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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96호 2018년 5월 28일

서양철학 여행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43) 공리주의(하): 밀의 자유론


전통적으로 자유의 의미는 지배자의 권력과 피지배자의 자유의 투쟁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자유란 지배자의 폭정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했다. 이러한 자유의 개념을 밀의 《자유론》에 성급히 적용하여 그 자유를 “정치적 지배자의 횡포에 대항한 보호”, 즉 부당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다.

자유론이 말하는 자유

왜냐하면 밀은 이미 민주주의가 수립되어 정치권력의 횡포로부터 보호의 필요성이 없어진 시기에 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밀은 이미 민주화로 인하여 정치적 자유가 확보된 상황에서 《자유론》을 저술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밀이 《자유론》을 집필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그의 자유는 어떤 의미인가?

밀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다수의 시민이 언제든지 소수를 억압함으로써 언제든지 자유의 침해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갈파하였다. 특히 여론을 통한 ‘다수의 횡포’는 일상 생활의 세부에 깊이 파고들어 인간의 정신 자체를 노예화시키므로 정치적 폭정보다 두려운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폭정으로부터의 보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사회가 여론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관습을 강요하는 경향으로부터의 보호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침묵을 강요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통제 사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밀은 《자유론》에서 문명사회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밝히려고 하였다. 그리고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강제나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경우를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기준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자유가 ‘절대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당사자에게 이로운 일이라도 결코 강제하거나 위협을 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각 개인은 자기 자신, 곧 자신의 몸이나 정신에 대해 각자가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밀은 이러한 자유는 능력이 성숙한 사람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성년자는 제외된다. 마찬가지로 인종 자체가 아직 유년기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후진 상태의 사회도 제외된다. 이것이 밀이 제국주의자로 비판받는 이유이다.

《자유론》은 “인간을 최대한 다양하게 발달하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이고도 본질적으로 중요하다”는 훔볼트의 말로 시작한다. 훔볼트의 주장을 이어받아 밀은 ‘다양성’을 《자유론》의 핵심 원리로 삼는다. 이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바로 ‘사상의 자유’다. ‘사상의 자유’에 관한 밀의 논증은 《자유론》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우선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 진리에 대한 독선적인 태도는 다른 의견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지지만, ‘오류 가능성’과 ‘부분적 진리’를 인정할 때 사회적 진보를 가능하게 하는 자유가 보장된다. “전 인류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고, 단 한 사람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 없다. 이는 그 사람이 권력을 가졌을 때, 나머지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이 옳지 않은 것과 같다.”

밀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면 인류는 진리 발견의 기회를 가질 것이고, 그 의견이 틀린 경우에도 다수의 옳은 견해의 정당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소수의 의견이 일부 진실인 경우 다수 의견과의 상호 보완을 통해 보다 완전한 형태의 지식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라도 개인의 사상을 억압하는 것은 인류의 진보를 막는 악행이라고 주장한다.

자유를 포기할 자유는 없다

타인의 이익과 관련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에 간섭하지 않는 이유는 그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고 자신을 노예로 파는 것도 가능할까? 사람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은 자유를 허용하는 근본 취지를 스스로 파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자신을 노예로 파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에는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밀에게 있어서 자유는 문명사회가 지속적으로 진보하기 위한 조건이다. 개인의 자유가 국가에 의해서 침해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다수의 여론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있다고 본 그의 통찰력은 탁월하다. 다만 밀이 비유럽세계를 야만으로 규정하고 자유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당시의 편견에서 그조차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씁쓸하다.

◆기억해주세요

개인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면 인류는 진리 발견의 기회를 가질 것이고, 그 의견이 틀린 경우에도 다수의 옳은 견해의 정당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김홍일 < 서울국제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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