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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62호 2020년 5월 4일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양두구육(羊頭狗肉)


▶ 한자풀이

羊:양 양
頭:머리 두
狗:개 구
肉:고기 육


양 머리에 개고기라는 뜻으로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음을 의미-<오등회원> <양자법언>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靈公)은 여인들이 남장하는 것을 보기 좋아했다. 그의 특이한 취미가 온 나라에 전해지자 제나라 여인들이 온통 남자 복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해들은 영공은 남장을 금지시켰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대 명성 있는 사상가인 안자(晏子)를 우연히 만나 금지령이 지켜지지 않는 까닭을 물었다. 안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군주께서는 궁궐 안에서는 여인들의 남장을 허하면서 궁 밖에서는 못하게 하십니다. 이는 곧 문에는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懸牛首於門, 而賣馬肉於 也). 어찌하여 궁 안에서는 금지하지 않으십니까? 궁중에서 못하게 하면 밖에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영공은 궁중에서도 남장을 금하게 했고 한 달이 지나 제나라에 남장하는 여인이 없게 되었다. 송나라 때 지어진 <오등회원(五燈會元)> 등에 전해지는 얘기다.

이후 여러 문헌과 구전에 의해 원문의 소머리는 양머리로, 말고기는 개고기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이처럼 겉으로는 좋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알고 보면 실속 없이 졸렬한 것을 말한다. 양두마육(羊頭馬肉) 표리부동(表裏不同) 명불부실(名不副實)은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이고, 명실상부(名實相符) 명불허전(名不虛傳)은 반대 뜻의 사자성어다.

세상에는 속과 겉, 명분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애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단의 이익만을 위하면서도 ‘정의’라는 포장을 한다. ‘요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연일 양두구육이다. 그럴싸한 슬로건으로 표심을 잡으려 하지만 실제로는 당선부터 되고 보자는 심산이다’ 식으로 쓰인다.

품질은 콘텐츠와 포장의 결합이다. 공자의 문질빈빈(文質彬彬)은 바탕(내용)과 꾸밈(형식)이 함께 빛나는 것을 뜻한다. 문(文·형식)이 질(質·바탕)을 이기면 겉만 번지르르한 실속 없는 포장이 된다.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작가/시인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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