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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57호 2019년 12월 16일

Cover Story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에도 우울했던 2019년 ‘무역의 날’

한국 경제는 수출을 기반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다른 나라보다 자본과 자원이 빈약했지만 무역을 통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면서 한국 경제는 위기에 처했다. 보호무역이란 각국 정부가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해 수입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무역정책을 뜻한다.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최고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 아래에서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보호무역으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대통령 축사에도 분위기 싸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최근 한국의 무역 성과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10대 국가의 수출은 줄었지만 한국은 올해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고, 11년 연속 무역흑자라는 값진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념식에 참석한 무역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과의 관계마저 나빠져 내년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성과만 강조하는 대통령 축사를 들으니 마음이 더 답답해진다”고 토로했다.

각종 경제 동향 분석자료 및 통계 지표를 보면 기업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발간한 ‘경제동향 12월호’에서 9개월 연속 ‘경기 부진’ 진단을 내렸다.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를 포함한 한국 사회의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이슈를 바꿔가며 시급한 정책 입법을 미루고, 사회 각계의 이해집단들은 최저임금·탄력근로·공유경제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자기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한국 수출, 중국 의존도 25%

한국 수출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높은 중국 의존도다. 한국의 올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8%에 달한다. 작년 26.8%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너무 높다. 중국이 고성장을 거듭하던 2010년 초반,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도 함께 타격을 받았다. 정부는 앞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출 부진이 글로벌 무역전쟁 외에도 한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이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휴대폰 조선 철강 등 한국이 주력이던 산업에 뛰어들면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는 구조적 변화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미국 또는 일본처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호무역주의에 타격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상품 교역량이 지난해에 비해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반년 전인 지난 4월 전망치 2.6%에서 반토막 난 것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WTO는 내년 상품 교역량 증가율도 3.0%에서 2.7%로 낮춰 잡았는데, 그나마 미·중 무역분쟁이 원만하게 타협되는 것을 가정한 수치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의 정치 무기화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제한 조치도 이런 맥락에서 걱정을 더하게 한다. 1920년대 경기불황이 닥치자 각국이 자국만 살기 위해 관세를 높이면서 세계 경제가 대공황의 수렁에 빠졌듯이 이번에도 이런 움직임이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보호주의 무역갈등이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복잡한 정치적 요소들과 얽혀 있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김진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은 향후 글로벌 경제, 기술 발전, 세계적인 역학구조의 주도권을 다투는 복잡한 배경이 얽혀 있다”며 “각국의 정치적 요소까지 고려한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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