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공유경제와 규제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경 AT커니 디지털 포럼’에서 줄리안 퍼사드 에어B&B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경 AT커니 디지털 포럼’에서 줄리안 퍼사드 에어B&B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선두자인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상장회사가 아니다. 상장 없이도 꾸준히 기업 가치를 키워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파이낸셜타임스의 조사는 이를 뒷받침한다. 7500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은 미국과 유럽 지역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총 가치가 490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 약 549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중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각각 BMW와 힐튼그룹의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 투자 유치가 끊이지 않는 기업에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는 주주들의 경영권 간섭만 커질 뿐 의미가 없다.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 불가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공유경제도 규제 필요하지만 참여자들의 평판이 더 중요하죠
호텔 객실을 보유하지 않은 숙박업체가 전통적인 호텔 기업의 가치를 넘어서자 호텔업계와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새로운 공유 숙박 서비스가 불법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규제받지 않은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들의 안전성이 침해받고, 시장의 공정성이 깨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규제를 수행하는 당국도 이들 의견을 지지한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에어비앤비로 인해 적정 가격의 가용 주택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리프트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기존 사업자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한 이들 서비스는 파리와 베를린, 스페인, 서울, 뉴욕 이스트 햄튼 등지에서 불법으로 규정돼 서비스가 금지됐다. 전통적으로 숙박과 운수는 규제 수준이 높은 서비스 분야다. 이런 분야에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되다 보니 자연히 규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보 비대칭·외부효과는 공유경제에도 존재

규제의 목적이 시장실패의 방지라는 점에서 공유 서비스에도 규제는 분명 필요하다. 코웬과 순다라라잔 교수에 따르면 공유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실패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외부효과다. 우버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우버 기사가 운전이 얼마나 능숙한지 알지 못한다(정보비대칭성 중 역선택). 또한 친절을 약속한 기사가 운전을 시작하자 돌연 난폭한 드라이버로 바뀌기도 한다(정보비대칭성 중 도덕적 해이). 한편 한 건물 내에서 일부 집만 에어비앤비 손님에게 공유가 이뤄지면 방을 공유하지 않는 옆집은 소음 공해에 시달릴 수 있다(외부효과). 이뿐만 아니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해당 영역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적 수준의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유색인종에게는 집이나 자동차를 공유하지 않는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원인에 의한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공유 사업을 규제할 제도가 필요하지만,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 공유 서비스 기업을 규제하는 하나의 제도를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참여와 신뢰를 통한 규제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문제는 기존 규제의 틀로는 새로운 공유 사업을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정부 주도로 해결했다. 운전기사가 요금을 속이지 못하도록 모든 택시에 설치한 미터기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공유경제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정부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이자 경제학자인 에이프릴 린은 공유경제와 소액 금융을 분석한 연구에서 소액 금융 거래에서는 개인의 평판이 신용기록을 대신한다고 결론지었다. 즉,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만든 평판이 실질적인 규제가 된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와 아마존, 옐프 등에서도 고객들의 사용자 후기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 잠재적 사용자들은 후기를 기반으로 소비를 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 수준이 관리된다. 사용자의 참여가 플랫폼 전체의 신뢰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공유 서비스의 문제를 스스로 규제하도록 하자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사용자들이 참여해 평판과 신뢰를 구축하면 공유 서비스로 야기될 수 있는 시장실패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 지역에는 버스 검표원이 존재하지 않아도 모두 표를 구입한다. 승객 가운데 한 사람이 랜덤하게 검표원으로 지정돼 불시에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검표원이기에 앞서 다른 승객과 같은 고객이기 때문에 구분이 불가능하다. 승객이 언제든 감시자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참여자들의 감시가 그 어떤 감시보다 효율적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거리 통신수단이 존재하지 않던 11세기 세계 무역을 주도하던 마그레브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상거래할 수 있었던 요인은 ‘상인 연합 조직’의 존재였다.

이들 커뮤니티의 구성원인 무역상과 중개상 가운데 평판이 나쁜 사람은 해당 시장에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법제도도, 통신 기반도 갖춰지지 않은 당시의 해법은 오늘날 공유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합리적 규제의 핵심은 아닌지 고민해볼 일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