 총장이 주목한 건 ‘수학으로 초(超)연결하는 방법’이다. 박 총장은 “수학은 난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가진 학문”이라며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소량의 데이터도 수학 없이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현장에서 수거한 범인의 지문을 분석하는 데도 수학을 활용한다. 수억 개의 지문을 대조해 같은 지문을 찾아내는 데 수학이 쓰인다는 것이다.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수학적 계산 때문이었다.

박 총장은 “기술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예로 든 건 세계적인 승차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다. 각종 보험료와 세금 등 자동차를 보유할 때 드는 비용보다 저렴하게 공유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활용한 건 물론이다. 그는 “수학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인류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국제기구 유네스코는 2013년을 ‘지구 수학의 해’로 지정했다. 기후변화, 지진, 전염병, 질병 감염경로 예측 등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학을 널리 적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인간과 기계의 공존 연구해야”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마지막 산업혁명’을 주제로 강연했다. 원 이사장은 “기계와 효과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며 “잘못하다간 인간이 기계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필요하다는 게 강연의 핵심 메시지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 ‘스마트시티’라고 답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도시가 미래 인류의 터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스마트시티는 편리하지만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게 원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계가 하지 못하는 걸 사람이 찾아서 해야 하는데, 지금은 인간이 기계에 끌려가는 상황”이라며 “많은 사람이 이 순간에도 무의식적으로 기계를 위해 노동하고 있다”고 했다.

높은 기술 의존도에 따라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경고다. 원 이사장은 “일자리를 배분할 때 기계에 우선순위를 주고 기계로 대체하기에 모호한 일만 사람이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앞으로는 새로운 사업모델과 서비스를 주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야 기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NIE 포인트

4차 산업혁명이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토론해보자. 우리 주변의 로봇이 어떤 모양인지, 또 어떤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알아보자. 인간이 기계의 대체재가 되지 않고 일자리 등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김남영 한국경제신문 IT과학부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