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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78호 2020년 10월 12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전환을 통한 질적 성장의 추구


파푸아뉴기니의 바이닝족을 이해하는 데는 1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관심을 갖던 연구자 대부분이 우울증에 걸려 연구가 계속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20년대의 유명 인류학자인 그레고리 베이트슨, 1960년대의 제러미 풀 모두 마찬가지였다. 원인은 지루함이었다. 그들의 문화는 지독하게 지루했던 탓에 바이닝족과 함께 생활하던 연구자들은 우울증에 빠져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 사회의 최대의 적, 지루함
바이닝족의 사회는 매우 따분했다. 신화나 종교, 지배계층도 없었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누구나 일에 열중했다. 문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따분한 이들 문화의 형성 원인은 199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밝혀졌다. 인류학자 제인 파잔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없고, 놀면 벌을 받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 사회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한 사람을 일꾼으로 육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던 탓에 문화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호모 루덴스’라는 용어로 놀이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역설한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가의 통찰과 같은 맥락이다. 놀이가 이야기를 만들고, 문화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일에 집중하는 사회에서는 혁신이나 창조성, 문화를 창출할 수가 없다.
쓸모없는 일자리의 증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케인스 시대의 일자리 절반이 이미 기계와 로봇에 의해 대체됐다는 주장부터, 20년 후일지, 40년 후일지는 모르지만 로봇에 의한 일자리 소멸은 확실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경제학자가 이에 동의하면서도 역사적으로 50년 혹은 100년 단위로 기간을 잘라 보면 경제가 성장할수록 많은 일자리가 사라져 왔지만 이는 언제나 다른 일자리로 대체돼 왔음을 강조한다. 일자리 소멸과 생성은 역사의 관점에서 단지 ‘경제적 대사’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노동 대부분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인공지능(AI) 때문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데이비드 그레이버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의미 없는 일자리의 증가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로봇, AI에 의한 일자리 감소가 발생하는 한편에서 본인조차 ‘쓸모없다’고 느끼는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에세이 《Bullshit Jobs》를 통해 사회가 항상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커다란 압박을 받는 탓에 기업과 정부는 필요 없는 것들을 처분하기보다 의미 없는 일을 조금씩 만들어 간다고 설명한다. 그는 오늘날 많은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비효율성을 설명하면서, 1980년대 진행된 블루칼라 업무의 효율성 촉진으로 남은 돈을 불필요한 사무직원을 고용하는 데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모스크바에서 빵을 사면 계산대에 3명의 점원이 존재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 사람은 빵의 무게를 재고, 다른 사람은 빵을 봉투에 넣으며, 남은 한 사람은 돈을 받고 영수증을 건네줬다. 모든 사람이 월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옛 소련은 이런 비효율적인 경제구조 탓에 더 이상 번성하지 못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삶의 질 추구
바이닝족 사례와 불필요한 일자리의 증가 현상에서 공통적으로 양적 성장 중심의 사고가 초래하는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초래한 문제들이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자유시간이 늘어날수록 바보상자인 TV만 보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TV 시청 시간이 긴 국가는 터키와 일본과 같이 노동시간이 긴 국가들이다. 일로 인한 피곤이 심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휴식은 TV 시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이 짧을수록 봉사활동에 참여해 어린아이와 고령자를 돌보고,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는 육체와 정신이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라는 용어가 ‘효율성’이라는 가치와 연관돼 그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육체적인 만족만을 높여줄 뿐이다. 아직 효율성을 높일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동시에 삶의 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은 단지 개별 공장, 개별 기업의 생산성 향상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 전체의 최적화를 찾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양적 성장만이 아니라 질적 성장의 목표가 동시에 추구될 때 이전 시대의 혁신과 차별화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포인트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 목적은
양적·질적 측면의 동반성장 추구
삶의 질에 관한 다양한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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