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소득불평등 10년 만에 최악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오히려 줄어… 저소득·고소득층간 소득격차도 더 커져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분배’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갈수록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늘고 있는 탓이다.

저소득층 소득 줄고, 고소득층은 늘어

지난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3만1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4.2% 늘었다. 말 그대로 평균 소득이 늘었을 뿐 가구별로 뜯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오히려 줄어… 저소득·고소득층간 소득격차도 더 커져
통계청은 소득이 고르게 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소득 수준별로 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도 따져본다.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1분위)부터 20%포인트 단위로 끊어 소득이 가장 많은 상위 20%(5분위)까지 나눠 살펴보는 것이다.

그 결과 최하위층인 소득 1분위의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32만4900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오히려 7.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2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280만200원으로 역시 지난해 2분기보다 2.1% 줄었다. 중산층이 포함된 소득 3분위도 마찬가지였다. 소득 3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394만2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형편이 좋은 소득 4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544만4200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4.9% 늘었다. 최상위층인 5분위의 경우 증가폭이 더 컸다.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913만4900원으로 같은 기간 1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형편이 어려운 가구의 소득은 더 줄고, 잘사는 가구의 소득은 더 늘어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저소득층 근로·사업소득 모두 줄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한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해서 번 돈인 ‘근로소득’과 식당 등을 운영해 벌어들인 ‘사업소득’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분위는 2분기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이 15.9%, 사업소득은 21% 감소했다. 2분위의 근로소득은 2.7%, 사업소득은 4.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3분위는 근로소득이 0.7% 늘긴 했지만 사업소득이 7% 줄었다. 반면 4분위와 5분위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늘었다. 4분위 근로소득은 6.7%, 사업소득은 4.0% 늘었고 5분위의 근로소득은 12.4%, 사업소득은 12.9% 증가했다.

많이 벌었어도 어쩔 수 없이 국가에 세금 등을 내고 남은 소득이 적으면 소용없다. 소비하는 데 쓰는 돈이 아니라 세금처럼 낼 수밖에 없는 돈을 ‘비소비지출’이라고 하고,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것을 ‘처분가능소득’이라고 한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라는 뜻이다. 이 처분가능소득 역시 저소득층은 줄고, 고소득층은 늘었다. 1분위와 2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각각 9.6%, 3.3% 줄어든 반면 4분위와 5분위는 1.7%, 7.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으로 저소득층 일자리 잃어”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고 고소득층의 소득은 늘면서 소득 불평등은 더 심화됐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재는 잣대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다. 이 배율은 소득 상위 20%(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을 소득 하위 20%(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측정 결과 2분기의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3배를 기록했다. 가장 잘사는 계층이 가장 못 사는 계층보다 다섯 배 이상 더 벌었다는 의미다. 이는 2분기를 기준으로 2008년(5.24배) 이후 10년 만에 가장 악화된 수치다.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쳤던 때다. 다시 말해 금융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이 가장 악화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소득 불평등이 확대된 현상에 대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형 성장이 되레 소득 불평등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김일규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