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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전환시대 기술의 의미

    과학은 근대 세계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다. 모더니즘 사상은 과학이 기술을 낳고, 사회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과학은 기술혁신과 무관했다. 과학적 발견은 르네상스 시대의 화약 무기나 궁전 건축기술 개발과 무관했고, 네덜란드 상업시대에 목재를 사용한 조선술이나 설탕 정제업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산업혁명 시기의 증기 추진식 공장 역시도 과학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을 과학사학자 L. J. 핸더슨은 “증기기관이 과학에 진 빚보다 과학이 증기기관에 진 빚이 더 크다”고 표현한다. 과학과 기술과학은 많은 기술 분야에서 분명 유용하지만, 기술개발을 위한 필수도, 핵심요소도 아니다. 공학, 경제학, R&D 예산과 함께 기술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참여했던 원자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에서도 원자과학자들이 중심인 듯 보이지만, 실제 예산의 많은 부분은 실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스트먼 코닥, 유니언카바이드, 앨리스 차머스, 듀폰 등의 기계공정과 대량생산에 투입됐다. 이처럼 과학자 외에도 엔지니어, 자본가, 정부, 노동자, 소비자 모두가 과학만큼이나 기술개발에 중요한 요인들이다. 특히 자연발생적이지 않은 물질의 속성을 살펴보는 경우 기술이 전혀 새로운 과학적 연구대상을 발견하는 경우도 흔하다. 기술과 사회·문화언제부터인가 기술은 경제성장의 바람직한 도구로만 평가돼왔다. ‘과학은 발견하고, 산업은 적용하며, 인간은 순응한다’는 193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의 구호가 이를 대변한다. 과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영국에서 시작된 자동차 산업이 미국과 독일에서 발전한 까닭은?

    1834년 영국 귀족 존 스콧 러셀이 만든 증기자동차가 승객 21명을 태우고 글래스고를 출발했다. 그런데 언덕을 오르기 위해 증기기관의 압력을 높이다 차가 전복되면서 엔진 보일러가 폭발했다. 기관의 불을 조절하던 화부와 승객 2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주행 중 일어난 사고는 아니지만 세계 최초로 기록된 자동차 사망 사고다. 사망자가 발생했으니 증기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는 것은 당연했다. 증기자동차는 괴물로 간주돼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19세기에 세계는 이미 증기기관 시대로 접어들었다.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철도와 자동차가 등장하며 가축을 이용하던 시대에서 기계의 시대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증기자동차는 사람들에게 낯설고 흉물스럽게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굉음과 매연을 내뿜는 데다 그을음으로 빨래를 시커멓게 만들기 일쑤였다.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아 ‘달리는 괴물’에 대한 시민 거부감은 점점 커졌다.가장 강하게 반발한 집단은 당시 대중교통을 담당했던 마차업계였다. 증기자동차는 마차 속도의 두 배인 시속 30~40㎞에 달했다. 최대 탑승 인원도 28명으로 마차의 두 배였지만, 요금은 마차의 반값이었다. 말과 달리 ‘지치지 않는 기계’에 승객을 빼앗긴 마부들은 일자리를 걱정했다. 마차 업주들과 마부조합은 증기자동차를 규제하라며 영국 의회에 끊임없이 청원을 넣었다. 말과 사람이 놀라 위험하다는 게 명분이었다. 증기자동차의 경쟁자인 철도업계도 손님을 잃게 되자 청원에 동참했다. “제발, 저 괴물을 멈춰 달라!” 사람보다 빨리 달리면 안 되는 증기자동차정치인은 예나 지금이

  • 커버스토리

    부침 심한 기업 생태계…꿈을 꾸는 기업만 번창한다

    1700년대부터 400여 년간 명문기업들의 태동부터 소멸까지를 다룬 책 《세계 명문기업들의 흥망성쇠》에서 저자인 래리 슈웨이카트와 린 피어스 도티는 ‘역사 속 모든 기업은 꿈을 꿀 때 번창했고, 현상 유지를 하려 할 때부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고 결론 짓고 있다. “로마는 번영의 정점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말과 함의가 맞닿는 말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기업의 변천사는 시대의 변천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과 LG만 60년대부터 10위권 유지1960년대 동명목재는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꼽히는 한국의 간판 기업이었다. 3년 연속 ‘수출최고상’을 받을 정도로 경제에 기여가 컸다. 19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기념해 제정된 ‘수출의 날’에 수상한 업체는 7곳이다. 동명목재 천우사 성창기업은 합판수출, 삼호무역 판본무역 삼성물산은 섬유, 영풍상사는 아연 등 광산물을 수출하는 기업이었다. 목재 아연 등 원자재와 섬유 등 경공업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시절이었다.자산 기준으로 1960년 당시 10대 그룹에 들었던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10위권에 머물러 있는 곳은 삼성과 LG뿐이다. 대한전선 대동공업 등은 존속하고 있지만 순위가 급락했고 삼호 개풍 동양 극동해운 등은 문을 닫거나 다른 곳에 인수합병됐다. 일제강점기 무역업에서 시작한 삼성은 1953년 설탕공장인 제일제당, 1954년 섬유업체인 제일모직 설립으로 재계 1위에 올라섰지만 1970~1980년대에는 현대 LG 대우 등에 밀려 4위권에 그치기도 했다. 그러나 1969년 TV 생산을 위해 설립한 삼성전자가 1983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전환을 통한 질적 성장의 추구

    파푸아뉴기니의 바이닝족을 이해하는 데는 1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관심을 갖던 연구자 대부분이 우울증에 걸려 연구가 계속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20년대의 유명 인류학자인 그레고리 베이트슨, 1960년대의 제러미 풀 모두 마찬가지였다. 원인은 지루함이었다. 그들의 문화는 지독하게 지루했던 탓에 바이닝족과 함께 생활하던 연구자들은 우울증에 빠져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 사회의 최대의 적, 지루함바이닝족의 사회는 매우 따분했다. 신화나 종교, 지배계층도 없었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누구나 일에 열중했다. 문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따분한 이들 문화의 형성 원인은 199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밝혀졌다. 인류학자 제인 파잔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없고, 놀면 벌을 받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 사회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한 사람을 일꾼으로 육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던 탓에 문화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호모 루덴스’라는 용어로 놀이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역설한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가의 통찰과 같은 맥락이다. 놀이가 이야기를 만들고, 문화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일에 집중하는 사회에서는 혁신이나 창조성, 문화를 창출할 수가 없다. 쓸모없는 일자리의 증가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케인스 시대의 일자리 절반이 이미 기계와 로봇에 의해 대체됐다는 주장부터, 20년 후일지, 40년 후일지는 모르지만 로봇에 의한 일자리 소멸은 확실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경제학자가 이에 동의하면서도 역사적으로 50년 혹은 100년 단위로 기간을 잘라 보면 경제가 성장할수록

  • 커버스토리

    기술의 진화…미래 직업은 어떻게 변할까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등 광고 관련 업무 전반을 대행해 유튜버 등이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도록 돕는 ‘크리에이터 광고 관리사’, 고령자들이 농촌에서 스마트농장을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실버 리부터(rebooter)’, 지역사회 문제를 공공·민간·시민협력을 통해 해결하도록 이끄는 ‘적정기술 리빙랩 전문가’….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0일 ‘제1회 대한민국 신직업·미래직업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한 직업들이다. 아직은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는 일자리다. 패션 온라인마켓에 가상현실(VR)을 도입해 고객의 선택을 돕는 ‘F-V 마케터’, 유튜버의 이미지 관리를 돕는 ‘유튜버 평판관리전문가’ 등도 충분히 가능한 일자리로 보여 수상작에 포함됐다.역사의 변천사는 곧 직업의 변천사다. 시대가 변하고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직업도 변한다. 과거에는 각광받았지만 기술 혁신으로 사라지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새로 생겨나는 직업도 많다. 30년 전만 해도 비행기 조종칸에 앉아 비행 고도와 항로 등을 계산해주던 항법사는 고소득 전문직이었지만 위성항법시스템(GPS) 등 관성항법장치가 발달하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20년 전 컴퓨터게임에 몰두했다면 부모의 꾸중을 들었겠지만 지금은 프로게이머가 청소년 사이에서 선호되는 직업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성업 중이지만 조만간 사라지리라고 전망되는 일자리도 많다. 프로테니스·프로배구 보조심판과 통·번역사는 머잖아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변화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인구를 억제해야 할까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마냥 인구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이런 문제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그는 성공회 성직자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수재였다. 그가 1798년 《인구론》을 발표하기 직전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는 전쟁 작황부진 식량 폭동 등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18세기 말에 산업혁명으로 팽배하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은 《인구론》을 발표했다.맬서스는 인간의 강한 성욕 때문에 인구 증가를 막기 어렵다고 보았다. 인구는 25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 생산은 천천히 증가해 파국을 맞는다는 것이다. 식량이 늘면 인구가 늘어 노동력이 증가하지만 곧 인구 포화로 임금이 떨어지고 식량이 비싸진다. 임금이 싸지면 지주들은 농업 노동자를 더 고용하게 되어 다시 식량 생산이 늘지만 ‘먹는 입’이 더 빨리 늘어 또 식량 부족에 직면한다. 이런 악순환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을 ‘맬서스 함정’이라고 한다. 생산성 향상 속도가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소득이 정체되고,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맬서스 함정맬서스 함정은 생산을 토지에 의존했던 산업혁명 이전에는 일리 있는 분석이었다. 14세기 중반에 페스트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줄었을 때 임금이 크게 오른 것이나, 16세기 이후에 인구가 늘면서 임금이 떨어진 것과 같은 사례가 즐비했기 때문이다.맬서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인구가 곧 부로 간주되던 농경사회에서는 다산이 미덕이었다. 경제 성장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고, 설사 성장한다고 해도 그것은 인구 증가에 의한 것이었을 뿐 지속 가능하지도 않았다.

  • 커버스토리

    AI·4차 산업혁명 시대…미래 내 직업은 어디서 찾을까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5월 발간한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은 1만6891개다. 1969년 첫 직업사전 발간 시 3260개에서 다섯 배 넘게 늘었다. 그동안 버스안내양 타이피스트 도안사 등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유튜버 등 더 많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결과다. 하지만 미국 3만여 개(2012년 기준), 일본 2만5000여 개, 캐나다 2만여 개 등 서비스산업이 활발한 국가에 비하면 아직 직업의 발달이 미흡한 편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직업이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직업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망직업에서 소멸한 경우도 있어급속도로 산업화를 이루면서 한국의 유망직업도 부침을 거듭했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대기업직원 등은 예전부터 꾸준히 사랑받았지만 한때 선호되는 직업들이 순식간에 인기를 잃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전쟁의 상흔이 남은 1950년대에는 군 장교가 유망 직업이었고 타자를 쳐서 문서작업을 해주는 타이피스트도 지망자가 몰렸다. 전차운전사도 유망직업이었지만 1968년 서울에서 전차 노선이 폐지되면서 사라졌다. 1960년대에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목을 끌면서 섬유공학 엔지니어가 기업의 핵심인재로 꼽혔고, 대표적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을 만드는 가발기능공이나 9급 공무원보다 월급이 많았다는 버스안내양 등이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1970년대는 중화학공업 발전과 함께 각종 산업엔지니어가 인기 직종이었고 자유롭게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무역업(종합상사) 종사자와 항공기 승무원이 선망받는 직업이었다. 1980년대에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자본집약형으로 발전하면서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전환으로 경쟁방식이 변화된 물류산업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현대판 로마’에 비유된다. 고대 지중해를 장악했던 로마의 힘은 군사작전에 필요한 인원과 물자를 보급하고 지원하는 최상의 시스템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아마존 역시 물류혁신으로 오늘날의 경쟁력을 창출했다. 심지어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을 ‘로지스틱스 회사’라고 규정한다. 이들 경쟁력이 제품 판매가 아니라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고객 정보 수집, 로봇으로 자동화된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물류창고, 미국 전역에 존재하는 수천 대의 자사 트럭, 개인에게 택배 업무를 위탁하는 아마존플렉스 그리고 드론을 통한 택배 서비스 등의 물류 서비스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로지스틱스의 역사물류를 비롯해 공급망 전체를 지칭하는 ‘로지스틱스’는 원래는 군사용어였다. 군사 활동에 필요한 사람과 무기, 장비, 식량 등을 관리하고, 필요한 곳에 보급·수송하는 일련의 기능을 의미했다. 군대에 쓰이던 용어가 경제활동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다. 과거에는 말과 낙타를 이용한 육상운송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탓에 대륙을 정복한 통치자는 운하를 정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선박을 통하면 대량의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박에 의존하던 운송은 내연기관이 등장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내연기관을 사용한 철도와 트럭이 등장하자 땅 위에서의 운송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각국은 앞다투어 철도와 도로망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불과 백년 만에 철로 길이는 백만 킬로미터를 넘어섰다. 게다가 내연기관을 장착한 증기선도 등장하면서 기상 상황에 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