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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80호 2018년 1월 29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희소한 자원이 풍요와 격차를 가른다



미국 뉴욕 로체스터은행의 서기인 조지 이스트먼은 1883년 세계 최초의 감광필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사진 회사 ‘코닥’을 세웠다. 코닥은 한때 15만 명에 육박하는 직원을 거느렸으며, 본사가 있는 로체스터시를 부자 도시로 만들었다 승승장구하던 코닥은 설립 이후 약 130년 만인 2012년 파산했다. 디지털 사진 공유 앱인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팔린 지 불과 몇 달 뒤 일어난 일이다.

커지는 파이와 작아지는 조각

디지털 시대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수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면 다른 사람보다 100만 배는 더 벌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창업한 지 15개월이 채 되기 전 페이스북에 10억달러에 팔렸다. 반면 디지털 혁신으로 한 사람의 하루 생산량을 기계가 불과 1만원에 해낼 수 있다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주의 입장에서는 해당 노동자에게 1만원이 넘는 일당을 주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는 풍요로워지고, 혁신가는 부유해지지만, 과거의 번영을 떠받치던 노동자의 수요는 줄어들고, 그들의 소득은 급감한다. 기술 발전이 언제나 소득을 높인다는, 그리고 기계로 인한 노동의 대체가 임금을 낮춘다는 모순된 일반적 통념이 잘못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 전체를 대상으로도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자 에드 울프와 실비아 알레그레토는 2011년 발표한 논문 《The State of Working America’s Wealth》에서 소득 분포 하위 80%에 속한 이들의 재산은 감소한 반면 상위 소득 집단에서는 부의 집중 현상이 강해짐을 살펴봤다. 소득분포 역시 상위 1%가 미국 전체 소득의 65% 이상을 가져갔다. 하지만 중간층의 소득은 1979년 이래로 정체돼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사실상 줄어들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런 중간층 소득의 감소가 미국 전체의 소득과 생산성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상당한 수준의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와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이런 현상을 두고 ‘더 커지는 파이와 더 작아지는 조각’이라고 표현한다.

4차 산업혁명과 구조적 변화

일부에서는 풍요와 격차의 원인을 정부의 무능이나 금융 부문의 부패와 남용에서 찾는다. 하지만 이는 기하급수적 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디지털화와 재조합 혁신이 가져오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이들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해 PC 혁명을 일으킨 1980년대를 근거로 든다. 직전 시기의 석유 파동과 이어진 경기 후퇴는 모든 계층 노동자의 소득을 감소시켰다. 문제는 경기 회복과 동시에 발생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사라졌던 일자리는 다시 생겨나지 않았으며, 새로 생긴 일자리는 대학 졸업자들로 채워졌다. 소득격차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1980년 PC가 대부분의 업무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PC 사용이 가능한 대학교육을 받은 ‘숙련 노동력’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비숙련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급감했고, 적은 수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다 보니 임금은 더욱 낮아졌다. 경기 후퇴가 끝나고 이윤과 수요는 회복됐지만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았으며, 일자리를 얻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소득격차는 심해진 것이다.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크게 증가했다.

희소한 자원의 시대

이처럼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노동이 자본으로 대체되도록 자극했다. 19세기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기계화가 극단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의 몫이 차지하는 비중(노동소득분배율)은 오랜 기간 매우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를 기점으로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자본분배율이 크게 증가했음과 동의어다. 1980년대 이후 자본의 희소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길목에서 앞으로도 자본의 희소성이 계속해서 높아질지는 의문이다. 기술의 발달은 자본과 노동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추가적인 자본이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될 수 있다면 자본의 희소성이 점차 사라지는 반면 기술이 노동의 값싼 대체재를 만들어낸다면 노동자의 희소성 역시 감소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본 소유자도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즉 풍요와 격차를 야기할 희소성 높은 자원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자원과 능력을 소유했는지 여부가 승자와 패자를 극명하게 가르기 때문이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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