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596호 2018년 5월 28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전략은 유용하죠


투자전문매체 잭스닷컴은 2016년 7월, 애플과 관련해 가장 우스꽝스러운 기사 10건을 선정했다.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애플 컴퓨터의 최고재무책임자였던 조지프 그라지아노의 인터뷰 기사 (Sorry, Steve: Here’s Why Apple Stores Won’t Work)는 그 가운데 무려 2건을 차지했다. 그는2001년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치즈를 바른 크래커만으로도 충분한 세상에서 여전히 캐비어 요리가 성장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는 점이 애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의 기자인 클리프 에드워드와 인터뷰이(interviewee)였던 그라지아노는 10건 중 3위와 4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시대의 진입장벽

사실 해당 기사는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2001년 당시 애플은 미래의 대표적 판매 방식으로 여겨진 전자상거래가 아니라 오프라인 판매전략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상품이 아닌 가치를 구입하게 만들겠다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에 기반한 전략이었다. 쉽게 말해 애플의 휴대폰과 PC는 전자제품이 아닌 명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스토어의 운영이 고비용·저수익 구조로 인해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2016년 기준으로 애플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4.5%에 불과하지만 수익점유율이 무려 79%라는 수치는 그들이 애플의 철학을 얼마나 이해하지 못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플이 과거의 전략을 활용하는 이유는 디지털 경제시대의 특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대부분의 기업은 신기술을 경쟁력의 바탕으로 삼는다. 애플 역시 ‘디지털 기술’이라는 무기로 기존의 거인이었던 노키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기술로 쌓아 올린 진입장벽이 튼튼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서 기술력은 언제든지 초월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애플을 성공시킨 무기가 애플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애플스토어는 최첨단 제품만으로는 진입장벽을 지킬 수 없음을 간파한 스티브 잡스의 해안이었던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전략

디지털 경제시대의 많은 기업은 기술로 올린 진입장벽을 보다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전통적인 즉, 아날로그 전략을 활용한다. 애플스토어는 에르메스나 까르띠에, 롤렉스와 같은 사치품 브랜드가 사용하는 고전적인 전략이다. 매장에 가야만 구입할 수 있고, 전문가들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더 큰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치품에 국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각국의 부자들은 저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하나같이 명품을 소비해 자신을 어필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전면이 유리창으로 이루어져 밖에서도 매장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애플스토어가 24개국에 총 501개의 매장을 보유할 수 있는 이유다.

아날로그 전략은 아마존의 전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찌감치 전자상거래의 위력을 파악했던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저스도 기술로 쌓아 올린 진입장벽을 과거의 방식으로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대규모 토지를 구입하고, 100개가 넘는 대형 창고를 짓는다. 20대의 보잉 767기를 임대하고, 수천 대의 트랙터 트레일러를 보유한다. 오래된 방식이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넘어서기 어려운 비용우위를 창출한다. 구글 역시 알고리즘 혁신으로 이룬 진입장벽을 서버 규모의 확충, 초기 항공 기술인 비행선을 이용한 인터넷망 구축을 통해 강화하고 있다. 더 뛰어난 알고리즘을 개발하더라도 넘어설 수 없는 우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변하지 않는 중심

디지털 경제 시대에 과거의 전략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구경제의 전략이 인간의 본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그의 책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사업의 성공은 뇌와 심장과 같은 사람의 신체 부위 가운데 적어도 하나에 자신의 매력을 호소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규모의 경제 구축을 통해 최저가에 상품을 제공하는 아마존의 성공은 이성을 담당하는 뇌에, 애플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든 전략은 심장에 어필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과거 턱없이 부족한 성능인 1㎓의 CPU를 장착하고 키보드도 없어 입력마저 불편한 아이패드가 소개되었을 때 경쟁자들은 부정적인 의견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능이 아닌 아이패드가 주는 새로운 경험과 컴퓨팅 환경에 열광했다. 기술의 발전이 디지털 경제 시대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