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잇따라 원전 건설에 나서는 것은 원전이 석유 고갈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대안이란 믿음에서다. 사우디는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2670억 배럴·전체 석유 매장량의 15.7%)이 베네수엘라(17.5%) 다음으로 많은 나라다. 그동안 전력 생산을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거의 100% 의존해 왔다.
최근 들어 중동 국가 사이에선 ‘석유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석유 소비는 연평균 7%씩 늘고 있다. 높은 인구 증가율과 사계절 내내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 환경적 요인 등으로 2030년 전력 수요가 지금의 4배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등장했다. 석유가 고갈되면 해외 수출은 물론 국내에서 사용할 전력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원전은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원전의 경쟁력은 에너지원별 발전단가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전단가 또는 전력 구입단가가 가장 낮은 발전원은 원전이다.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때 원전의 생산비용이 가장 낮다는 의미다. 그다음으로 싼 발전원이 유연탄 등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은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
발전량을 자유롭게 조절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원전 장점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은 해가 떠있는 하루 4~5시간,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들 수 있다.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석유 가격은 국제 정세에 따라 출렁인다. 반면 원전 연료는 가격 변동이 적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원전은 전 세계에서 대부분 전력 생산의 기반을 이루는 ‘기저발전’으로 분류된다.
원전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석탄과 기름을 때 발전하는 화력발전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대기오염을 적게 유발한다는 LNG발전소 역시 상당량의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원전은 대기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선진국들도 “원전 다시 짓자”
안전사고 우려로 원전을 축소하려던 일부 선진국은 최근 들어 원전 비중을 되레 높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3년까지 일본은 가동 중이던 원전 50기의 스위치를 차례로 껐다. ‘2030년 원전 제로(0)’까지 선언했던 나라다. 하지만 최근 전체 전력 공급의 2%가량에 불과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성과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원전만한 대안이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프랑스도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 우선 2025년까지 원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 대비 현재 75%에서 50%로 줄이려던 계획을 5~10년 늦추기로 했다.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라도 원전의 경제성을 택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원전 비중 감축 목표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늘리지 않는 한 달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무어사이드 원전을 비롯해 13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무어사이드 원전은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다. 1980년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한 스웨덴은 지난해 여야 합의로 최대 10기까지 원전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사용후재처리 비용 놓고 의견 분분
일각에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원전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원전 발전 과정에서는 방사능을 띤 폐기물이 나온다. 원전을 해체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하기 전 저장해두는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원전의 발전단가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게 원전 반대론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이런 비용을 전부 감안해도 원전의 경제성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고 원전업계는 설명한다. 원전 발전단가에 원전해체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비용 등 사후처리 비용까지 합리적으로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폐기물을 처리하고 재활용하는 기술 발전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천 기술을 확보해 외국에 수출하면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올해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40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NIE 포인트
원전의 경제적 비용과 편익 중 어떤 것이 큰지 비교 토론하고 정리해보자. 대형 원전 사고를 겪었던 일본이 왜 다시 원전 비중을 끌어 올리 려고 하는지, 중동의 원유 산유국들이 미래의 에너지 수급을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 대신 원 전 건설에 나서는 이유를 정리해보자.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
최근 들어 중동 국가 사이에선 ‘석유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석유 소비는 연평균 7%씩 늘고 있다. 높은 인구 증가율과 사계절 내내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 환경적 요인 등으로 2030년 전력 수요가 지금의 4배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등장했다. 석유가 고갈되면 해외 수출은 물론 국내에서 사용할 전력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원전은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원전의 경쟁력은 에너지원별 발전단가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전단가 또는 전력 구입단가가 가장 낮은 발전원은 원전이다.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때 원전의 생산비용이 가장 낮다는 의미다. 그다음으로 싼 발전원이 유연탄 등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은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
발전량을 자유롭게 조절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원전 장점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은 해가 떠있는 하루 4~5시간,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들 수 있다.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석유 가격은 국제 정세에 따라 출렁인다. 반면 원전 연료는 가격 변동이 적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원전은 전 세계에서 대부분 전력 생산의 기반을 이루는 ‘기저발전’으로 분류된다.
원전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석탄과 기름을 때 발전하는 화력발전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대기오염을 적게 유발한다는 LNG발전소 역시 상당량의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원전은 대기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선진국들도 “원전 다시 짓자”
안전사고 우려로 원전을 축소하려던 일부 선진국은 최근 들어 원전 비중을 되레 높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3년까지 일본은 가동 중이던 원전 50기의 스위치를 차례로 껐다. ‘2030년 원전 제로(0)’까지 선언했던 나라다. 하지만 최근 전체 전력 공급의 2%가량에 불과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성과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원전만한 대안이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프랑스도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 우선 2025년까지 원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 대비 현재 75%에서 50%로 줄이려던 계획을 5~10년 늦추기로 했다.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라도 원전의 경제성을 택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원전 비중 감축 목표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늘리지 않는 한 달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무어사이드 원전을 비롯해 13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무어사이드 원전은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다. 1980년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한 스웨덴은 지난해 여야 합의로 최대 10기까지 원전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사용후재처리 비용 놓고 의견 분분
일각에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원전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원전 발전 과정에서는 방사능을 띤 폐기물이 나온다. 원전을 해체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하기 전 저장해두는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원전의 발전단가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게 원전 반대론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이런 비용을 전부 감안해도 원전의 경제성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고 원전업계는 설명한다. 원전 발전단가에 원전해체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비용 등 사후처리 비용까지 합리적으로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폐기물을 처리하고 재활용하는 기술 발전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천 기술을 확보해 외국에 수출하면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올해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40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NIE 포인트
원전의 경제적 비용과 편익 중 어떤 것이 큰지 비교 토론하고 정리해보자. 대형 원전 사고를 겪었던 일본이 왜 다시 원전 비중을 끌어 올리 려고 하는지, 중동의 원유 산유국들이 미래의 에너지 수급을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 대신 원 전 건설에 나서는 이유를 정리해보자.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