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현실화된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경제학자들 실증분석 통해 "소득분배까지 악화됐다" 비판
"지난해 최저임금 16% 올렸더니 일자리 21만개 사라졌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소득주도성장은 정치인들에게 달콤한 사탕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둘 다 실패다.”

경제학자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4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는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학 이론과 통계 자료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됐고, 일자리가 사라져 소득분배까지 악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성장 둔화”

"지난해 최저임금 16% 올렸더니 일자리 21만개 사라졌다"
최인·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친 뒤 주요 거시지표가 대부분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3년 1분기~2017년 2분기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본격 시행된 2017년 3분기~2018년 3분기를 비교한 결과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분석한 결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행된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비교 대상 기간에 비해 0.13%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는 5.14% 포인트나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1.14%포인트 늘었지만 사치품 등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소비가 다시 국민 주머니로 들어가야 가능한데, 수입품이 늘어난 것은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경제 성장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종합적인 생산성을 의미하는 지표인 총요소생산성이 0.05~1.14%포인트 준 것이 부정적 전망의 대표적 지표다. 최 교수는 “투자와 고용, 생산성이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일자리 줄어 소득분배도 악화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일자리 21만 개가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논리인 최저임금 인상→소비 증가→성장에서 첫번째 고리부터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정민·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효과’ 연구 결과를 내놨다.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인상된 지난해 고용지표를 실증분석한 결과 일자리 증가율은 전년 대비 3.8%포인트 줄어들었다. 이 중 최저임금 인상이 끼친 영향은 1%포인트 가량이었다. 지난해 줄어든 일자리 중 26~27%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라졌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일용직 근로자들의 타격이 훨씬 심했다. 지난해 고용 악화 중 최저임금 영향은 75.5%에 달했다. 줄어든 일용직 일자리 4개 중 3개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사라졌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근로자들이 되레 피해자가 됐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경제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주휴수당 등을 주지 않는 ‘알바 쪼개기’와 단기 공공근로 등으로 일자리 수가 실제보다 많게 추산되는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전일제 일자리수’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전일제 일자리는 각 집단의 총 근로시간을 합쳐 산출한 개념이다. 이런 분석을 통해 지난해 21만 개의 전일제 일자리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라졌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자영업 비중 높아 타격 훨씬 커”

다른 경제학자들도 대부분 이런 분석 결과에 동의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 전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악영향이 관측되지 않았지만, 업종별로는 도소매업과 제조업에서 일부 악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체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경쟁력과 경제성장’ 발표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25.4%에 불과하지만 자영업 관련 피고용인까지 포함하면 37.6~43.5%에 달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생산성이 낮아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폐업하고 나면 물러날 곳이 없는 자영업자들이 폐업 후 복지 수혜 대상이 되면서 경제의 장기 체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NIE 포인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를 포함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 통계를 근거로 살펴보자.소득주도성장은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여 경제를 회복시킨다는 게 골자인데 그 논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를 토론해보자.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