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중국엔 기술, 일본엔 가격…뒤처지는 한국
[Cover Story] 고속철·조선·스마트폰…질주하는 중국의 기술력
중국은 한때 ‘싸구려’와 ‘짝퉁’의 대명사였다. 중국을 수식하는 ‘세계의 공장’이란 말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성격이 강했다. 중국이 자체 기술로 무엇을 만들기보다 글로벌 기업들이 낮은 임금 때문에 중국으로 몰려가면서 중국 내 생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메이드 바이 차이나(made by China)’ 제품이 지구촌에 넘쳐나고 있다. 삼성, 애플 등 외국산이 휩쓸던 중국 내 스마트폰은 상위 10개 브랜드 중 8개가 ‘메이드 바이 차이나’다. 중국의 고속철은 독일 정부가 중국산 철도 설비 수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기계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에서도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기술 격차가 역전된 업종도 속출하고 있다.

질주하는 중국의 ‘고속철 굴기’

중국의 고속철도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독일조차 중국산 철도 설비 수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의 고속철 기술이 유럽 업체들과 경쟁할 정도로 좋아졌다는 얘기다. 중국의 고속철도 기술이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많다. 중국은 터키 고속철도 차량 수출을 시작으로 러시아 미국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싱가포르 등에서 잇달아 고속철도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중국의 철도차량 수출액은 5조원 규모에 달한다. 중국은 이미 세계 고속철 수출 1위 국가다. 고속철도는 전 세계적으로 80여개국이 관심을 보여 전망도 밝은 편이다.

국회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04년 이후 10년간 한국 고속철도 노선은 3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내 고속철도는 1만6000㎞나 늘었다. 이는 전 세계 고속철도 길이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이 일본 신칸센을 탄 것을 계기로 고속철 사업을 본격화한 뒤 세계에서 가장 싸고, 가장 빠른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중국 고속철의 최고 속도는 시속 605㎞(시험운행)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한국의 ‘해무’보다 200㎞ 가까이 차이 나는 속도다.

중국은 고속철에 이어 원전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원전이 신흥시장을 넘어 선진시장으로 진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주몰이 나선 ‘차이나 조선’

중국은 한국이 오랫동안 유지한 ‘조선(造船) 최대강국’이란 타이틀도 꿰찼다. 중국은 수주 잔량 기준으로 2010년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82만CGT(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선박 무게 단위)의 80%를 중국이 수주했다. 한국의 수주율은 4.4%에 그쳤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계 수주량은 한국이 중국에 다소 앞서지만 내년에는 중국이 다시 앞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조선 건조 능력은 전 세계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이 30% 안팎으로 2위, 일본이 17% 정도로 3위다. 세계의 배는 사실상 한국 중국 일본이 만들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조선업에서 세계 최강국이 된 것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지원해준 힘이 크다. 3대 조선기지(발해만, 장강, 주강 유역)가 완공되면서 중국의 건조 능력은 2002년 8.7%에서 2013년 39.4%로 치솟았다. 한마디로 눈부신 성장세다.

중국은 고기술이 필요한 해양플랜트 분야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 기술은 IT, 항공, 자동차, 가전 등의 기술과 맞물려 있다. 기술의 시너지 효과가 커지면서 각 분야 기술이 골고루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안방 점령한 ‘차이나 스마트폰’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한 분기에 중국에서 팔리는 스마트폰은 전 세계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지난해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5억명에 달한다.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은 4억2000만대(2014년 기준) 정도로 세계 전체의 38.6%를 차지한다. 중국의 스마트폰은 기술과 가격 모두에서 삼성, 애플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372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반면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의 출하량은 29.4% 증가한 1790만대, 화웨이 스마트폰은 48.1% 급증한 2990만대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은 샤오미가 13.7%, 애플이 12.3%, 화웨이가 11%, 레노버가 9.5%를 차지했다. 삼성 스마트폰은 7.9%에 그쳤다. 올 1분기 중국 내수시장 판매 톱 10에는 샤오미(1위), 화웨이(3위), 레노버(5위), 비보(6위) 등 중국 기업 8개 업체가 포함됐다. 고품질 LTE 스마트폰에서도 중국산은 빠르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나 TV 등 가전제품에서도 한국 기술력을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