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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50호 2019년 10월 28일

경제사 이야기

''고려사''는 귀족들의 농민 수탈이 심해졌다고 썼지만 농업생산력과 농민 권리 커져 조세율은 크게 낮아졌죠


몽골과의 전쟁 이후 고려의 사회 구성에 큰 변화가 일었다. 전쟁으로 농지가 황폐하자 조세의 수취가 어려워졌다. 귀족·관료에 대한 녹봉 지급이 줄어 그들의 생활이 곤궁해졌다. 1257년 그들에게 수조지(收租地)를 지급하는 제도가 부활했다. 1075년에 시행된 녹봉제는 182년 만에 폐지됐다.

‘고려사’의 의도

다시 지급된 수조지를 가리켜서는 녹과전(祿科田)이라 했다. 녹과전의 설정은 경기도에 한했다. 왕족과 공신에게도 수조지가 지급됐는데, 별사전(別賜田)이라 했다. 별사전은 경기도의 범위를 벗어나 전국적으로 설치됐다.

녹과전 규모는 10∼12세기 전시과(田柴科)에서의 사전(私田)보다 훨씬 컸다. 예컨대 제1과 중서령(中書令)에게 지급된 사전은 100결임에 비해 녹과전은 300결이나 됐다. 특히 별사전의 규모가 커서 산천을 경계로 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 같은 13∼14세기의 토지제도를 두고 후대의 <고려사>는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귀족의 농장에 편입된 농민들은 수탈이 가중됨에 따라 점점 고달파졌다. 농장의 팽창은 정부 재정을 압박했으며, 이는 각종 잡세의 신설을 유발해 농촌 경제를 압박했다. 농민들은 처자를 팔거나 사방으로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이 같은 <고려사> 논조에는 조선 왕조의 역성혁명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었다

10분의 1 수조율의 성립

이전에 소개한 대로 고려 왕조의 수조율은 공전과 사전에 따라 달랐다. 공전은 4분의 1, 사전은 2분의 1이었다. 이런 차이는 고려 왕조의 집권적 지배 체제가 정비됨에 따라 점차 해소됐다. 12세기 초 고려 왕조는 공전과 사전의 농민을 전호의 지위로 일괄 규정한 다음 사전을 개간한 농민에게 1∼2년간 조세를 면하는 혜택을 베풀었다. 이를 계기로 사전의 수조율은 공전의 수조율과 같아지기 시작했다.

1225년 이규보는 어느 정부 창고의 상량문을 지으면서 공전의 수조율이 10분의 1이라고 했다. 고려 왕조가 수조율을 일부러 낮추지는 않았다. 10∼12세기만 하더라도 1년 1작의 상등전보다 2년 1작의 중등전이나 3년 1작의 하등전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휴한(休閑)농법이 13∼14세기에 걸쳐 1년 1작의 연작(連作)농법으로 진보했다. 그 과정에서 4분의 1 수조율은 수조량이 고정된 가운데 자연스럽게 10분의 1로 낮아졌다.

1257년의 녹과전 지급은 10분의 1 수조율을 전제했다. 중서령에게 지급된 녹과전 300결의 수입은 30결의 소출에 해당했다. 10∼12세기 중서령에게 지급된 사전 100결의 수입은 수조율이 2분의 1이므로 50결의 소출에 해당했다. 그 사이 토지의 소출이 1.7배 증가했다면 사전 100결과 녹과전 300결의 수입은 동일하다. 녹과전의 지급은 이 같은 농업 생산력 발전과 그에 따른 수조율 저하를 전제했다.

민전이 늘어나다

토지의 소출이 증가함에도 수조량이 고정된 것은 토지에 대한 농민의 권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토지는 농민의 사실상의 소유인 민전(民田)으로 바뀌었다. 직접생산자의 자기 노동에 기초한 근로적 소유였다. 1375년께 이후 조선 왕조를 창건한 주역의 한 사람인 정도전은 전라도 나주의 거평 부곡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정도전이 교제한 이웃 농민은 향리 신분이 아님에도 철 따라 술 빚기를 빼먹지 않을 정도로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누렸다. 힘써 농사를 지은 결과라고 했다. 정도전은 나주의 일반 촌민에 대해 “자기 땅 농사짓고 자기 집 살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휴식해 그 인생을 즐긴다고 했다. 14세기 후반 나주 농촌사회의 넉넉한 분위기는 전국의 토지가 고려 왕조의 국전(國田)에서 일반 농민의 민전으로 바뀌는 13세기 이래의 역사적 추세를 대변했다.(하편에서 계속)

기억해주세요

토지의 소출이 증가함에도 수조량이 고정된 것은 토지에 대한 농민의 권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토지는 농민의 사실상의 소유인 민전(民田)으로 바뀌었다. 직접생산자의 자기 노동에 기초한 근로적 소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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