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물러설 곳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에 임하다 - 사기 -
▶ 한자풀이

背 등 배
水 물 수
之 갈 지
陣 진칠 진


한나라 군사를 이끈 한신은 위나라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조나라로 진격했고, 조나라는 20만 군대를 동원해 조로 들어오는 좁은 길목에서 방어에 나섰다. 한신은 2000여 기병을 뒷산에 매복시키고 1만여 군대는 강을 등지고 진을 치게 했다. 이른바 배수진(背水陣)을 친 것이다. 한신이 명을 내렸다. “주력 부대는 내일 싸움에서 거짓으로 도망친다. 그럼 적이 패주하는 우리 군사를 추적하려고 성을 비울 것이고, 그때 기병대는 조나라 성채를 급습해 한나라 깃발을 꽂아라. 거짓으로 패주하는 군사는 강을 등진 군사와 합류해 조 군대에 맞서라.” 한신의 계책은 적중했다. 조나라 군사들은 도망치는 한나라 군사를 서둘러 쫓았고 그 틈에 기병대는 성채에 한나라 깃발은 높이 내걸었다.

전투가 끝난 뒤 부장들이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은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고 싸우라 했는데, 물을 등지고 싸워 이처럼 대승을 거두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한신이 답했다. “병서에 이르기를 자신을 사지(死地)에 내몰아 살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합지졸 병사들을 생지(生地)에 뒀다면 그냥 흩어져 버렸을 겁니다.” ‘살기를 도모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生卽死 死卽生)’는 이순신의 말을 떠올리게 되는 대목으로, 《사기》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고사다.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배수지진(背水之陣)은 막다른 곳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 임하는 결기를 의미한다. 인간은 때로 극단의 상황에서 더 큰 용기가 생긴다.

신동열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