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오리가미
종이접기는 종이를 손으로 접어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놀이다. 학, 꽃, 개구리 등 한 장의 종이를 정교하게 접으면 멋진 예술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재밌는 종이접기 놀이가 과학에서 사람을 살리는 기술로 쓰이고 있다. 바로 ‘DNA 오리가미’다. 오리가미는 일본어로 종이접기를 뜻하는데, 이제는 종이가 아닌 DNA를 접어 미래의 의학과 과학을 바꾸는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먼저 실험실에서 췌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실험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제 장기와 비슷하게 배양한 미니 장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구조물은 정상 세포에는 붙지 않고 췌장암 세포에만 달라붙었다. 이어서 사람의 췌장암 조직을 이식한 실험용 쥐에도 동일하게 실험했고,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정상 조직과 암세포를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이 실제로 적용된다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형광물질 대신 항암제를 담으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치료법이 만들어질 수 있다.
DNA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더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어 세포 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DNA는 원래 우리 몸에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독성이 거의 없고, 인체에 안전하다. 이런 장점 덕분에 DNA 오리가미는 특히 의학 분야에서 크게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DNA 오리가미 구조체’도 있다. 서울대학교 김도년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가 주인공이다.
연구팀은 기존 DNA 오리가미는 한번 접으면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DNA 구조물이 몸속에서 임무를 더 잘 수행하려면, 환경에 따라 자유롭게 바뀔 수 있는 형태가 훨씬 유리하다. 이를 위해 DNA를 여러 가닥으로 나눈 뒤, 이어 붙여 격자 모양의 구조체를 만들었다.
완성된 구조체는 색종이 한 장을 가로 접기와 세로 접기를 해놓은 모양이다. 색종이에 미리 한 번 접어두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진은 이 구조체에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 그대로 테두리만 있는 구조로, 매우 가볍고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다. 가로로 한 번 접으면 직사각형, 삼각으로 접으면 삼각형이 되고, 그 외에 다양한 형태로 바뀔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구조물이 환경에 따라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빛이나 pH, 특정 분자를 만나는 등 자극을 가하면 접히거나 펼쳐진다. 이 성질은 의학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약을 담아놓은 DNA 구조물이 몸에 들어간다고 상상해보자. 약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구조물이 닫혀 있어 약물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한 신호를 감지하면 구조물이 스스로 열리면서 약을 정확히 필요한 곳에 전달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 기억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