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식탁이 바뀌고 있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전을 부치는 대신, 햇반과 완성된 요리가 들어 있는 봉지를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이런 식품들을 ‘가정간편식(HMR: homemeal replacement)’이라고 한다. 과거엔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는 데 그쳤다면, 요즘엔 한국인의 ‘영혼음식’이라고 불리는 국, 탕, 찌개까지 식품업체들이 만든 간편식이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김치를 사먹은 지는 꽤 오래 됐다.

가정간편식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시장조사 회사인 링크아즈텍 등에 따르면 국내 HMR시장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1조원을 밑돌던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원을 넘어선 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것도 라면은 제외한 수치다.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조원 안팎이다.

HMR을 선호하는 소비층은 젊은 세대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등이 주 고객층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의 HMR시장은 506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 트렌드 조사업체인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자녀가 독립 가구를 꾸린 55세 이상 가구는 지난 1년간 즉석밥(햇반 오뚜기밥 등) 소비를 전년보다 49.5% 늘렸다. 또 대학생 자녀를 둔 가구는 즉석밥과 함께 간단한 요리가 곁들여진 컵반 소비를 84%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간편식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사회 경제의 모습을 확 바꾸고 있다. 가정에서 ‘엄마’의 롤모델이 달라지고 여가를 보내는 시간 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기밥솥이 예전보다 덜 팔리고 기사식당도 간편식과 경쟁하고 있다. HMR이 무엇이고,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