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부 시즌’이 시작됐다. 매년 입김이 나오는 계절이 되면 거리에는 종소리와 함께 ‘이웃을 돕자’는 목소리가 들린다. 발길을 멈추고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국을 ‘기부 선진국’으로 보기는 어렵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에서 올해 한국 순위는 60위다. 호주(2위) 미국(4위)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네시아(1위) 케냐(8위) 나이지리아(16위)보다도 순위가 낮다. 국내 기부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폭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국내 연간 기부액은 2011년 11조1547억원에서 2016년 12조8684억원으로 5년 동안 15.4% 늘었다. 2016년 개인 기부금은 8조2113억원, 기업 기부금은 4조6471억원이었다. 과거에 비해 개인 기부금은 소폭 늘어나고, 기업 기부금은 줄어드는 추세다.

개인 기부 참여율이 낮은 것도 한계로 꼽힌다. 한국 전체 기부금 중 개인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량이다. 선진국은 이 비중이 70~80%에 달한다.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믿기 어려워 개인들이 기부를 꺼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부금을 개인 경비로 쓰다가 적발되거나, 기부 제도가 사기범죄에 악용되는 등의 보도를 심심찮게 접하면서 기부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내 돈이 가치있게 쓰이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자발적인 모금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름답고 자발적인 기부는 문화의 문제다.

기부금이 크게 늘지 않는 원인과 올바른 기부문화를 조성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이수빈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