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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기업혁신의 상징어 '특허'의 두 얼굴

    기업가정신의 이미지는 언제나 혁신적이다. 기업가정신은 사회적 부의 증진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새로운 과정의 발견을 함축하는 ‘혁신’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이 언제나 생산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업가적 활동이란 기업가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활동이다. 이들의 혁신은 지대추구 방법을 혁신할 수도 있고, 경쟁자가 특정 지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적 수단을 찾아내는 혁신을 할 수도 있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은 이를 ‘비생산적인 기업가정신’이라고 표현했다. 혁신경제와 특허비생산적인 기업가정신은 특허제도를 활용해 발현될 수 있다. 특허는 새롭고 창조적이며 무엇보다 산업적인 응용에 적합한 발명을 위한 보호장치다. 아이디어가 도용당하지 않도록 특허권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특허시스템은 두 가지 요소의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 첫 번째는 일정 기간의 독점적 사용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한 혁신가가 이를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대신 혁신가는 발명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특허시스템의 두 번째 요소로 ‘정보 개시 의무’라고 한다. 세부적인 정보가 공개되어 경제 전체에 빠르게 퍼질 수 있어야 특허만료 이후에 그 이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다.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마리아나마추카토 교수는 《가치의 모든 것》을 통해 특허는 권리라기보다 정책적인 거래 혹은 협상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혁신가는 일정 기간의 독점권의 대가로 발명의 세부사항을 공개해야 하고, 정책결정자는 혁신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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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전환시대, 중요도가 높아지는 서비스 무역

    2012년 7월, 싸이의 여섯 번째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세계 시장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2년이 마무리되기 전 그의 노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사상 처음으로 조회수 10억 회를 돌파하면서 그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새해 카운트다운 무대에 나와 100만 명 넘는 군중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이후 방탄소년단(BTS) 등장이 이어지면서 ‘K팝’은 세계 문화에 빠르고 넓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디지털 시대로 가속화되는 서비스 무역2004년 애플은 급성장하는 휴대폰 시장 진출을 결정한 뒤 전화기와 컴퓨터, 카메라 그리고 아이팟 기능을 모두 갖추면서도 터치스크린으로 작동되며 와이파이도 연결되는, 이 모든 기능을 작고 가벼운 본체에 담아내고자 했다. 평균적인 소비자 눈높이에 가격을 맞춰야 한다는 점은 당연한 사항이었다. 이런 방대한 작업을 미국 캘리포니아는 물론이고 한정된 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2013년 보도사진가 데이비드 바레다는 ‘포린폴리시’ 편집장 데이비드 워타임과 함께 아이폰 생산에 관여한 세계 공급업체를 도식화한 결과 수십 개 국가에 있는 748개 기업을 찾아냈다.콘텐츠 분야는 생산에 참여하는 국가가 이보다 다양하다.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출현한 이후부터는 글로벌 시장이 어떤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작할지 좌지우지한다. 자국 시장의 소비자가 아니라 세계 시청자와 관객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가 많아지는 이유다. 2015년 공개된 ‘왕좌의 게임 5’는 세계 170개국에서 동시 방영됐다. 디지털화에 따른 스트리밍 서비스의 활성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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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발전과 사회적 자본의 감소

    2016년 자살, 알코올, 약물 남용 관련 사유로 사망한 미국인은 19만7000명이다. 1994년 에이즈 유행이 정점에 달했을 때의 사망자 수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수치다. 2016년은 경기가 꾸준히 확장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보다 놀랍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끝난 2009년 6월 이후 2019년 1월까지 100개월 동안 연속해서 일자리가 늘었고, 22%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의 자살률이 2016년에 버금가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그 직후의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했던 잠깐의 시기뿐이었다.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미국의 사망자 추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사회적 자본의 부재다. 사회적 자본은 물적자본 혹은 화폐만큼이나 중요한 부의 한 형태다.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을 개인 사이의 연결로서 사회관계망과 이로부터 생성되는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은 다양한 측면에서 감소하고 있다. 1970년대 초 미국의 노동 연령 가운데 60% 이상이 사람을 대부분 신뢰할 수 있다고 답변했지만, 2012년에는 20%에 불과했다. 정부 신뢰는 이보다 심각하다.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1958~2015년 연방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73%에서 19%로 급감했다. 퍼트넘은 이러한 현상을 《나 혼자 볼링》이라는 책을 통해 담아냈다.자살과 약물 남용의 공통점은 ‘단절’이다. 사회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1897년 발간한 그의 책 《자살》을 통해 자살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주로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가족, 배우자, 직장에서 긴밀한 유대를 잃어버릴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 역시 자살의 위험과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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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기업'의 탄생, 그리고 그를 보는 다양한 시각들

    1987년 로버트 보크의 대법관 임명이 미국 상원 인준에 실패했다. 당시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지명한 인물이었지만, 그의 지난 행적은 대통령보다 강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나치게 엄격한 카르텔 판결에 반대하는 학자였다. 대기업은 효율이 높아 저렴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는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어 소비자 복지가 향상될 수 있다는 근거로 소비자가 이득을 누릴 수 있다면 인수합병을 저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시작으로 많은 인수합병이 이뤄졌고,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는 대형 합병에 대해 이전보다 관대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거대기업의 등장자본주의 초기에는 기업이 대형화되기보다는 잘게 쪼개지는 일이 잦았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기업으로 불렸던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 컴퍼니는 독점판결을 받은 뒤 1911년 34개의 작은 회사로 분리되었고, 벨컴퍼니로 불리던 AT&T 역시 1982년 7개의 작은 회사로 쪼개졌다. 이들은 AT&T,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로 오늘날 명맥을 잇고 있다.1999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소송은 기업의 대형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PC시장, 운영체제 부문의 독점, 운영체제와 검색엔진의 결합에 관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사실상 독점이라고 판결하면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부문을 분리할 것을 명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대한 항소에서 워드, 엑셀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윈도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수정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독점 판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엄격했던 반독점 판결은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보기술(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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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과 자본의 결합으로 덜 소비하면서 더 얻는 시대

    덜 소비하면서 더 얻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세계의 주요 농업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은 1999년에 비해 비료를 25%나 덜 쓰고, 농사에 필요한 물 역시 1984년에 비해 22% 이상 덜 쓴다. 하지만 작물의 양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건축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의하면 목재의 소비량은 1990년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질조사국이 조사 가능한 72가지 자원 가운데 해가 갈수록 소비량이 증가하는 자원은 규조토, 산업 석류석, 보석, 소금, 은, 바나듐 여섯 가지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기술의 발전과 탈물질화덜 쓰고, 더 얻는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온실가스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장 해로운 부산물이다. 1800~1970년에 이르는 170여 년 동안 에너지 소비량은 미국의 경제성장과 발맞춰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에너지 사용 증가 속도는 둔화했고, 2017년 미국의 에너지 총사용량은 2008년보다 거의 2%나 감소했다. 미국 경제는 같은 기간 15% 이상 성장했다. 《제2의 기계시대》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대(MIT ) 교수는 《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을 통해 자원 사용이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현상을 ‘물질정점을 지났다’고 표현한다.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기술 발전에서 찾는다. 알루미늄 맥주 캔은 1959년에 등장했다. 이전의 주석 캔은 맥주에는 1994년부터, 청량음료에는 1996년부터 전혀 쓰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무게가 85g으로 무거웠지만, 1980년대에는 16g까지 줄어들었고, 오늘날 12.75g으로 가벼워졌다. 매니토바대 환경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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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전환은 탈물질화의 새로운 동력원

    신부이자 경제학자였던 맬서스는 인류의 멸망을 예언한다. 1798년에 펴낸 그의 책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 결국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부부가 두 명의 자녀를 낳고, 이들이 자라서 각각 자녀를 둘씩 낳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인구는 지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그렇지 않아 증가하는 인구를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맬서스의 예언은 틀렸고, 인류는 아직 살아남아 있다. 산업화의 시작과 효율적인 자원 활용맬서스의 주장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과거를 설명하는 데는 옳았다. 경제사학자 그레고리 클라크는 맬서스의 인구론이 나오기 전 6세기 동안 영국에서는 1700년까지 인구가 증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인구가 증가할수록 빈곤해졌음을 증명했다. 땅에서 산출해낼 수 있는 식량의 양은 정해져 있었던 탓에 인구가 그 한계선까지 증가하면 궁핍이라는 잔혹한 시스템이 작동해 인구수를 다시 끌어내렸다.이는 인류가 의지할 동력원이 오로지 인간의 근육과 바람, 물과 같은 천연자원뿐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1776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증기를 활용한 기계는 토머스 뉴커먼에 의해 한참 전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발명품은 석탄을 너무 많이 소비하는 탓에 사용범위가 넓지 못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달랐다. 같은 양의 석탄으로 두 배 이상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탑재된 트랙터를 농업 생산성 향상의 원인으로 예상하지만, 당시 이러한 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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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을 위한 조직 시스템 설계의 필요성

    성공 스토리는 언제나 극적이다. 눈보라 치는 파리 시내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해 내고, 대학에서 동문관리 앱을 구축하던 친구들은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자주 상하구분 없는 ‘소통’ ‘개방’ 등의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격의 없는 논의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낸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고, 심지어 정부나 국회에서도 비슷한 문화를 차용하고자 노력한다. 문제는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달라지는 점이 크지 않다는 데에 있다. 현실에서 무시받는 혁신적 아이디어많은 혁신은 소위 ‘미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등장했을 때 기업이,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이해하며 다양한 수단과 자원을 쏟아붓는 경우는 볼 수 없다. 오히려 획기적 아이디어의 주창자들은 조직 내에서 무시받거나 심지어는 ‘특이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할 경우 기업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때 세계 무선전화 시장을 제패했던 노키아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지구상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팔았던 노키아는 혁신 기업의 상징이었다. 조직문화 역시 개방적이고 혁신적이었다. 해야 하는 일 외에 각자 관심 있는 일에 일부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고, 실수에도 관대했다. 이러한 문화 덕분에 몇몇 엔지니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건을 만들 수 있었다. 전체가 터치스크린으로 덮여 있으며, 인터넷이 가능한 전화기였다. 연구진은 이 새로운 형태의 전

  • 시사 이슈 찬반토론

    벤처 창업자에게는 차등의결권 허용한다는데…

     [찬성] 벤처기업 경영권 유지에 꼭 필요, 속히 도입해야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을 비롯해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청년세대 등에게 벤처 창업을 장려하고 대기업으로 키우려면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이 성장 때 필요한 자본조달 과정에서 경영권 유지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현행 상법에서는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특례법을 만들어야 한다.그동안 국내의 인공지능(AI) 정보기술통신(ITC) 핀테크 바이오 등 이른바 미래형 ‘4차산업’ 관련 벤처기업들이 이 제도 도입을 계속 요구해왔다. 연구개발의 기간은 길고 단기간에 매출과 이익 증대는 어려운 업계의 현실적 애로 때문이었다. 벤처캐피털 등에서 개발과 경영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힘들게 만든 회사의 지분을 넘겨줘야 하는 등으로 경영권 유지 걱정을 해야 했다.20대 국회에서도 복수의결권을 도입하자는 법안이 나왔으나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반대 때문에 법제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예외 없이 벤처기업 육성을 정책 목표로 내걸어 왔던 만큼 이런 제도 도입을 통해 기업이 만들어진 이후 본격적으로 클 수 있는 토대를 적극 조성해야 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코로나 위기 극복 문제가 아니더라도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미국 등지에서 극단적으로 1주만 가지고 있어도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특정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황금주 제도)까지 인정하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영권 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