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의 진화는 시장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죠

    서부지역에서 철조망은 전화선을 대신했다. 전화 산업이 막 시작되던 1800년대 말 전화망은 서부까지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원하는 투자자는 인구가 밀집한 동부 해안의 산업도시만을 선호했다. 목장과 농사를 하며 띄엄띄엄 떨어져 사는 서부는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였다. 상황이 이렇자 서부의 농장주들은 독창성을 발휘했다. 가축을 가둬두기 위한 철조망을 활용한 것이다. 전화기에 연결된 선을 집집마다 설치된 철조망에 연결하고, 이를 다시 이웃집 울타리에 연결했다. 전화망을 스스로 구축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파티 라인’이라고 불렀다.메트칼프의 법칙과 네트워크의 가치서부의 농부들이 만든 철조망 네트워크는 오늘날의 P2P 연결이었다. 개인 전화기마다 번호는 부여됐지만, 철조망으로 연결된 사람이면 누구나 통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개인의 내용이 모든 사람에게 공유됐다. 한편에서는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밖에서 얻은 정보를 파티 라인을 통해 전해주거나, 노래를 들려주거나,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초의 소셜 미디어인 셈이다.획기적인 발상이었지만 철조망 네트워크의 한계는 명확했다. 장거리 통화가 불가능했다. 철조망으로 연결된 사람들끼리만 통화가 가능할 뿐이었다. 제록스의 연구원이었던 메트칼프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트칼프의 법칙’을 언급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화 산업 초창기의 파티 라인은 메트칼프의 법칙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다. 소규모 지역 공동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네트워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지 못

  • 디지털 이코노미

    4차 산업혁명 시대 고등교육의 보완재 역할하는 'MOOC'

    ‘무크(MOOC)’는 수강자 수의 제한이 없는 대규모 강의(massive)로, 강의료 없이(open) 인터넷(online)으로 제공되는 교육과정(course)을 의미한다. 온라인 공개강좌 무크는 2008년 시작됐다. 이후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이면서 구글 로봇 자동차를 발명한 세바스찬 스런은 2011년 무크에 초점을 맞춘 유다시티(UDACITY)를, 2012년에는 스탠퍼드대의 앤드루 응과 다프네 콜러 교수가 무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벤처 코세라(Coursera)를 설립하면서 MOOC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이후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도 에드엑스(edX)를 설립해 새로운 변화에 편승했다. 고등교육을 재설계하는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MOOC 부상의 배경MOOC가 부상한 배경에는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른 기술적 실업 상황이 놓여 있다. 기술적 실업이란 기술 진보에 따라 노동 수요가 감소함으로써 발생하는 실업을 의미한다. 많은 산업 분야의 전문가나 경제학자 모두 기술적 실업의 해결책으로 교육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는 젊은 시절에 한번 배운 지식으로는 현재 일자리를 지켜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문제는 배울 곳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의 교육 시스템은 아직 사회에 발을 내딛지 않은 학생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온라인 공개강좌인 MOOC의 급격한 성장 이유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등교육의 문제도 존재한다. 데이비드 에드워스 하버드대 교수 등 비평가들은 미국 대학이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제조 경제를 위한 노동자를 훈련시키고 있다고 비

  • 디지털 이코노미

    미국 실리콘밸리는 학문의 실용성을 바탕으로 성장했죠

    많은 대학의 졸업식 축사를 거절했던 스티브 잡스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올랐다. ‘갈망하라 우직하게’라는 명언으로 끝맺은 축사는 2008년 유튜브 조회 수 2600만 회를 넘길 정도로 유명했다. 애플 직원들과 스티브 잡스 가족들이 참여해 발간한 《비커밍 스티브 잡스》에 의하면, 잡스는 졸업식 축사를 준비하기 위해 영화 <어 퓨 굿맨>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에런 소킨에게 자문을 구하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스탠퍼드대학의 졸업식 축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실리콘밸리 성장 배경 된 스탠퍼드대스티브 잡스에게 스탠퍼드대학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리드 칼리지 중퇴 후에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게임 회사 ‘아타리’에 취업한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의 물리학 강의를 청강하고 학생들과 어울렸다. 한편 수많은 대학의 졸업 축사 요청을 거절했던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의 졸업 축사 요청에 대해 거의 곧바로 수락한 이유 잡스 개인적인 의미 때문은 아니었다. 스탠퍼드대학이 없었다면 오늘날 실리콘밸리도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학이 있었기에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끈 수많은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었고, 혁신적인 시도들이 이뤄질 수 있었다. 휴렛 패커드,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야후, 구글 등 모두 스탠퍼드대학에서 시작해 오늘날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1891년 10월 문을 연 스탠퍼드대학은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팔로알토 시의 상원의원인 릴랜드 스탠퍼드의 이름을 따서 설립되었다. 1884년 유럽 가족여행 중에 외아들이 장티푸스에 걸려 15세의 나이로

  • 디지털 이코노미

    신기술은 기존 생태계와 대립·경쟁하며 뿌리 내리죠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된 카풀과 택시가 마침내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충분하지 않은 듯 보인다.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합의 거부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스타트업 진영에서는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카풀과 택시의 갈등은 운송산업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과 기존 생태계의 새로운 대립 양상을 보여준다. 즉, ‘할지 말지’의 문제를 넘어 생태계의 문제로 발전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신기술과 기존 생태계기술은 ‘언제’의 문제, 즉 구현될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지 못하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다. 대부분의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이 생태계와 보완관계를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4K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더라도 고화질 카메라, 새로운 방송 기준, 고용량 파일을 처리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발전 등이 동반될 때 비로소 소비자의 시청 경험으로 이어진다. 기술 자체가 가진 잠재력과 무관하게 생태계의 준비 없이는 기술은 구현되기 어렵다. 반면 기존기술은 신기술보다 생태계 의존도가 낮다. 이미 생태계에 정착한 이상 핵심 기술에 대한 혁신 없이도 개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RFID는 바코드 기술에 비해 뛰어난 기술이지만,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무선환경, 보안기술 등의 생태계 발전이 필요한 반면 바코드는 그 자체의 기술혁신 없이 정보통신환경 등의 단순한 인프라 강화만으로도 활용범위를 넓혀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기술의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RFID의 활용이 저조한 이유이다.신기술 생태계와 구기술 생태계의 경

  • 디지털 이코노미

    지속 성장하려면 끊임없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죠

    파괴적 혁신의 정의공고했던 고속복사기 시장과 컴퓨터 시장은 모두 작은 기업에 의해 무너졌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파괴적 혁신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의 기념비적인 적서 《혁신기업의 딜레마》 《성장과 혁신》에서 혁신은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한다. 존속적 혁신은 기술적으로 성능을 향상시키는 혁신을 의미한다. 한층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상위시장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향상되는 존속적 기술에 기반을 둔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성능이 점점 고도화되는 현상은 지속적 혁신의 결과다. 반면 성능은 뒤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술로 주류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에 먼저 뿌리내렸다가 급격한 기술 개발을 거쳐 주류시장을 잠식하는 경우가 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를 ‘파괴적 혁신’이라고 표현한다. 파괴적 기술은 고성능을 원하는 고객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성능은 조금 부족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기술을 원하는 시장에서 수용된다. 이후 급격한 기술 개발을 통해 주류 시장에서 통용될 만큼 성능이 향상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때문에 주류 시장의 기존 경쟁자를 넘어서게 된다.4차 산업혁명 기술과 파괴적 혁신파괴적 혁신 전략이 존속적 혁신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업을 무너뜨리는 사례들로부터 기술을 ‘첨단기술’과 ‘재래 기술’로 구분하는 것이 반드시 올바른 방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존 기술들의 재조합이 4차 산업혁명을 리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물류혁명이 가져올 소비재 생산방식 변화

    ‘검은 금’은 석유가 아니라 후추였다. 선사시대부터 인도에서 양념으로 쓰이던 후추는 일부 상류층에서만 맛볼 수 있었고, 가치가 높아 화폐나 담보, 심지어 몸값으로도 쓰였다.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업과 제국들은 수천 년 동안 교역을 감행했지만, 긴 거리는 높은 비용과 위험을 수반했다. 서양인들은 보다 수월하게 후추를 공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항로 개척은 대표적인 노력이다.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아메리카 대륙도 후추 덕분이었다.운송과 산업전략지난 수 세기 동안 운송의 어려움 탓에 소비자들은 국가 밖의 상품을 구입할 수 없었다. 아주 부유한 소수를 제외한 일반인에게 해외에서 조달한 옷이나 식품, 도구들은 너무 값비싼 제품이었다. 운송의 어려움은 생산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소비자 가전 사업을 선도했던 RCA는 텔레비전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었다. 주요 부품을 설계하고 대량생산할 뿐만 아니라 진공관과 회로기판,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음극선관, 튜너, 스피커, 심지어 옛날 텔레비전의 상징인 나무 마감 수납장도 직접 만들었다. RCA의 1959년 홍보영상 《The Reason Why》에는 RCA가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드는 이유가 상세히 언급된다. 바로 ‘운송의 어려움’이다. 부품을 직접 조달할 경우 시간과 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어 이윤이 낮아졌기 때문에 수직통합 기업이 경쟁우위를 차지했다.물류 혁명은 생산방식의 변화 가져와1970년대와 1980년대 기업들은 모두 수직통합 전략을 고수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일은 수입보다 비용이 커질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화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시대에는 불특정 대중이 가치를 창출하죠

    인류 역사상 발간된 책은 약 1억3000만 권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미국 워싱턴DC의 의회도서관이 약 3000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지만, 웹상에 존재하는 정보의 양에는 미치지 못한다. 2015년 기준으로 검색 엔진이 찾을 수 있는 웹 페이지는 약 450억 쪽에 달했다. 검색되지 않은 웹 페이지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사람들이 만드는 웹 도서관온라인 세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보는 문서화된 정보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보가 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음악과 동영상, 사진, 음성파일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리고 물리적 도서관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콘텐츠가 확장된다. 유튜브에는 8000만 편 이상의 동영상이 존재하고, 시간당 약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된다. 이 모든 정보는 누군가의 기획과 통제 하에 있지 않다. 웹상의 정보는 풍부하지만, 무질서해 보이는 이유다.무질서한 정보는 원하는 특정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 스탠퍼드대의 두 청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웹상의 정보가 가진 단점을 해결했다. 웹상의 모든 콘텐츠는 다른 웹페이지와 연결돼 있음을 알아냈고, 다른 웹페이지에서 해당 콘텐츠를 많이 링크할수록 중요한 콘텐츠라는 것을 파악했다. 다른 논문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연구가 가치가 높은 논문이 되는 것과 유사한 논리다. 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해 모든 웹페이지에 등급을 매겼고, 이는 구글 창업의 기반이 됐다. 구글이 찾아낸 것은 불특정 다수가 올리는 정보는 통제할 수 없지만 질서가 존재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이 구조는 불특정 다수가 상호작용한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플랫폼은 비즈니스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죠

    구글은 ‘구글 뉴스’ 서비스를 통해 각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모아놨다. 제목 외에 사진과 짧은 요약문이 제공된다. 2002년 9월 출범한 구글 뉴스로 인해 수익이 감소하자 기존 신문 및 잡지사는 당황했다. 2007년 초 벨기에 독일 스페인의 신문사를 대변하는 단체들은 구글 뉴스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진 구글은 수익을 뉴스 제공자와 나누는 대신 뉴스 서비스 폐지를 결정했다. 그 결과 각 신문 웹사이트의 방문자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이는 광고수익 급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신문사는 법원의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디지털 플랫폼의 특징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신문사들의 수익은 매우 높았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전역의 신문은 약 2400종이었고, 연매출은 46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미국 신문사의 위상은 급격히 낮아졌다. 2013년 기준으로 10년 새 광고 매출이 70%나 줄었으며 2007~2011년 신문사 일자리는 1만3400개 감축됐다. 2013년 8월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에게 매각되기에 이른다.디지털 플랫폼은 이처럼 기존 비즈니스를 붕괴시킨다. 파괴 속도와 규모가 과거의 그 어떤 신기술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원인은 온라인 환경에서 정보재를 거래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보재란 디지털화가 가능한 재화를 의미한다. 즉, 0과 1의 비트 형태로 운송하고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결과물이다. 정보재의 특징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음악 파일은 10개를 복사하든, 1000개를 복사하든 그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