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글로벌교역 10년만의 최악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 근간…보호주의 경계해야
관세 낮춰 무역 규모 늘어야 교역국가 모두 '윈윈'
자유무역은 그동안 세계 경제 질서를 떠받치는 근간으로 통했다. 세계는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경제적 이익을 누렸고 생산성·기술력도 향상됐다. 하지만 자유무역을 주도했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후 보호주의 정책으로 선회했고, 세계 각국을 무역전쟁 전선으로 끌어들였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주도하면서 세계 경기도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유무역 토대 된 비교우위론

관세 낮춰 무역 규모 늘어야 교역국가 모두 '윈윈'
영국 고전파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는 19세기 초 자유무역의 토대 이론인 비교우위론을 내놨다. 리카도는 나라마다 비교우위를 점하는 물건(재화)을 집중적으로 생산해 다른 나라와 거래하면 양국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우위는 교역 상대국과 비교해 낮은 기회비용(한 재화 생산을 위해 포기한 다른 재화의 비용)으로 재화를 생산하는 능력을 말한다. 세계 각국이 비교우위 상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면 그만큼 생산성이 향상되고, 세계의 재화 생산량도 늘어난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세계 경제 질서를 세우는 과정에서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영국이 1786년 프랑스와 체결한 이든조약(Eden Treaty)이 대표적이다. 이 조약은 관세를 낮춰 무역을 활성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관세를 낮추는 내용의 조약을 줄줄이 체결하고 나섰다.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 경제 질서는 1947년 이정표를 세운다. 세계 각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맺고 관세율을 동시 인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1995년 1월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은 GATT를 한 단계 발전시킨 세계무역기구(WTO) 탄생을 이끌어냈다.

세계는 GATT와 WTO 출범 등을 통해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부(富)를 쌓았다. 양자 간 또는 역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며 자유무역이 한층 성숙해졌다. 자유무역 옹호론자들은 자유무역이 경쟁을 촉진해 자국 내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국민소득을 늘린다고 강조한다. 관세를 인하하면 수입 상품이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와 소비자 생활 여건과 후생도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보호무역, 세계경제 직격탄 될까

보호무역은 자유무역의 대척점에 있다. 보호무역의 대표적 이론이 ‘유치산업(infant industry) 보호론’이다. 19세기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고안한 이론이다. 유치산업은 걸음마 단계 산업을 말한다. 성장 잠재력이 있지만 당장은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가가 보호무역 등을 바탕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는 각국 간 분쟁과 경기침체를 불러오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한 나라가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면 상대국도 보복 조치로 맞대응하기 마련이다. 대표적 보호무역 조치는 수입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관세가 붙는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입이 줄어든다. 상대국은 대응 차원에서 보복 관세를 매긴다. 이런 보호무역 조치는 도미노처럼 각국으로 순식간에 번지곤 한다. 각국은 경쟁력 높은 자국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기 어렵게 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세계 경제도 침체될 수 있다. 미국이 1930년대 수입품의 평균 관세를 기존 30%에서 60% 수준으로 크게 높이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시행한 결과도 비슷했다. 미국이 관세를 높이자 각국이 앞다퉈 보복 조치를 시행했다. 세계 교역액은 급속도로 쪼그라들었고, 당시 세계 경제도 얼어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 탓에 저렴한 수입 제품이 들어와 미국 공장이 문을 닫고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보호무역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높일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유럽연합(EU)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무역분쟁 조짐에 세계 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분쟁은 지난 70년에 걸쳐 형성된 개방된 무역질서 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다”며 “세계 교역량이 3분의 2 정도 감소하고, 1950년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도 무역분쟁 폭풍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NIE 포인트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차이점과 장단점을 비교해보자. 역사적으로 국제무역의 큰 흐름을 정리해보자.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배경과 상황을 알아보자. 각국이 보호주의 흐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토론해보자.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