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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62) 모리스 마테를링크 '파랑새'

    주인공 ‘틸틸’을 ‘치르치르’로 잘못 번역‘파랑새’는 ‘누구나 갖고 싶은 행복’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한낱 새의 이름이 어떤 경로에 의해 행복과 동의어가 되었을까. 1906년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6막 12장 분량의 희곡 《파랑새》를 완성했고 2년 뒤 러시아 연극계의 거장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연극으로 만들어 모스크바 예술극장 무대에 올렸다. 연극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09년 프랑스의 프라스켈 출판사에서 희곡집 《파랑새》를 출간했다. 이후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만들어져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파랑새’는 자연스럽게 ‘희망과 행복의 대명사’가 되었다. 변호사로 출발한 마테를링크는 시인, 극작가, 수필가로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발표했고 191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파랑새의 주인공 ‘틸틸’과 ‘미틸’을 ‘치르치르’와 ‘미치르’로 알고 있는 이도 많다. 일본에서 《파랑새》를 번역할 때 주인공 이름을 바꾸었고 일본어 번역본을 우리말로 중역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그래서 《치르치르 남매의 행복이야기》 《치르치르와 미치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출판사도 있다.마테를링크는 벨기에 태생임에도 모든 작품을 프랑스어로 썼다. 우리나라 출판사들이 프랑스어로 된 책들을 제대로 번역하면서 제목을 《파랑새》로, 주인공의 이름을 틸틸과 미틸로 바로 잡은 것이다.요술쟁이가 씌워주는 마법모자초라하지만 깔끔한 나무꾼의 깜깜한 오두막, 램프가 저절로 켜지면서 구석의 어린이용 침대에서 자고 있던 틸틸과 미틸이 일어난다. 올해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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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주요섭 '사랑손님과 어머니'

    세 사람의 마음이 되어 읽어보라《사랑손님과 어머니》는 몇 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은 소설이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읽다가 책을 덮을 때쯤 가슴에 아릿한 아픔이 고이는 것도 똑같다. 주요섭이 34세였던 1935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라는 거친 역사보다 우리 고유의 풍습과 시대상을 읽을 수 있어 소중하다.명작이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오랫동안 읽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섯 살 난 여자아이가 화자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엮어가는 이 작품은 감상 포인트가 다양하다. 영악해 보이지만 어린아이인 화자의 시선을 통해 작가는 시침 뚝 떼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상상력을 폭발시킨다. 아이를 낳기도 전에 남편을 잃은 스물네 살 과부 옥희 어머니의 입장이 되고 보면 화병이 날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두고 떠나는 남자가 되면 가슴이 무지근해질 듯하다. ‘비겁’이라는 단어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암울한 시대에도 사랑은 꽃피기 마련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보여주는 사랑은 모성애와 이뤄지지 못한 남녀의 사랑이라는 두 줄기가 교차하며 나타난다.아빠 얼굴을 본 적 없지만 옥희는 어머니와 외가 친척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 어느 날 외삼촌이 머물고 있는 사랑채에 하숙생이 들어온다. 큰외삼촌의 친구이자 옥희 아버지의 옛 친구가 동네 학교 교사로 부임한 것이다. 안채의 옥희 어머니와 사랑채의 선생님은 마주칠 일이 없다. 밥상은 외삼촌이 나르고 자잘한 심부름은 옥희가 한다. 여섯 살 난 옥희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말을 구별하지 못한 채 양쪽에 마구 전하고, 정보를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말을 지어내서 사랑지수를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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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 조지 오웰 '동물 농장'

    반란 일으킨 동물들‘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의 먹이만 먹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혹사당하다가 쓸모없다고 여겨지면 바로 그 순간 끔찍하게 죽임을 당한다. 여가를 누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도통 모르고 산다.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존스의 농장에서 가장 존경받는 수퇘지 메이저 영감은 참혹한 생활을 하는 동물들을 일깨우기로 작정한다.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적입니다. 인간을 이 농장에서 몰아내는 게 어떻소? 인간만 사라지면 우리는 굶주리며 일하지 않아도 되고, 늦게까지 또는 죽는 순간까지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과로로 쓰러지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오. 우리를 괴롭히는 근본적인 원인이 영원히 뿌리 뽑히는 것이오.”동물들이 이렇게 외치며 반란을 일으킨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동물들의 각성을 촉구하며 “반란을 일으킵시다!”라고 외친 메이저 영감이 사흘 후 죽자 농장에서 가장 머리 좋은 돼지들이 비밀리에 움직인다. 몸집이 크고 험상궂은 데다 추진력과 의지가 강한 나폴레옹, 쾌활하고 창의적인 스노볼, 행동이 민첩하고 말재주가 뛰어난 스퀼러, 이 세 마리의 돼지가 메이저 영감의 교훈을 사상으로 정리하고 다듬어 다른 동물들에게 설파한다.조지 오웰은 소비에트 연방을 세운 레닌과 스탈린, 트로츠키 등을 모델로 《동물농장》 스토리를 구상했다. 20세기 초반의 유럽 상황, 러시아 군주제와 소비에트 연방 건립 역사를 알면 독서에 도움이 되겠지만 《동물농장》 그 자체로만 읽어도 재미가 쏟아진다. 북한 체제와 이념 대립이 심각한 우리 사회를 대입해서 읽어도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다.세 마리의 똑똑한 돼지들이 계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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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노란 별’을 단 안네 가족연일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봄날을 즐길 형편은 아닌 듯하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라 안은 대선 정국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협박을 일삼고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탑재한 항공모함을 한반도 인근 해상에 대기시켜 놓았다.전쟁이란 어떤 것일까. 요즘 전쟁은 단 하루 만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고 끝나지만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몇 년씩 계속됐다.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도 3년간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피란을 가고 숨어 지내야 했다.쫓기고 숨어 지내는 불편은 얼마나 클까. 열세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 나치를 피해 숨어 지낸 안네 프랑크가 쓴 《안네의 일기》를 보면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살던 안네는 1933년 히틀러가 지배하는 나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수난을 겪는다. 나치는 인종주의 정책을 펼쳐 유대인에게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안네의 가족들은 나치를 피해 193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네덜란드도 1941년 나치에 점령당하고 만다.1942년 6월12일, 열세 번째 생일에 선물받은 일기장에 안네는 ‘키티’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6월14일부터 일기를 쓰면서 아빠, 엄마, 언니와 살고 있고 아빠는 잼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은 언니가 다니는 유태인중학교에 입학했다는 얘기를 키티에게 자세하게 들려준다. 노란 별을 달고 다녀야 하는 유태인은 전차도, 자동차도 탈 수 없다고 슬퍼하면서도 남학생이 자신을 좋아하며 자신은 수다쟁이라는 걸 알려준다.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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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원숭이 발'

    명작 반열에 오른 공포소설영국 작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는 낯선 인물이다. 주요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도 그의 책이 단 한 권도 보이지 않는다. 《세계 호러 걸작선》 《고전 공포 걸작선》 《세계 단편소설 읽기》 같은 책에 <원숭이 발>이 포함되어 있는 정도다. 우체국 공무원을 그만두고 소설쓰기에 전념한 제이콥스는 어린 시절 템스 강 부두의 기억을 바탕으로 유머러스한 소설 여러 편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포감을 몰고 오는 <원숭이 발>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원숭이 발>은 제이콥스의 대표작으로 1902년에 펴낸 그의 단편소설집 《The Lady of the Barge》에 실린 작품이다.단순한 공포에 그치지 않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오묘한 작품으로 공포소설로는 드물게 명작 반열에 올랐다. 1980년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근대 200년 영어문학 걸작 50편’을 선정할 때 <원숭이 발>도 포함되었다. 《모비딕》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폭풍의 언덕》 《주홍글씨》 같은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소설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이 작품이 인정받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세 가지 소원’이라는 장치를 통해 운명과 선택, 욕망과 허상을 다각도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원숭이 발>은 세 가지 소원을 이룰 기회를 얻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별다른 노력없이 그저 말만 하면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원숭이 발>을 접하면 좋을 것이다.단순한 주제로 쓴 단편소설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긴장과 두려움을 안기는 묘한 분위기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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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고통을 접목입시 준비로 문학을 접하기 힘든 학생들도 다 알 정도로 유명한 박완서 선생. <자전거 도둑><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같은 작품이 교과서에서 실려 어린 친구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군복무 중인 조카가 중학생일 때 내가 쓴 동화책을 선물하자 “박완서 선생님 책이나 사인 받아 주지”라고 말해 새삼 그 유명세를 실감했다.박완서 선생이 초등학생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에게 골고루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실감나면서도 감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그 어느 작가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격동의 한국사를 겪으며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고통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 가슴을 절절하게 울린다.<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여 대한민국의 권위있는 상을 휩쓴 박완서 선생의 대표작이다. 작가의 여러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도 기억할만하다. 작가가 출판사로부터 성장소설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신의 성장과정을 기억에 의지하여 쓴 ‘소설로 그린 자화상’이다.박완서 선생의 작품이 문학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고난의 시대를 온몸으로 체험한 순간순간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역사책에서 중요한 사건의 연도를 외우는 것에 그치면 그 시대를 제대로 알 수 없다. <그 많던 싱아…>는 앞선 세대가 얼마나 큰 혼란과 아픔을 겪었는지 생생하게 담은 또다른 역사책이다.일제 강점기인 1931년에 태어나 국민학교 때 일본어로 공부한 그녀는 숙명고녀에 진학했