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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온디맨드 비즈니스와 혁신의 역설

    백성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한 꼬마가 소리쳤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다. 옷을 좋아하는 임금님에게 두 명의 재봉사는 총명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화려한 옷감으로 특별한 옷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들은 텅 빈 베틀만 연신 움직여댔지만, 신하들은 자신들이 자격 없는 사람으로 여겨질지 몰라 아주 훌륭한 옷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임금 역시 옷이 보이지 않았지만, 신하들과 같은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신하들의 찬사를 받은 후 기념 행진을 시작했다. 네트워크 효과와 독점 추구오늘날 플랫폼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마치 재봉사의 말을 믿은 임금 및 신하와 유사하다. 어떤 측면을 비판하려다가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을까 주저하게 된다.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혁신적이라는 이미지에 기반한다. 하지만 실상은 꼭 이와 같지 않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노동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면서 가치를 창출한다. 과거에는 신뢰할 만한 제3자의 중개가 있더라도 거래 상대방인 서비스 공급자(노동자)와 소비자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었던 탓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평점이나 리뷰, 별점으로 이뤄지는 서비스 평가는 거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안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서비스 공급자는 소득을 얻을 수 있다.하지만 비즈니스 이면에서 평가시스템은 노동자를 통제하고, 소비자와 노동자를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노동자는 다른 플랫폼에서 평판을 다시 쌓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전환시대에 확산되는 플랫폼 노동

    개똥계의 우버가 등장했다. 앱 기반 개똥 치워주기 서비스 ‘푸퍼(Pooper)’가 그것이다. 반려견의 용변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푸퍼 스쿠퍼(개똥 치우는 사람)가 와서 치워준다는 것이다. 푸퍼는 스쿠퍼를 모집하는 광고에서 플랫폼 노동의 장점을 설명한다. “푸고 싶은 만큼 푸세요.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푸는 만큼 버세요.” 흥미로운 사실은 푸퍼 앱이 가짜라는 점이다. 앱을 활용한 플랫폼 노동에 중독된 사회를 한 마케팅 회사가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예술 프로젝트였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푸퍼 앱을 기획한 사람들은 직접 해도 되는 아주 사소한 일까지 플랫폼 노동을 활용하는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짜인 줄 모르고 스쿠퍼로 가입한 사람이 상당수였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단면이다. 실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플랫폼 노동이 가장 활발한 미국의 실업률은 4~5%가량으로 완전고용 상태지만, 비공식 노동을 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기준으로 부업을 하는 노동자 비율은 28%까지 상승했다. 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하지만, 미국 성인 가운데 3명 중 1명은 공식적인 직업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소득의 변동폭이 커지는 현실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2%가 매월 소득이 달라지고, 13%는 이런 급변성 때문에 생활비가 부족한 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득을 보충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플랫폼 노동의 확산 속도는 매우 빨라지고 있다. 산업의 변화와 플랫폼 노동모든 현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전환시대의 플랫폼 독점과 경쟁

    플랫폼의 경쟁력은 가격과 비용의 차이에 있지 않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력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 추출과 분석을 위한 고정자본에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다. 기존 제조업과 차별화되는 플랫폼 기업의 경쟁우위 원천은 그 어느 때보다 독점을 강하게 지향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플랫폼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가 펼쳐지더라도 경쟁을 피해갈 수는 없다.플랫폼 독점과 경쟁플랫폼 기업의 독점화 경향의 출발점은 네트워크 효과다. 더 많은 이용자는 더 많은 상호작용으로 이어져 플랫폼 자체의 가치가 커진다. 그리고 가치의 성장은 복수의 네트워크 효과가 결합된다는 점에서 기하급수적이다. 우버는 운전자의 증가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얻지만, 승객이 늘어나도 우버 플랫폼의 가치는 상승한다. 게다가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네트워크 효과로 초기의 우위를 선점할 경우 그 지위가 지속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남들보다 먼저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경쟁자가 수집하지 못한 데이터를 확보했음을 의미하고, 네트워크 효과와 결합되면 더 많은 활동이 더 많은 데이터와 더 높은 가치 창출로 이어져 플랫폼의 예측력이 높아지고 경쟁우위가 더욱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은 상품과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 경쟁자를 물리친다. 안드로이드 전용 앱, 페이스북 전용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러한 수단으로 플랫폼 기업은 독점기업이 된다. 미국에서 페이스북과 구글이 온라인 광고수익의 75%를 점유하고,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가 전 세계 디지털 광고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이러한 현상을 대변한다. 이러한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 산업의 독점구조를 무너뜨리고 그

  • 커버스토리

    기본소득이 도대체 뭐길래…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작년 말만 해도 대부분 국민에게 생소한 단어였던 기본소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과 함께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재명 경기지사부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여야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기본소득은 한마디로 모든 국민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크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기본소득으로 분류된다.첫 번째, 보편성이다. 소득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계층에 지급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국가에 따라 지급 대상을 성인에 한정하는 등 나이 제한을 둘 수는 있지만 국민 1인당 일정액을 일률적으로 줘야 한다.두 번째는 정기성이다. 대부분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매월 지급된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국내에서 일회성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기본소득’ 등으로 불렸지만 기본소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세 번째는 기본소득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충족성이다. ‘소득’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그 돈으로 최저생계 정도의 삶은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쪽에서도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기존 복지제도를 대폭 없애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기존 복지제도는 유지한 채 기본소득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돈이다. 전 국민에게 충분한 돈을 지급하기 위해선 상당한 재원이 소요된다. 한국인 1인당 매월 30만원을 기

  • 커버스토리

    "공돈 받으면 근로의욕 저하" vs "소비 늘려 경기부양 효과"

    국내에서 기본소득을 놓고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선 막대한 재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지급하다 보면 경제적 약자들이 받는 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노동 의욕이 감퇴하는 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반면 찬성 측은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감소도 예견되고 있어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조속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찬성 측에서도 기본소득 지급 형태를 놓고 여러 의견으로 나뉜다.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1년에 10만원이나 20만원 등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해 차츰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급 대상을 청년이나 노인부터 한정해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찬성 측 “경기 부양효과 클 것”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4차 산업혁명 및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다. 기술 진보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면서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인구가 늘어나고 이들에 대한 소득보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택배 배달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안정적인 소득을 근로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보충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자리 감소 문제는 소비 문제와도 연결된다. 소득이 적거나 불안정한 이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의 절대적 숫자도 감소해 전체 소비가 줄어들며,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기본소득 지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신호'와 '소음'의 분리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다. 코로나19 대감염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쌈짓돈을 들고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1894년 반봉건·반침략을 가치로 내걸고 일어난 농민들의 사회개혁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반기관·반외인 운동인 것이다. 외국인이 쏟아낸 20조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가 받아냈다. 수익률도 높다. 지난 3월 19일 이후 6월 5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코스피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66.5%에 달한다.값비싼 대가의 근시안적 경영동학개미운동의 진정한 의미는 개미들의 대량 매입이라는 점에 있지 않다. 무엇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매수’라는 점에 있다. 단기적인 소음에 연연하지 말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바겐세일이 시작된 가치 있는 주식을 장기간 보유한다면 노후 보장이 가능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시안적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 동학개미운동의 핵심이다. 동학개미운동의 시사점은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하는 많은 기업에 유용하다. 기술기업을 표방하는 벤처기업은 물론 기존 영역에서 경쟁우위를 갖추던 전통적인 기업들 모두 근시안적 목표 달성을 추구하느라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단기 목표 달성에 목을 매는 기업들은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다양한 출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80% 이상이 분기별 수익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연구개발비를 줄일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을 지닌 기업의 움직임은 달랐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미국의 615개 상장회사가 14년간 기록한 성과를 살펴

  • 시네마노믹스

    얽매일 게 없는데…리키는 왜 '과로의 굴레'에 빠졌을까

    “고용 계약 같은 거 없고 목표 실적도 없어요. 출근 카드도 없고 알아서 일합니다. 자신 있어요?” “그럼요! 이런 기회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영화 ‘미안해요 리키’는 리키(크리스 히친 분)가 택배기사로 일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리키의 새 일자리는 법정 근로시간 기준도 없고, 정해진 월급도 없다. 대신 배송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회사 매니저는 리키에게 “채용되는 게 아니라 합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금융위기 때 직장을 잃고 일용직을 전전하던 리키는 이 기회를 ‘생명줄’처럼 붙잡는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을 얻을 것이란 희망에 가득차서다.‘플랫폼’이 만든 일자리리키의 가족은 네 명. 마음씨 따뜻한 아내 애비(데비 허니우드 분)와 고등학생 아들, 중학생 딸이 있다. 새로 시작한 택배 일은 리키에겐 가족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다. 리키는 아침 7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미술에 재능이 있는 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착하고 똑똑한 딸도 남부럽지 않게 키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당신은 고용된 기사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라는 매니저의 말에 리키는 한껏 고무된다.그가 택배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받은 것은 손바닥만 한 단말기다. 매니저는 신신당부한다. “이건 ‘심장’ 같은 겁니다. 시스템에 등록돼 배송이 완료될 때까지 추적되죠. 배송 경로도 짜줄 거예요.” 단말기는 디지털 플랫폼을 상징한다. 리키에게 사무실 같은 전통적인 작업장은 없다. 대신 단말기를 통해 외부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리키가 찾는 택배 수요도 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관리된다.

  • 디지털 이코노미

    데이터 경제시대에 측정되지 않는 가치의 중요성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는 시대다. 사물인터넷과 5G(5세대)로 구축된 빅데이터에 인공지능 분석 기술까지 더해진다면, 인간의 감각으로 찾아내지 못한 연결고리도 발견할 수 있는 시대다. 앞으로 더 많은 센서가 더욱 더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쪼개고, 측정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는 데이터를 많이 모을수록 우리가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목표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많은 기업과 정부가 데이터 중심의 경제가 가속화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측정되지 않는 가치의 중요성하지만 오늘날 데이터에 대한 관심은 측정된 데이터 그 자체에만 집중돼 있다. 측정되지 않는 가치의 중요성을 살펴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인도 소액금융의 몰락은 측정된 데이터에만 집중하면 어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비제이 마하잔은 인도 소액금융의 선구자다. 마하잔이 소액금융을 시작한 계기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경제학 교수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은행이었다. 유누스는 1970년대 방글라데시를 휩쓴 기근을 돕기 위해 사재를 털어 가난한 여성들에게 소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그라민은행을 설립했고, 여성들은 이 돈으로 대나무 가구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출금이 소액이었던 만큼 상환율도 높았다. 이를 본 마하잔은 1996년 BASIX를 설립해 은행 문턱을 넘기에는 너무나 가난했던 인도의 많은 사람에게 소액을 대출해주는 사업을 시작해 재기의 발판을 제공해줬다. 이후 인도에서 소액금융산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해외로부터 벤처자본 투자가 가세하자 그 속도는 배가 되었다. 2008년 4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