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과학과 놀자

    충치로 이 빠지면 새로 자라게 한다?

    음식을 먹고 나면 이를 닦아야 한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한번 충치가 생기면 그 고통은 물론이고, 치료 비용 또한 상상을 초월하니 말이다. 그런데 만약 충치가 생겨도, 이가 빠져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다면 어떨까? 썩은 이를 새 치아로 교체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인간의 치아는 크게 앞니, 송곳니, 작은어금니, 큰어금니로 나뉘며, 각 치아는 위치와 형태에 따라 고유의 기능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앞니는 음식을 자르고, 송곳니는 찢고, 어금니는 갈아 으깨는 역할을 하며 소화를 돕는다.이러한 기능이 가능한 건 치아를 구성하는 독특한 조직 덕분이다. 치아는 법랑질, 상아질, 치수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으로 치아를 외부 충격과 부식으로부터 보호한다. 상아질은 치아의 형태를 유지해주고, 가장 안쪽에 있는 치수는 혈관과 신경이 분포해 치아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구성된 치아는 우리가 평생 음식을 섭취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치아가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치 20개가 빠지고 나오는 영구치 32개를 평생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기적으로 치과의사의 도움을 받는다. 충치가 생기면 때우고, 더 심하게 손상되면 임플란트 같은 인공 치아 시술을 받는다.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티타늄 나사를 심고 그 위에 인공 치아를 씌우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자연 치아만큼 완벽하지 않다.인간과 달리, 동물은 놀라운 치아 재생능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파충류와 어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은 상

  • 과학과 놀자

    우주에서 발효시킨 된장이 더 맛있다?

    최초의 우주식량은 튜브에 담긴 퓨레였다. 간편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우주비행사들은 마치 접착제나 치약을 먹는 것 같다며 '끔찍한 수준'이라고까지 악평했다. 영양학적으로는 우수한 식사였음에도 지구에서 먹던 음식과는 영 딴판이었기에 우주비행사들은 한결같이 적응하기 어려워했다. 심지어는 맛과 향, 질감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우주비행사도 있었다. 성공적인 우주 탐사를 위해서는 우주식량 연구가 절실했다.그로부터 50년 동안 수많은 연구를 거치며 우주식량은 계속해서 진화했다. 과거 오직 가볍고 오래가는 식품을 목표로 하던 우주식량에서 벗어나 맛과 향까지 신경 쓴 우주식량을 개발한 것이다. 지금은 우주에서 스파게티, 토마토수프, 오트밀, 카레, 마파두부 같은 가공식품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최근 또 한번의 진보를 이루었다. 우주에서 직접 된장을 발효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가 발표된 것이다. 이 연구는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됐다.2020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덴마크공대 연구팀은 미소된장 1kg을 용기 3개 에 나눠 담은 뒤, 각각 미국 MIT와 덴마크공대 실험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30일 동안 발효시켰다. 세 곳의 발효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발효 기간 동안 환경 감지 장치를 설치해 온도, 습도, 압력, 방사선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했다. 30일 후, 3개의 미소된장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여러 측면에서 살펴봤다.실험 결과, 우주에서 발효된 된장은 외관, 향, 맛 모두 정상 범주 안에 있었다. 우주에서 ‘정상 된장’을 발효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총 14

  • 과학과 놀자

    124광년 떨어진 행성서 '강력한' 단서 찾았다

    우주는 정말 우리만의 공간일까? 인류가 이 물음에 과학적으로 답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공동 연구팀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태양계 밖 생명체 존재에 관한 역대 가장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혀 과학계가 술렁이고 있다.이번에 포착된 증거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지구에서 약 124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진공에서 이동하는 거리로, 약 9조4,610억km) 떨어진 외계 행성 K2-18b의 대기에서 디메틸황화물(DMS)로 추정되는 신호가 포착됐다. 이 물질은 지구에서는 해양 박테리아나 플랑크톤 같은 생명체만이 만들어내는 분자다.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K2-18b의 대기를 통과한 빛을 관측해 얻은 분광 데이터를 분석해 이 신호를 찾아냈고, 그 신뢰 수준은 약 3시그마(σ)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3시그마는 99.7%의 확률로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무게가 지구의 8배 수준인 K2-18b는 표면이 바다로 덮여 있고, 대기는 수소로 가득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종류의 행성을 ‘하이션(Hycean) 행성’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 하이션 행성은 2021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이 제안한 새로운 행성 분류 카테고리인데, 당시 K2-18b를 대표 후보로 지명했다.이번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K2-18b의 대기에서 메탄(CH₄)과 이

  • 과학과 놀자

    농담하고, 공감하고…튜링 테스트 통과한 GPT-4.5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사만다’는 사람처럼 말하고, 웃고, 위로하고, 농담을 건넨다. 주인공은 그런 사만다와 대화를 나누다 점점 그녀를 사람처럼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AI와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과제를 물어보고, 글쓰기를 첨삭받고, 친구 관계나 연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AI는 문맥을 파악하고, 감정을 공감하는 듯한 말투로 답한다. 대화를 마친 뒤 “고마워, 네 덕분에 힘 난다” 같은 말을 AI에 건네는 일도 낯설지 않다.그렇다면 지금의 AI는 사람과 얼마나 비슷할까?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사람인지, AI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사람과 비슷할까?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실험을 하나 고안했다. 바로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다.튜링은 언젠가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모방하는 기계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너무 추상적이고 철학적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계가 실제로 생각하거나 감정을 느끼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즉 대화에서 얼마나 인간처럼 보이는지를 평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다.튜링이 제시한 테스트는 간단하다. 질문자 한 명, 답변자 두 명이 등장한다. 답변자 중 한 명은 인간이고, 다른 한 명은 AI다. 질문자는 이 둘과 채팅으로 대화를 나눈 뒤, 누가 사람인지 추측한다. 둘 중 누

  • 과학과 놀자

    지표 투과레이더 등으로 땅꺼짐 신호 찾죠

    지난 3월 서울 강동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지름과 깊이가 각각 2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었다. 이번 싱크홀로 4개 차선이 무너졌고,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3년간 서울에서만 60건 넘게 보고됐을 정도로, 최근 도심 한복판에서 싱크홀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싱크홀은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이다. 주로 석회암 지대에서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암석이 용해되며 나타난다. 빗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약산성의 탄산을 형성하고, 이 탄산이 석회암과 반응하면서 암석이 서서히 용해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동이라는 지하 공간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공동이 점점 커지다 지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지반이 무너져 내리며 싱크홀이 발생한다.싱크홀은 형성 과정에 따라 용해형, 침식형, 붕괴형 등으로 나뉜다. 용해형은 빗물이 암석의 균열을 따라 서서히 스며들면서 암석을 용해해 지표면에 우묵한 함몰지를 만든다. 이런 현상은 영국 페나인산맥의 석회암 지대처럼 석회암이 넓게 분포한 지역에서 흔히 관찰된다. 침식형은 사암 등 비용해성 암석 아래에 위치한 석회암이 용해되면서 상부 암석이 서서히 침하하는 방식으로 발생한다. 붕괴형은 지하에 형성된 동굴이나 공동의 천장이 무너지면서 발생한다. 지표면이 갑자기 함몰되는 것이 붕괴형 싱크홀의 특징이다.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이크킬 세노테는 붕괴형 싱크홀이 물로 채워져 천연 수영장처럼 변한 곳으로, 세계적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그러나 이런 싱크홀이 도로, 주택 등에서 발생하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최근에는 도시화가 진행된 도심지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해 문제가

  • 과학과 놀자

    "2050년 사라질 수도"…초콜릿 대체 원료 개발 활발

    기후변화로 날씨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덕스러워지면서 우리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초콜릿도 그중 하나다. 초콜릿과 함께 누리던 달콤한 순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초콜릿의 주재료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적도에서 남북으로 약 20도 지점인 좁은 열대우림 지대에서만 자란다. 최대 32°C를 넘지 않는 균일한 기온과 높은 습도, 연간 1500mm 이상의 풍부한 강우량을 갖춰야 한다.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이 조건에 해당하며,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카카오의 절반 이상을 두 나라가 담당하고 있다.이처럼 카카오의 재배 지역이 워낙 한정적이다 보니 작은 기후변화에도 전 세계 생산량이 좌지우지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조직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서아프리카 카카오 생산지 44곳의 기온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작년에는 전체 생산지의 71%가 6주간 극심한 더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도 변했다. 작년 코트디부아르의 여름은 평년보다 강우량이 40% 많았고, 겨울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카카오 재배지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해충도 번성하고 있다. 2023년에는 가루깍지벌레가 옮기는 바이러스(Cacao Swollen Shoot Virus, CSSV)으로 인해 가나의 카카오 생산량이 17% 감소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카카오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점점 부풀어 오르다 결국 죽고 만다. 결국 카카오 수확량은 매년 급감하고 카카오 가격은 치솟고 있다. 카카오는 공장에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로 가공·판매되는데, 수십 년간 톤당 2000달러 수준에 머물던 코코아 가격이 지난해 최대 6배까지 급등

  • 과학과 놀자

    포유류 귓바퀴 만드는 '물고기 유전자' 찾았다

    모든 종의 기원은 바다에서 비롯한다. 태초에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됐고, 어류가 육지로 진출한 뒤 다양한 생물종으로 진화하다가 지금의 포유류가 출현했다. 포유류 중 하나인 인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진화한 결과다.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생물종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진화했기에 어류와 포유류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지녔다.겉모습만 봐서는 단번에 파악할 수 없지만, 포유류에는 그 조상인 어류의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다. 한 예로 포유류에서 고막의 진동을 달팽이관까지 전달해주는 부분인 귀의 ‘중이’(中耳)는 어류의 턱뼈에서 진화한 결과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조상인 어류의 흔적을 찾고 있는데, 최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줄기세포 생물 및 재생의학과 연구팀이 그 흔적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이번 흔적은 포유류의 ‘외이’(外耳)에 숨어 있었다. 흔히 ‘귓바퀴’라 부르는 부분과 외이도로 이루어진 외이는 귀의 가장 바깥 부분으로 소리를 모아 귀 안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소리는 외이의 독특한 모양에 부딪히면서 반사되고 굴절되고, 이 과정 덕분에 포유류는 소리의 방향을 파악한다. 외이는 탄력 있는 결합조직인 연골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연골은 화석으로 남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화석 연구만으로는 외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없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외이의 기원을 유전자 수준에서 추적했다. 그중에서도 유전자가 발현 과정에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핸서(enhancer)’를 활용했다.연구팀은 외이의 연

  • 과학과 놀자

    고래가 배설한 자리, 주변보다 영양분 7배 풍부

    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이다. 종에 따라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까지 다양하지만, 대왕고래의 경우 몸길이가 약 30m, 무게는 무려 200톤에 달한다. 압도적 크기만큼, 고래는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해양 생태계 엔지니어’라는 별명처럼 바다 생태계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바로 배설물을 통해서다.고래의 똥이 바다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2010년에 밝혀졌다. 고래는 바닷속에서 크릴 등의 먹이를 먹고, 수면 위로 올라와 똥을 싼다. 고래가 똥을 싼 자리는 주변 바다보다 영양분이 3~7배나 많다. 과학자들은 고래가 깊은 바다에서 얕은 바다로 영양분을 끌어올리는 이 현상을 ‘고래 펌프’라고 부른다.고래 펌프는 바다 생물에게 엄청난 자원이다. 질소, 철, 인 등이 풍부해 식물성플랑크톤이 크게 번성한다. 그리고 식물성플랑크톤은 다른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되어 결과적으로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이 확대된다.게다가 고래 똥은 탄소 저장에도 기여한다. 고래 똥을 먹고 번성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죽은 뒤 바닷속 깊이 가라앉아 오랜 시간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고래 덕분에 매년 약 22메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저장된다고 추정한다. 이는 자동차 약 500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최근에는 고래의 오줌도 바다 생태계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버몬트대 연구팀은 귀신고래, 혹등고래, 북대서양 긴수염고래, 남방긴수염고래 등 대형 고래 4종의 이동 경로와 배설량을 조사했다.이들 고래는 여름철에 영양분이 풍부한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