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4차 산업혁명과 드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하는 드론
자율비행과 정보수집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드론은 핵심기술의 복합체, 활용할 비즈니스 많아요
모기는 자연계의 초소형 센서다. 모기의 핏속에는 각종 동물들로부터 얻은 병원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채집할 수만 있다면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신흥감염병을 사람이 걸리기 전에 미리 대처할 수 있다. 문제는 정글 깊숙이 서식하는 모기의 채집 과정에서 조사원이 감염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설립한 연구개발센터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는 모기 채집문제 해결을 위해 드론을 떠올렸다. 채집통을 지정된 지점에 설치하고, 드론을 활용해 일정 시간 후에 회수하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드론의 정의와 잠재력

드론의 공식적인 명칭은 ‘무인비행체’다. 일반적으로 UAV(Unmannded Aircraft Vehicle)나 UAS(Unmanned Aircraft Systems), RPAS(Remotely Piloted Aerial Vehicle) 등으로 표기한다. 흔히 사용되는 드론은 ‘수벌(雄蜂)’이라는 의미로,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5년 영국 해군의 무인비행기(DH82B Queen Bee)를 모방하려던 미국의 델마 S 페르니 중령이 ‘퀸비(여왕벌)’에 대한 오마주로 미국의 무인비행기를 ‘드론(수벌)’이라 이름 지으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무선으로 조종하는 군사용 무인 비행체’로 시작된 드론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발전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발전의 축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드론의 기체와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와 운영체제(OS, 윈도 리눅스 등)라고 생각한다면 드론에 어떤 주변기기나 앱(응용프로그램)을 결합하는가에 따라 발생하는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 OS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에어웨어가 ‘드론계의 마이크로 소프트’로 불리는 이유다. 이처럼 드론의 잠재력은 그 자체로 완결된 도구가 아니라 컴퓨터와 같이 확장성이 높은 존재라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드론 관련 신규 일자리가 제조 분야보다 그 외의 분야에서 더 많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에서는 2025년까지 약 10만 명의 드론 관련 일자리 창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 중 기계제조 관련 일자리가 약 3만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7만 명의 고용은 주변 비즈니스에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론의 다양한 활용

드론은 ‘자율비행’과 ‘정보수집’이라는 중요한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비즈니스에 활용될 수 있다. 사람이 스스로 활용할 수 없는 ‘공중’이라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최근에는 이를 자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인간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부가가치가 발행한다. 또한 고성능의 카메라와 CPU, 저장장치 등이 끊임없이 소형화되면서 드론에 탑재 가능하며, 이는 드론을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이동식 센서’로 기능하도록 만든다.

《드론 비즈니스》의 저자 고바야시 아키히토는 이 두 특성을 바탕으로 드론의 용도를 ‘날다’, ‘찍다’, ‘운반하다’, ‘지키다’의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날 수 있는 드론의 능력 자체가 하나의 큰 용도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았던 1219대의 드론이 만들어낸 대형 오륜기는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찍는 능력은 사람이 눈으로 한계를 넓혀줌으로써 보다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거대한 제품이나 설비 점검이 대표적인 활용 사례다. 길이가 200~300m에 달하는 도크에서 만들어지는 대형선박의 경우 직접 점검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드론을 활용하면 설비점검이나 공사 진행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에어’는 드론의 운송 능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AR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조사에 따르면 기술적·제도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아마존 배송물품의 88%를 드론으로 배송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아마존의 운송능력은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결핵 진단에 소요되던 시간을 2주에서 2시간으로 줄인 ‘국경없는 의사회’는 교통 인프라가 정비돼 있지 않은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해안도시에서 결핵진단을 위한 환자타액 샘플을 드론을 이용해 운반할 것을 제안했다. 진단시간이 아무리 짧아져도 샘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드론의 지키는 능력은 생명도 지킨다. 밀렵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인 코뿔소를 드론으로 감시할 수 있다. 기존 헬기를 이용한 방식은 비용도 문제지만 큰 소음은 코뿔소의 위치를 되려 밀렵꾼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드론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요인

전문가들은 미래 드론의 발전은 ‘머신러닝’과 ‘클라우드’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공지능 능력을 구현하는 기술로 알려진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이 드론의 다양한 활용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한편, 클라우드 접속의 원활함은 드론이 날면서 촬영한 정보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대용량 저장장치를 드론에 장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저장된 방대한 데이터들은 다시 머신러닝의 재료가 돼 드론의 지능을 높인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완구로만 보였던 드론은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뒤섞인 결과물이다. 디지털 경제의 심화와 함께 미래 드론의 발전상이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