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4차 산업혁명과 물류

20세기 후반이 되자 관리 작업의 시스템화가 시작되었다. 운송의 기계화와 하역의 자동화로 물류 작업 자체의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화물과 기계를 관리하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이 담당했다. 하지만 이 시기 사무용 컴퓨터의 보급이 일반화되고, 대기업 중심으로 전력과 철강 등의 국가산업이 시스템화되면서 관리 시스템의 비약적인 발전이 나타났다. 창고의 재고관리와 검수, 포장 등이 통합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고, 운송 트럭의 배차 간격까지도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었다. 소인화와 표준화오늘날 진행 중인 변화는 ‘로지스틱스 4.0’으로 표현된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기술이 발달하고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사람에 의존하던 물류산업의 근간이 변화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의 오노즈카 마사시는 그의 책 《로지스틱스 4.0》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물류 산업의 변화를 ‘소인화’와 ‘표준화’로 정리한다. ‘소인화’란 로지스틱스 각 영역에서 인간이 조작하고 판단해야 하는 과정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이 시작되면 운전자 없이 화물을 배달할 수 있고, 로봇 성능이 향상되면 창고 선반의 높은 곳에 있는 화물을 더 이상 사람이 옮기지 않아도 된다. 물류의 운용주체가 인간에서 기계·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표준화’는 로지스틱스에 관한 다양한 기능과 정보가 연결되어 운송 경로나 수단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보 공유를 위한 공통의 기준이 마련되어 물류의 전 과정에서 정보들이 연결되면 AI를 통한 최적경로와 운송수단의 선택으로 재고와 다양한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모든 공급망에서 물류기능이 연결되어 물류산업의 범위를 넘는 거대 플랫폼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경쟁방식의 변화무엇보다 소인화와 표준화는 물류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탈바꿈됨을 의미한다. 새로운 기술들의 결합으로 운반·하역·포장 등의 기본작업이 인간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프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표준화로 가능해진 정보공유로 인해 로지스틱의 기능이 물건만이 아니라 정보를 공급하는 망으로 확대된다. 물건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얻은 물류센터의 재고상황이나 점포의 판매동향, 배달과정에서 경험적으로 알게 되는 배송지 상황 등의 정보를 공급망 상류에 있는 제조 및 공급업체와 공유하여 이들의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다. 즉, ‘공급망’이 아닌 ‘수요망’까지 뒷받침하는 서비스로 확장가능한 것이다.
로지스틱스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다른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 전체와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혁신은 특정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소인화와 표준화를 통해 조달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혁신하는 로지스틱스 분야의 혁신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 포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