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이란 뜻으로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맹자(孟子)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농단 (壟 斷)
▶ 한자풀이

壟: 밭두둑 농(롱)
斷: 끊을 단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 세금이 부과된 연유가 《맹자》 공손추편에 나온다. 맹자가 말했다. “누군들 부귀해지기를 원하지 않겠는가마는 ‘유독 높은 곳’에서 혼자 이익을 독차지하려는 자가 있다.” 농단은 여기서 언급된 ‘유독 높은 곳’이다. 언덕 농(壟) 끊을 단(斷), 즉 깎아지른 듯이 높은 언덕이 농단이다.

맹자의 말을 더 풀어보자. 옛날 시장은 남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모자라는 물건과 맞바꾸는 장소였다. 시장 관리는 그 교환이 바른지를 지켜보는 정도였다. 한데 한 사내, 맹자의 표현을 빌리면 한 천부(賤夫)가 시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壟斷)에 올라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꿰고 시장 이익을 그물질하듯 거둬갔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천하게 여겼고, 그 이후로 시장에는 세금이 생겼다. 농단은 본래 가파른 언덕 꼭대기란 뜻이었지만 높은 곳에 올라 정보를 독점하고, 그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독식한다는 뜻으로 쓰임이 옮겨갔다.

인간은 누구나 높아지기를 바란다. 지위가 높아지고, 권력이 높아지고, 인기가 높아지기를 꿈꾼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려는 건 인간의 본능적 욕구다. 높은 곳에선 두루 보인다. 정보가 보이고, 이익이 보이고, 사람이 보인다. 그러니 누구나 높이 오르려 한다. 한비자의 말처럼 한 자 나무도 꼭대기에 서 있으면 천 길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건 나무가 높아서가 아니라 위치가 높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장 높을 때, 그리고 가장 낮을 때 민낯을 드러낸다. 높은 곳에서는 거만하고, 낮은 곳에선 비굴해진다. 높은 곳에서 낮추는 게 진정한 인격이다. 높은 곳에서 군림하지 않고, 이익을 독식하지 않고, 아래를 굽어살피는 게 진정한 리더다. 낮은 곳에서 비굴해지지 않는 게 진정한 자존이다. 스스로 일어서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 게 진정한 용기다. 진정한 선진국은 ‘농단’이란 말이 낯선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