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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57호 2019년 12월 16일

Cover Story

정부 수출 ''장밋빛'' 전망 매번 빗나가…12개월 연속 ''마이너스''

올초만 해도 정부는 수출 실적이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1~6월) 수출이 부진해도 하반기(7~12월)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었다. 정부 기대와 달리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이 계속되자 “10월에 수출 실적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11월부터는 수출 감소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10월에 전년 동기 대비 14.8% 하락한 데 이어 11월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수출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2월(-1.7%)부터 지난달(-14.3%)까지 12개월 연속 하락세(전년 동기 대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산업부 내부 전망이 어긋난 데는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가 취소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매장된 석유, 가스 등을 탐사·시추·발굴·생산하는 장비다. 해양플랜트 업계에서는 통상 최초 계약을 맺을 때 계약금을 일부 주고, 조선사가 계약된 품질의 설비를 기한 내에 완성하면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치르고 선박을 인도받는다. 인도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면 남은 건조대금을 제때 회수하기 힘들다.

산업부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유럽에 납품할 예정이던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선박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감소했다”며 “우리나라 수출 구조가 반도체 등 특정 품목 및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점도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위축되고 반도체·석유화학 부진

미·중 무역갈등 여파가 지속된 데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및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이 이어진 점이 수출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이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가장 큰 시장이 흔들리니 전체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반도체 수출은 73억9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06억8000만달러)과 비교할 때 30.8%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5월 -30.5%를 기록한 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30% 안팎의 감소율을 보였다. 반도체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한다.

반도체 수출 부진은 반도체 가격 하락 때문이다. 값이 떨어지니 아무리 많은 물량을 팔아도 전체 금액이 줄어든다. 주력인 D램 8Gb 가격은 지난달 평균 2.81달러로, 1년 전 대비 3분의 1 토막 났다. 같은 기간 낸드 가격은 4.74달러에서 4.31달러로 9.1% 떨어졌다. 중국의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와 스마트폰 시장 부진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공급에 못 미쳐서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수출이 11월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12.2% 급감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시장이 부진해서다.

정부, 기대하는 ‘기저효과’는 일종의 착시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까닭은 한국의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와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37.5%로 집계됐다. 수출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주요 무역상대국의 경기변동이나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국내 경제가 출렁인다는 의미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중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세 번째로 높다.

정부는 내년 2~3월엔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1년 이상 수출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기대할 만한 데다 반도체 단가가 서서히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내년 수출 여건도 녹록하지 않지만 1분기(1~3월) 중엔 확실히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저효과로 인한 플러스 전환은 일종의 착시효과인 만큼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출 실적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수출 경기 진단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2월에는 반도체 단가 개선, 일평균 수출액 회복, 기저 효과 등으로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출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해 시장 다변화, 소재·부품 고부가가치화, 소비재 및 신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수출구조를 혁신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구은서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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