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오철 교수의 신흥국이 궁금해 (5) 캄보디아
일본 이온그룹이 프놈펜에 설립한 쇼핑센터 이온몰.
일본 이온그룹이 프놈펜에 설립한 쇼핑센터 이온몰.
몇 년 전에 필자가 대학에서 ‘신흥시장 지역연구’라는 과목을 가르칠 때 동료 교수님과 열띤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투자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국가 위험도 적은 선진국에 투자하는 게 신흥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좋은 투자’가 아닌가 하는 주제였다. 사실 ‘더 좋은 투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The higher the risk, the greater the return)’이라는 경제학적으로도 증명된 격언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격언은 투자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말로 큰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의미임을 확실히 하고 싶다.

(4) 캄보디아의 미래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돈 벌 기회 더 많아

대부분 신흥국들에 투자했을 때 투자의 걸림돌은 저개발 인프라, 만연한 부정부패, 낮은 노동생산성, 특유의 국가 리스크, 사유재산권의 불분명함 등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 사회주의 시스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택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같은 동남아시아의 신흥국과 중국 같은 국가들은 예외 없이 초창기에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했다는 것은 투자 입장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실이다. 캄보디아처럼 10년간 연평균 7%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외국환 거래와 외국인 규제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고, 미국 달러 사용이 자유로우며,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수출할 때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 국가에서는 돈을 벌 기회가 상대적으로 선진국보다 더 많다. 70의 법칙을 적용해 봐도 10년간 연평균 7%대의 경제성장을 하면 국내총생산(GDP)이 두배가 증가할 테고, 이는 10년 만에 개별 국민 소득이 평균 두 배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 부영이 캄보디아 현지에 설립한 부영-크메르은행.
한국 기업 부영이 캄보디아 현지에 설립한 부영-크메르은행.
일본에 관광을 가면 한 번쯤은 찾는, 일본 최대 유통 기업인 이온그룹이 운영하는 이온몰(Aeon Mall)이 있다. 이온그룹은 2014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매장 면적 6만8000㎡(축구장 9개) 규모의 대형 쇼핑몰을 열었다. 당시 캄보디아 1인당 GDP는 1100달러에 불과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온그룹은 금융 자회사를 활용한 ‘할부 제도’를 통해 캄보디아 중산층의 낮은 구매력을 극복하면서, 자체상표(PB)를 개발하는 등의 현지화 전략으로 크게 성공하게 된다. 많은 리스크가 있었지만 과감한 투자로 개장 첫해 100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이온그룹이 일본 본토나 유럽에 이온몰을 열었다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이온그룹은 1호점 개장 이후 면적을 약 30% 늘린 2호점을 열었고, 연이어 3호점을 론칭한다. 3호점은 규모를 훨씬 늘려 1호점의 약 2.5배 규모로 조성할 예정인데, 한국의 현대엔지니어링이 2020년 4월 약 2000억원에 이 몰의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과거 이온몰2 공사를 한 경험이 있고, 당시 공기를 한 달 이상 단축하는 성과를 거둬 이온그룹과 상당한 신뢰감이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의 한·일 협력 ‘성과’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카르타고인과 적대적인 리비아인의 교역을 소개하고 있다. 그 방식이 매우 특이한데, 리비아 해안에 도착한 카르타고 선원들은 아무도 없는 해안에 상품을 하역하고 배로 철수한 다음 연기로 신호를 보낸다. 연기 신호를 본 리비아인들은 해안에 나와 상품을 검사하고 대가에 합당하다고 생각한 양의 황금을 두고 숲속으로 철수한다. 리비아인의 철수를 확인한 카르타고인은 다시 상륙해 황금을 살펴보고 상품의 대가가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황금을 가지고 철수하고, 만약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상품과 황금을 그대로 두고 다시 배로 돌아가 기다리면서 무언의 흥정을 계속한다는 내용이다. 카르타고인과 리비아인들은 만나면 칼을 빼 들고 싸우는 사이지만 거래 과정에서 리비아인들이 상품만 가지고 달아나거나 카르타고인들이 황금만 챙겨서 달아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런 거래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테샛(TESAT·경제이해력검증시험)에 출제된 문제였고, 정답은 거래 당사자의 순수한 인간성이나 지중해의 문화가 아니라 바로 교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이다.

현재의 한·일 관계는 정치적으로는 악화일로에 있지만, 경제적 입장에서는 상호 이익이 되면 신뢰를 지키고 협력한다. 2014년 이온몰1의 오픈은 프놈펜에 할부금융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고, 이런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는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의 금융회사들도 할부금융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를 가져왔으며, 이는 다시 이온몰 매출로 이어졌다. 한국은 신한은행 진출을 시작으로 우리파이낸스, 농협파이낸스 등 13개 금융회사가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고 건설업체인 부영도 부영-크메르은행을 소유하고 있다.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 높여야

10년 새 GDP 두 배 키운 캄보디아…성장동력 잃지 말아야
앞으로 캄보디아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1985년부터 현재까지 36년째 집권하고 있고, 최근 야당에 대한 탄압 문제로 미국 및 서구와는 사이가 좋지 않게 돼 적극적인 친중(親中) 정책을 펴고 있다. 또한 오랜 집권을 더 연장하기 위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추진하고, 20만 명의 공무원들에게 새해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하고, 각종 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아마 나중에는 캄보디아도 대형 쇼핑몰에 대한 영업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희망적 미래와 투자 리스크가 공존하는 캄보디아가 계속해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성장동력을 잃을 것임은 확실할 것이다.

오철 <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NIE 포인트

①경제가 안정적인 선진국과 불확실성이 큰 신흥국 가운데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②캄보디아는 신흥국 투자의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들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③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캄보디아가 지속 성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