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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92호 2018년 4월 30일

Focus

[뉴스 인 포커스] 다산신도시 ''실버 택배'' 무엇이 문제인가

‘다산신도시 실버 택배’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선심성 행정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예산을 활용해 손쉽게 중재에 나서는 행태가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다.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은 국가의 책임과 재정 투입의 범위가 어떠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져줬다.


“실버 택배 비용은 주민들이 내야” 비판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은 입주민들이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을 막았다는 사실이 온라인 게시판 등에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후진하는 택배 차량에 아이가 치일 뻔한 사고가 일어난 뒤다. 택배회사들은 이에 반발해 단지 입구에 배송물을 쌓아두고 돌아갔다. 입주민들은 집단 반발했다. “택배회사들이 물건을 손수레로 끌어 문 앞까지 배달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택배회사와 입주민 간 갈등이 격화됐다.

국토교통부가 중재에 나섰다. 고령자에 일자리를 주는 사업인 ‘실버 택배’를 투입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버 택배에는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국토부는 “실버 택배 도입 계획을 철회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을 놓고 재정 투입이란 가장 손쉬운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다. 특정 단지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 왜 혈세를 쓰느냐는 지적이 쇄도했다. ‘실버 택배 비용은 입주민들이 관리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은 총 23만여 명이 서명했다.

지자체의 무분별한 ‘퍼주기 복지’ 문제

비단 실버 택배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진행하는 복지사업 중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 논란을 부른 사례는 드물지 않다. 서울시가 시행한 청년수당 제도가 대표적이다. 가구 소득이 60% 이하인 청년을 대상으로 매달 50만원의 수당을 직접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넉넉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운만 좋으면 청년들은 손쉽게 월 50만원을 챙길 수 있다. 수혜자 중 일부는 수당을 받은 뒤 유흥주점에서 사용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미세먼지 대책을 내놨다. 이 중 하나가 ‘미세먼지 농도가 짙을 경우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용자에게서만 받지 않을 뿐 버스회사에는 서울시가 세금을 직접 넣어줘야 한다. 이 제도를 단 3일간 시행하는 데 150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이 정책은 실효성 논란 끝에 두 달 만에 폐기됐다. 정작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낭비된 세금에 대해 서울시 안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밖에도 무상급식, 공공산후조리원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사례다.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퍼주기 복지’ 논란이 불가피했다.

예산은 한정돼 있어 쓸 때는 우선순위 고민해야

예산은 쓸 곳에 비해 늘 부족하다. ‘길이가 짧은 이불’에 비유되는 이유다. 어깨를 덮으면 발이 시리고, 발을 덮으면 어깨가 시리다. 한정된 예산을 갖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예산을 우선 투입해야 할 정책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먼저 지원해야 하는지를 판별해야 한다.

다산신도시의 실버 택배 논란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달동네나 도서산간 지역에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이 들어가는 실버 택배가 없기 때문이다. 다산신도시는 수도권 중에서도 비교적 교통 및 환경이 양호한 곳이다.

지자체별로 정부 예산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할 경우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 나타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에선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그 결과 방목장은 곧 황폐화되고 만다는 걸 경고하는 개념이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마다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이런 공약이 공익을 위한 것인지, 후보자가 당선을 위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김형규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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