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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723호 2021년 9월 27일

Cover Story

[커버스토리] 애굽에서 시리아 거쳐 아프간까지…기나 긴 ''난민 역사''


난민의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인류가 정복, 전쟁, 권력 다툼을 시작한 이래 난민은 존재했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성서에도 난민은 등장합니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민족의 난민 이야기입니다. 이집트의 박해, 탄압, 빈곤을 피해 광야를 걷고 바다를 넘어서 ‘약속의 땅’에 도착한 이들은 거대한 난민들이었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난민은 자기 조국을 버리는 사람이지만, 이스라엘 난민은 땅을 찾는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죠.

고전적인 난민은 15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페루의 마추픽추는 난민들이 만든 잉카 문명의 요새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해발 2430m에 달하는 산 정상에 세워져 있습니다. ‘세계 10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마추픽추는 아름다운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그 역사는 유럽인들의 학살과 탄압에 못 견딘 원주민의 아픈 난민사 그 자체입니다. 폭력 정치가 얼마나 심했으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곳에 도시를 세웠을까요?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자유를 찾으려는 열망이 없었다면 마추픽추의 사업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종교 박해로 인한 난민 이동은 17세기 유럽의 세력 판도를 바꿔놓기도 했습니다. 독일 신부 마르틴 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은 프랑스에서 신교도와 구교도 간 대립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프랑스는 가톨릭 중심 국가였기 때문에 신교도를 탄압했습니다. 종교는 유럽의 역사를 다방면에서 바꿔놓은 핵심 문제였죠. 16세기 말부터 프랑스에선 신교도인 위그노에 대한 탄압과 학살이 자행됐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낭트 칙령이 1598년 선포돼 일단락된 듯했으나 1685년 루이 14세가 이를 무효화하자 위그노는 탄압에 시달렸습니다. 대표적인 탄압은 구교로의 개종 요구였죠. 당시에 종교는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위그노들은 개종을 거부했습니다. 이들은 결국 프랑스를 떠나 난민이 되기로 했습니다. 프랑스의 보호를 거부하고 국경을 넘었다는 점에서 난민이었습니다. 이들이 들어간 나라는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프로이센이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1685~1689년 사이에 적어도 20만 명의 위그노가 프랑스를 탈출했다고 합니다. 위그노의 탈출은 가난한 사람,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이 난민이 되는 사례와 달랐습니다. 위그노는 교육 수준이 높았고 비단, 시계, 보석, 가구 제작에 능숙한 기술자와 노련한 상공업자들이었죠. 프랑스의 시각에서 보면 일종의 심각한 ‘두뇌 유출’이었습니다. 반면 이들을 받아들인 네덜란드는 유럽 최고의 국가가 됐습니다. 주식회사가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배경에 위그노 난민이 있었던 셈이죠. 프랑스는 이후 궁핍해졌죠. 색다른 난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헨리 8세 시대 영국에서도 종교 박해가 심했는데, 청교도들은 종교 자유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영국을 떠나 신대륙에 도착하죠.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라고 표현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종교와 정치 박해를 피해 대서양을 건넌 난민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난민은 2차 세계대전 언저리에 많이 발생했습니다. 히틀러의 인종 말살을 피해 유대인들은 인근 유럽 국가와 바다 건너 영국과 미국으로 도망쳤습니다. 베트남의 ‘보트 피플’은 가장 비극적인 난민들이었습니다. 1972년 베트남이 공산화되자 나라를 등져야 했던 사람들은 돛단배 같은 열악한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돌았습니다. 보트 피플 사진을 찾아보면 난민의 삶이란 지옥과도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기도 했지요.

난민 문제가 지구촌의 문제로 인식된 것은 20세기 중반입니다. 유엔난민협약 제정은 그런 노력의 결실이었습니다. 이 협약으로 난민의 정의(박해, 전쟁, 테러, 빈곤, 재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한 사람으로서 본국의 보호를 원치 않는 사람)와 지위가 확정됐습니다. 난민을 인정하고 난민을 해당국으로 되돌려 보내지 않는다는 선언이 공포됐습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 국회에서 국제법으로 비준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난민은 21세기에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예멘,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지역과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등지에서 발생한 수백만 명의 난민이 모국을 버리고 인근 국가와 먼 나라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수는 30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오랜 내전과 국제 분쟁으로 정치, 경제, 문화가 완전히 파괴된 시리아에선 무려 700만 명의 난민이 생겼습니다. 남수단과 아프가니스탄이 거의 비슷한 300만 명대이고, 최근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와 소말리아에서도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한때 인종 청소가 진행된 발칸반도 국가와 이라크 인근 지역에서도 수십만 명의 난민이 나왔습니다. 탈북민들도 일종의 난민입니다.

이들이 주로 가는 나라는 인근 국가나 난민에 개방적인 국가들입니다. 우간다, 파키스탄, 레바논은 인근 국가들이며, 독일,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는 난민에 개방적인 잘사는 국가들입니다.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난민은 작년 말 현재 3500명(탈북민 제외) 정도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① 이민과 난민의 차이를 구별하는 개념을 정확하게 정리해보자.

② 베트남에서 발생한 보트 피플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찾아보자.

③ 종교와 정치 신념의 차이가 어떻게 난민을 발생시키는지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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