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665호 2020년 5월 25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기술발전이 초래하는 소득불평등에 관한 고민들


흔히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좌절한 혹자는 ‘자본주의의 문제는 누구나 자본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세간의 불평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본’이란 재산과 연관된 것만을 떠올리지만, 가난하든, 가난하지 않든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소유하는 자본인 인적자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본의 종류와 소득 불평등

자본은 전통자본과 인적자본으로 구분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전통자본이란 ‘어떤 시기 어떤 정부와 거주자들이 소유한 것 가운데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본은 전통자본에 가깝다. 유·무형의 자본, 금융과 비금융자본 모두가 여기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건물, 주식, 지식재산권, 소프트웨어 등을 의미한다. 한편, 자기자신도 자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인적자본이라고 부른다. 인적자본이란 용어는 1920년대에 경제학자 아서 세실 피구가 처음 사용했다. 인적자본은 사람들이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과 일에서 쌓은 기술 모두를 의미한다. 인적자본은 다른 자본과 마찬가지로 투자할 수도 있고, 인적자본마다 가치가 다르고, 인적자본을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교육과 업무 현장에서 쌓은 인적자본을 통해 돈을 벌기도 하고, 전통자본을 활용해 돈을 벌기도 한다.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전통자본이 인적자본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인적자본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줄어들고, 전통자본으로 얻는 소득은 높아진다는 점이다.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소득 격차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불평등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자본의 가치가 다른 사람의 자본과 크게 차이가 날 때 발생한다. 소유한 자본이 인적자본밖에 없다면, 기술의 발전으로 실업이 발생하는 세상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인적자본일지라도 소득 불평등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현실화된 소득 불평등

기술의 발전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이론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분명 기술 발전은 사회 전체의 부를 증가시키지만, 증가된 부는 어떤 자본을 얼마나 소유하는지에 따라 분배의 정도가 달라진다. 실제 미국의 경우 1980년 이전 34년 동안은 전체 집단에서 소득이 고르게 증가했지만, 이후 34년 동안은 저소득층의 소득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최상위 1%의 소득은 크게 치솟았다. 최상위 1%에 주목해보면, 이들의 소득점유율은 지난 30~40년 동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심지어 평등한 국가로 손꼽히는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범위를 보다 좁혀 최상위 0.1%와 0.01%를 비교하면 보다 극적이다. 미국에서 상위 0.1%의 소득점유율은 1981년부터 2017년 사이 최소 3.5배 증가했고, 상위 0.01%의 소득점유율은 5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최상위층의 소득점유율 증가 원인을 둘러싼 많은 분석이 있다. 많은 학자들은 기술 진보를 그 원인으로 꼽지만, 사실 기술 진보가 최상위층의 소득을 어떻게 증가시켰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을 살펴보면 인적자본과 전통자본 가운데 어디의 이익이 커지고 있는지 명확히 살펴볼 수 있다. 20세기 내내 전체 소득의 3분의 2는 인적자본의 노동으로 인한 소득에 귀속되고, 전통자본의 몫은 3분의 1가량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인적자본의 몫을 ‘노동소득분배율’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개발도상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노동분배율이 감소하고 자본분배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는 기술의 진보를 노동분배율 감소 원인으로 지목한다. 기술의 발전은 기업들로 하여금 노동보다 전통자본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부추겼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슈퍼스타 기업일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이 낮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불평등이 가져올 세상

전체 소득 가운데 노동자의 몫이 줄어든다는 것은 자본의 몫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케티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나라와 모든 시기에 걸쳐 예외없이 발생하는 사실이다. 문제는 전통자본의 소유가 공평하지 않다는 점이다. 피케티는 그의 분석을 통해 대다수 국가에서 상위 10% 부유층이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할 때 인구의 절반인 재산 하위 50%는 거의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미국의 상위 0.1%가 보유한 부는 하위 90%의 재산을 모두 합친 것과 동일하다.

모든 불평등의 원인이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 진보가 고숙련 노동자의 급여를 높이거나 노동력을 대신해 전통자본을 활용하도록 부추겨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불편하지만 이러한 추세를 인식하는 것은 개인과 정부, 기업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딛고 있는 땅이 어떤지 파악해야 어떤 방식으로 발을 내딛을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불평등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가마다, 사회마다 조금씩 다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소득 불평등은 어쩔 수 없이 바라봐야만 하는 문제는 아니다. 제도는 타고난 불균형과 최종적인 소득 불균형의 간극을 줄여줄 좋은 수단 가운데 하나다. 분배는 어느 시기, 어느 사회에서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고, 문제일 것이다. 기술 진보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배의 문제를 고민했던 앞선 국가들의 사례들을 살펴볼 시점이다.

☞ 포인트

기술적 실업으로 소득 불평등 심화
기술 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배의 문제 다양하게 고민해야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