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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58호 2019년 12월 23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공유와 협업은 초연결시대의 가치를 극대화해요

앨런 튜링은 게이였다. ‘튜링 테스트’를 개발해 오늘날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튜링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인간의 본질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결국 스스로를 버리고 말았다. 튜링은 그의 논문에서 인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인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됨이란 당시에 만연했던 인간에 대한 좁은 이해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동성애가 인간 속성의 하나로 인정되는 오늘날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는 동성애를 탄압했던 정부를 대신해 튜링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변화하는 인간의 본성

기술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인간을 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회학 및 경영학 교수들이 참여한 저서 《초연결》의 저자들은 MIT 미디어랩 과학자들의 면접조사 사례를 바탕으로 이를 설명한다. 결과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경우 자기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인격이 등장할 때까지 말을 건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격을 가진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아이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다양한 인격과 어울리는 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MIT 연구원들은 이를 두고 AI 기술이 익숙한 우리 아이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전혀 새로운 유형의 인간과 선입견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는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 환경이 대표적이다. 이들 매체는 인간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간 경계를 희미하게 한다. 공인의 페이스북 활동이 사견인지 공적 책임의 대상인지 모호하다. 제도적인 면에서도 이를 기성 언론으로 취급해 감독을 받아야 하는 대상인지 명확하지 않다. 신기술로 세상이 재구성된다면 그동안 주목되지 않았던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인간의 본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늘어나는 개인의 자율성

정보기술(IT)의 발전은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모바일 플랫폼 발전의 기반이 됐고, 더 나아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환활동을 창출할 수 있었다. 플랫폼의 발전은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극대화시키고 이는 AI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발달한 AI가 사회 각 분야에 도입되기 시작하자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지적되곤 한다.

일자리에 대한 다양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조직이 주는 안정성에 기댈 수 있는 일자리는 감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동시에 각 개인에게 자유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이 주는 일자리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창출할 기회가 이전보다 많아진다는 것이다. 온라인에 상시 접속돼 있는 주체들은 스스로가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플랫폼의 대명사가 된 우버 에어비앤비 등은 모두 거대 기업이 아닌, 몇몇 개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구현된 결과물이다. 개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와 콘텐츠 크리에이터 역시 이에 해당한다.

이는 모두에게 열린 기회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확산되는 공유문화와 소액 투자가 가능한 크라우드 펀딩의 활성화로 인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 낮은 초기비용은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금방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실패의 비용이 낮아졌다는 것은 배움과 도전의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귀결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인간의 설 자리를 좁힌다는 비판이 있지만, 동시에 사회 전반에 거쳐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새롭게 추구할 기회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공유와 협업이 인간 고유의 가치를 극대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기술 등의 공통점은 모든 것을 연결해 융합한다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연결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주체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 많은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로 제공되는 이유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에서 공유와 협력은 필수다. 생산의 주체가 된 개인의 지식과 경험은 공유될 때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 창출의 기반이 된다. 다른 사람의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나의 것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유와 협업은 인간 고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인간만의 방식이며, 신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 고유의 영역을 넓힐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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