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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60호 2020년 4월 20일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건곤일척 (乾坤一擲)


▶ 한자풀이

乾: 하늘 건
坤: 땅 곤
一: 한 일
擲: 던질 척


건곤(乾坤)은 ‘주역(周易)’에 나오는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를 이르는 것으로 천하 천지를 뜻한다. 건곤일척은 곧 천하를 걸고 한번 던져 승패를 겨룬다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 제일의 문장가 한유(韓愈)는 옛날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양분하는 경계로 두고 싸움을 한 홍구를 지나다가 ‘과홍구(過鴻溝)’라는 시를 지었다. 시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용은 지치고 호랑이도 피곤하여 강과 들을 나누어 가지니(龍疲虎困割川原)

이로 인해 억만창생의 목숨이 살아남게 되었네(億萬蒼生性命存)

누가 임금에게 권하여 말머리를 돌리게 했는가(誰勸君王回馬首)

참으로 한번 겨룸에 천하를 걸었구나(眞成一擲賭乾坤).’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두 사람의 싸움은 수년간 계속되었다. 그러나 승부가 나지 않았고 홍구 지역을 기준으로 서쪽은 유방이, 동쪽은 항우가 갖기로 하면서 싸움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유방이 철군하려 하자 참모인 장량과 진평이 간곡히 요청했다. “한나라는 천하의 태반을 차지하고 제후들도 따르고 있습니다. 반면 초나라 항우의 군사는 몹시 지쳐있고 군량마저 바닥이 났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초나라를 멸망시키려는 뜻이오니 당장 쳐부숴야 합니다.” 유방은 말머리를 돌려 천하를 걸고 단판 승부를 벌였고, 항우는 대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나라는 이렇게 중국 천하를 다시 통일했다.

여기서 유래한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승패와 흥망을 걸고 마지막으로 결행하는 단판승부, 또는 운명을 걸고 어떤 일에 나서는 대범한 용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레미제라블’의 저자 빅토르 위고는 “미래는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한 자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에게는 미지(未知)이며, 용기 있는 자에게는 기회다”라고 했다. 인생의 험한 길을 걷는 자에겐 때때로 건곤일척의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다.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작가/시인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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