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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경제에서 과소측정되는 GDP

    2014년 페이스북이 영국에서 낸 세금은 고작 4327파운드(약 660만원)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웨일스의 한 마을에서는 소규모 사업체 운영자들이 납세 거부 운동을 시작했다. 자신들이 납부한 세금이 페이스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근본원인은 과세의 기본이 되는 생산활동을 측정하는 방식에 있다. 즉, GDP가 오늘날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생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국내총생산과 디지털경제경제성장의 기준이 되는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은 국가 단위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개념이다. 일정 기간에 한 국가 내에서 새롭게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해 산출한다. 문제는 오늘날 많은 기업의 생산활동이 국가의 경계와는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GDP 이전의 생산지표는 국민총생산(GNP:Gross National Product)이었다. 이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과 기업을 단위로 측정된다. 국내에서 생산했든, 외국에서 생산했든 한 나라의 국민과 기업의 생산활동이라면 모두 생산에 반영했다. GNP에서 GDP로 생산지표가 변경된 이유는 다국적 기업의 등장 때문이었다. 아이폰의 개발은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지지만 조립은 중국에서 이뤄지는 탓에 생산이 이뤄지는 중국을 기준으로 경제를 측정해야 한 국가의 생산활동을 올바르게 측정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물론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공급충격(Supply Shock)》의 저자인 브라이언 체코는 GNP가 GDP로 바뀐 이유는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크게 포장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한다. 국가를 기준으로 생산기준을 바꾸면 미국 내 자동차와 전자제품 산업에 많은 투자를 했던 일본 기업

  • 숫자로 읽는 세상

    스마트팩토리 구축한 포스코…세계 철강산업 선도

    글로벌 철강기업 포스코가 생산공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철강 연속공정의 특성을 반영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PosFrame)을 자력 개발한 데 이어 철강업체로는 세계 최초로 생산공정 과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인공지능 제철소로 탈바꿈하고 있다.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는 지난 50년간 축적된 현장 경험과 노하우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AI 기술을 접목해 최적의 생산현장을 구현함으로써 최고 품질의 제품을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무(無)장애 조업체계를 실현하고, 품질 결함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불량을 최소화하는 한편,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안전한 생산환경을 구현하고 있다.인공지능 활용해 최적의 생산공정 구축2016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바둑 시합에서 진 이후 딥러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포스코는 같은 해 하반기부터 딥러닝을 활용해 포항제철소의 2고로 스마트화부터 본격 추진했다. 현재 포항 2고로 스마트화를 시작으로 포항 3고로까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했으며, 올해 시설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가동 예정인 광양 3고로도 인공지능 용광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포스코는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을 구현해 용광로의 노황을 자동 제어한다. 석탄과 철광석의 상태를 고화질 카메라로 실시간 데이터화한 뒤 딥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적의 노황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용광로의 용선 온도는 1500도로 이보다 온도가 떨어지면 유동성이 안 좋아져서 조업이 잘 안 되고 온도 편차 없이 관리해야 연료비를 절감

  • 디지털 이코노미

    조직 형태는 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유연해지죠

    조직은 사회 변화와 모습을 같이하는 사회적 발명품이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전통과 관습에 얽매여 있던 개인들은 조직을 만들어 원하는 바를 얻기 시작했다. 현대로 접어들어 사회경제적 그리고 기술적 환경이 달라지면서 조직도 변화해왔다. 조직이 처음 등장할 무렵 대부분의 구조는 관료제였지만, 점차 유연하고 수직적인 격차를 줄인 구조로 바뀌어 나갔다.거래비용과 불확실성이 변화시킨 조직의 모습조직은 거래비용과 불확실성에 의해 모습을 바꿔왔다. 복잡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기업들의 성공방정식은 대량생산 방식의 도입이었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얼마나 크게 실현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갈랐다. 미국의 포드와 GM, GE,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 소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대량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부품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에 엄격한 규칙과 위계에 의한 내부생산을 실시했고,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외부에서 조달했다. 또한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인력은 내부승진과 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관리했다. 평생직장이 가능했던 이유이다. 한편, 기업의 규모가 보다 커지자 개발이나 생산, 판매, 인사 등의 업무 영역이 지나치게 넓어져 관리가 어려워졌다. 그 결과 조직의 수직적 증가는 멈추고 수평적 확대가 시작됐다.20세기 후반이 되자 기업의 규모는 오히려 축소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상품과 지식의 이동비용이 낮아지자 기업의 시선은 전 세계 시장으로 향하게 됐고, 생산설비를 저렴한 노동력을 갖춘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쟁의 심화로 비용절감을

  • 디지털 이코노미

    기술발전이 초래하는 소득불평등에 관한 고민들

    흔히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좌절한 혹자는 ‘자본주의의 문제는 누구나 자본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세간의 불평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본’이란 재산과 연관된 것만을 떠올리지만, 가난하든, 가난하지 않든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소유하는 자본인 인적자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자본의 종류와 소득 불평등자본은 전통자본과 인적자본으로 구분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전통자본이란 ‘어떤 시기 어떤 정부와 거주자들이 소유한 것 가운데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본은 전통자본에 가깝다. 유·무형의 자본, 금융과 비금융자본 모두가 여기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건물, 주식, 지식재산권, 소프트웨어 등을 의미한다. 한편, 자기자신도 자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인적자본이라고 부른다. 인적자본이란 용어는 1920년대에 경제학자 아서 세실 피구가 처음 사용했다. 인적자본은 사람들이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과 일에서 쌓은 기술 모두를 의미한다. 인적자본은 다른 자본과 마찬가지로 투자할 수도 있고, 인적자본마다 가치가 다르고, 인적자본을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사람들은 교육과 업무 현장에서 쌓은 인적자본을 통해 돈을 벌기도 하고, 전통자본을 활용해 돈을 벌기도 한다.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전통자본이 인적자본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인적자본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줄어들고, 전통자본으로 얻는 소득은 높아진다는 점이다.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 문제뿐만

  • 디지털 이코노미

    기술발전이 초래할 마찰적 기술실업과 구조적 기술실업

    “인간은 기술의 단기 영향은 과대평가하고, 장기 영향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학자 로이 아마라의 말이다. 이는 앞으로 어떤 일이 나타날지 판단할 때 유용한 기준이 된다. 특히 기술 발전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는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조급함에 빠져 단기적인 측면에 한정하지 않고 장기적인 영향까지 고려할 수 있는 긴장감을 잊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마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을 살펴보는 일이 그것이다.케인스의 기술적 실업1920년대 케인스는 ‘기술적 실업’을 소개했다. 그는 노동력을 적게 쓸 수단을 발견하는 속도가 노동력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내는 속도보다 빠른 탓에 발생하는 실업을 기술적 실업으로 정의했다. 케인스의 기술적 실업은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신기술의 도입은 어떤 분야에서 인간의 일을 대체했지만, 한편으로 다른 분야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밀고 당기는 힘의 균형이 일자리의 전체 수를 늘리는 결과를 낳으면서 신기술 도입에 따른 과도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많은 제조업 현장에서 자동화 수준이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유다.마찰적 기술실업의 등장마찰적 실업은 스스로를 실업상태에 둘 때 발생한다. 여기서 ‘마찰’이란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요인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기술이 마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은 진보하지만, 일자리는 비례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술진보에 맞춰 노동시장의

  • 디지털 이코노미

    소비자가 기술보다 시장을 더 파괴해요

    《혁신기업의 딜레마》(1997)가 발간된 이후 ‘파괴적 혁신’은 많은 기업의 핵심 키워드였다. 이들은 시장의 파괴자가 되기 위해서 혹은 파괴당하지 않기 위해서 ‘신기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날 기술혁신과 시장파괴는 생각만큼 밀접하지 않다. 여객운송시장을 파괴하며 등장한 우버는 미국 3대 자동차회사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들이 사용한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에어비앤비 역시 마찬가지다. 남는 공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중개해주는 사업으로 호텔산업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여기에 어떤 대단한 기술이 숨어 있지 않다. 오늘날 이런 현상은 업종, 지역, 시장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소비자의 욕구변화에 의한 시장파괴《디커플링(Decoupling)》의 저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탈레스 테이셰이라 교수는 오늘날 시장을 파괴하는 요인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라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세분화되는 욕구가 시장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물건의 평가와 선택, 구매를 모두 한 장소에서 해결했다.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구입하는 것이 편했다. 하지만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의 등장 이후 많은 소비자는 구경은 매장에서, 구입은 더 저렴한 온라인으로 구분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실제 구입은 온라인사이트에서 이뤄지는 ‘쇼루밍’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이처럼 소비사슬을 끊어내는 과정을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정의한다. 디커플링으로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급감

  • 경제 기타

    "다른 사람과 같이 나눠 쓰는 건 싫다" 코로나 사태로 추락하는 공유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유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각국이 이동을 제한하고 해외여행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당장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업체 이용률이 뚝 떨어지고 있다. 사무실을 나눠 쓰는 공유오피스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가 가더라도 공유경제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택과 사무실, 자동차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것이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전염병 예방 기본원칙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전염병을 조심하는 쪽으로 바뀌기 시작한 생활방식은 상당 기간 유지되거나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사무실 공유업체인 위워크의 주식 30억달러어치를 공개매입하려다 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일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블룸버그통신,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공유경제가 코로나19로 존폐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내놨다.‘공유경제 유니콘’의 추락공유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이 위협받으며 등장한 개념이다. 로런스 레식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적게 생산하되 나눠 쓰는 방식”을 제안하며 공유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공유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택 소유의 근간이 흔들리며 확산됐다. 위워크를 비롯해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 집을 숙박시설로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들은 몇 년 전까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130억원)를 넘는 비상장사를 뜻하는 ‘유니콘 기업&r

  • 디지털 이코노미

    공유와 협업은 초연결시대의 가치를 극대화해요

    앨런 튜링은 게이였다. ‘튜링 테스트’를 개발해 오늘날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튜링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인간의 본질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결국 스스로를 버리고 말았다. 튜링은 그의 논문에서 인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인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됨이란 당시에 만연했던 인간에 대한 좁은 이해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동성애가 인간 속성의 하나로 인정되는 오늘날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는 동성애를 탄압했던 정부를 대신해 튜링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변화하는 인간의 본성기술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인간을 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회학 및 경영학 교수들이 참여한 저서 《초연결》의 저자들은 MIT 미디어랩 과학자들의 면접조사 사례를 바탕으로 이를 설명한다. 결과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경우 자기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인격이 등장할 때까지 말을 건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격을 가진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아이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다양한 인격과 어울리는 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MIT 연구원들은 이를 두고 AI 기술이 익숙한 우리 아이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전혀 새로운 유형의 인간과 선입견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는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 환경이 대표적이다. 이들 매체는 인간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