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플랫폼
무료·완전성·즉시성은
디지털 플랫폼의 특징
재화와 서비스 동시 중개
구글은 ‘구글 뉴스’ 서비스를 통해 각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모아놨다. 제목 외에 사진과 짧은 요약문이 제공된다. 2002년 9월 출범한 구글 뉴스로 인해 수익이 감소하자 기존 신문 및 잡지사는 당황했다. 2007년 초 벨기에 독일 스페인의 신문사를 대변하는 단체들은 구글 뉴스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진 구글은 수익을 뉴스 제공자와 나누는 대신 뉴스 서비스 폐지를 결정했다. 그 결과 각 신문 웹사이트의 방문자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이는 광고수익 급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신문사는 법원의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무료·완전성·즉시성은
디지털 플랫폼의 특징
재화와 서비스 동시 중개
디지털 플랫폼의 특징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신문사들의 수익은 매우 높았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전역의 신문은 약 2400종이었고, 연매출은 46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미국 신문사의 위상은 급격히 낮아졌다. 2013년 기준으로 10년 새 광고 매출이 70%나 줄었으며 2007~2011년 신문사 일자리는 1만3400개 감축됐다. 2013년 8월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에게 매각되기에 이른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처럼 기존 비즈니스를 붕괴시킨다. 파괴 속도와 규모가 과거의 그 어떤 신기술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원인은 온라인 환경에서 정보재를 거래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보재란 디지털화가 가능한 재화를 의미한다. 즉, 0과 1의 비트 형태로 운송하고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결과물이다. 정보재의 특징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음악 파일은 10개를 복사하든, 1000개를 복사하든 그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다. 정보재가 인터넷에 연결되면 그 거리가 옆자리 친구인지, 지구 반대편에 거주하는 친구인지와 무관하게 전송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앤드루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은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에서 이런 플랫폼의 특징을 ‘무료’ ‘완전성’ ‘즉시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이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춘 상품이나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플랫폼의 결합과 기존 비즈니스의 붕괴
디지털 플랫폼은 무료, 완전성, 즉시성으로 인해 재생산 및 유통의 한계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진다. 추가적으로 하나 더 생산하는 데 따른 비용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14년 페이스북에 220억달러에 인수된 ‘와츠앱’은 디지털 플랫폼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2009년 등장한 와츠앱은 SMS가 아니라 휴대폰 데이터망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당시만 해도 SMS 전송 건수마다 통신사가 요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무료인 와츠앱에 열광했다. 2016년 10억 명 이상의 이용자가 하루 400통 넘는 메시지를 와츠앱을 통해 전송했다. 시간이 갈수록 SMS 비용을 충분히 치를 수 있는 사람들도 와츠앱을 사용해야만 했다. 모두가 와츠앱을 이용하는 탓에 해당 앱 없이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네트워크 효과’ 또는 ‘수요 측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SMS 수익을 올리던 기존 통신업자는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지만,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한편, 디지털 플랫폼이 갖는 보완재로서의 속성은 소비자와 플랫폼 소유자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 보완재란 함께 소비할 때 만족이 높아지는 재화로서 두 재화의 소비가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앱스토어는 아이폰 보완재로서의 디지털 플랫폼이다. 앱스토어가 없다면 아이폰 판매량은 많은 부분 가격의 변화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앱스토어의 존재로 인해, 다양한 앱이 존재함으로 인해 아이폰 수요는 증가하게 된다. 보다 다양한 앱의 존재는 아이폰의 가치를 높여 같은 가격 수준에서 더 높은 수요를 창출하게 된다. 세계 스마트폰 이윤의 91%를 애플이 차지한다는 추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다.
O2O 플랫폼으로의 진화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은 비트로 이뤄진 정보재의 거래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소프트웨어, 음악, 은행 서비스와 같이 완전히 디지털화된 재화뿐만 아니라 자동차, 숙박시설과 같은 물리적 상품과 서비스도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다. 프랑스의 카풀 서비스 플랫폼 ‘블라블라카’, 인도네시아에서 승객과 오토바이를 연결하는 앱 기반의 플랫폼 ‘고젝’, 빈 트레일러로 되돌아오지 않도록 화물을 중개하는 미국의 ‘트랜스픽스’ 등 O2O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O2O 플랫폼은 모든 참여자의 유동성을 높여준다. 인도네시아의 통근자와 저렴하게 여행지를 찾아갈 궁리를 하는 프랑스 여행자, 빈 짐칸으로 돌아오는 대신 동일한 경로의 짐을 실어 푼돈이라도 벌어보려는 트럭 운전자 모두 O2O 플랫폼을 통해 쉽고 빠르게 거래 상대방을 찾을 수 있다. 비트의 특징, 즉 ‘무료’ ‘완전성’ ‘즉시성’을 가진 O2O 플랫폼이 원자의 세계인 물리적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의 앞으로의 진화 방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